해로] 94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열정적으로 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된 것과 같은 “번 아웃(Burn Out)”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번 아웃’은 어떠한 활동이 끝난 후 일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결하지 못하여 심신이 지친 상태를 말한다.

번아웃 증후군의 특징은 첫째 에너지 고갈이나 소진의 느낌이 들고, 둘째 일에 대한 심리적 괴리감이나 부정적이고 냉소적 감정이 증가하며, 셋째 업무 효율이 급속하게 저하된다고 하였다. 이런 증상은 직업과 관련 없는, 일상생활에서의 의욕 저하나 불안과 공포 장애와는 구분하고 있다.

직업과 관련한 활동에서 보편적으로 겪는 이런 증상에 대해, 세계보건기구 총회는 2019년 5월 국제표준질병분류기준(ICD-11)을 발표하면서 ‘번 아웃’을 질병이 아닌 직업 관련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번 아웃을 질병으로 분류할 경우, 진료와 보험 등 여러 분야에서 사회적, 제도적 준비를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을 유예하였지만, 보건관리 측면에서는 주의가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번 아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휴식과 휴가를 통해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정기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으로 건강을 챙겨야 한다. 또한 그동안 매달린 일과 시간을 점검하여 목표와 방향을 다시 새롭게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번 아웃 증상을 스스로 인식하고 그 원인을 찾아 효과적인 극복 전략을 실천한다면, 고갈된 에너지를 완전히 재충전할 수 있고, ‘번 아웃’을 더욱 건강하고 생산적인 에너지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 해로의 봉사자들은 번 아웃의 상태는 아니지만, 아주 많이 지쳐있다. 해로는 지금까지 파독 1세대 어르신들을 섬기는 일을 위해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치매와 말기 암과 같은 질병으로 긴급한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밤낮으로 돕는 일에서부터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장애와 요양보호 등급을 가진 어르신들을 돕는 일을 감당하기에 힘에 벅찬 섬김의 시간을 보냈다.

특별히 작년에는 한독수교 140주년과 파독 60주년을 맞는 해여서 한국의 많은 기관에서 진행하는 행사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일이 많다는 봉사자들의 볼멘소리를 들으면서도, 우리가 힘들어도 ‘우리 파독 어르신들이 수고한 일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있다면’, ‘어르신들이 좋아하신다면’ 그래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칠 만큼 힘에 지나도록 열심히 일을 했다. 하지만 외부에서 협력을 요청하는 기관과 협의하여 다른 동포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우리가 맡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이런 기준은 외부와의 협력 행사를 하는 원칙이 되었다.

게다가 작년부터 어르신들을 위한 새로운 쉼터를 마련하기 위해 꽤 여러 곳을 알아보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사 갈 장소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요즘 존탁스카페와 화요 노래교실에는 새로 나오시는 어르신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모임 장소가 매우 비좁다. 존탁스카페는 비좁아도 봉사자들이 양보하여 자리를 만들어 드리고 있지만, 노래교실에는 양보할 자리조차 없어서 그냥 가시는 분도 있어서 더 넓은 장소를 구하는 일이 시급한 실정이다.

해로의 화요 노래교실

좋은 쉼터를 구하는 일이 너무 어렵다. 최근에는 계약 직전까지 진행된 곳도 있었지만, 건물 주인의 무리한 리모델링 비용 요구와 계약조건 변경으로 계약을 포기하기도 하였다. 지금도 계속 장소를 찾고 있지만, 적당한 장소를 찾기가 너무 힘들다.

몸이 불편한 우리 어르신들이 오시기에 교통이 편리한 곳이어야 하고, 장소도 모임을 하기에 적당한 크기여야 해서 찾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재정적으로 넉넉지 않은 우리 해로가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장소여야 하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어디든 약간의 수리하는 비용은 부담해야 하겠지만, 좋은 주인을 만나서 몸이 불편한 우리 어르신들과 함께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장소를 주시도록 함께 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우리 어르신들의 연세가 많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있어서 어르신들과의 의사소통에 전보다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소요된다. 같은 말을 여러 번, 때로는 수십 차례 반복해야 하고, 귀가 어두우셔서 소리를 질러야 알아듣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다.

어르신들을 더 가까이에서 도와드릴수록 봉사자들을 가족과 같이 더욱 의지하게 되고, 봉사자들이 더 많은 시간을 자신과 함께 보내주기를 원하지만, 봉사자들도 각자의 일과 생활이 있기에 오래 함께하지 못하는데, 어르신들은 그런 것에 서운해하시고 불평하시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봉사자들은 기운이 빠지게 되고 번 아웃이 빨리 온다.

우리 해로의 동역자들이 많은 일로 지쳐가고 있어서 봉사자들의 번 아웃 관리가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낀다. 봉사자의 번 아웃은 직장인들과 달라서 소진이 다 된 다음에 대처하면 이미 늦는다. 번 아웃된 봉사자는 봉사를 포기한 경우도 있어 되돌릴 수도 없는 경우가 많다. 번 아웃을 극복하는 방법을, 사전에 봉사자들에게 적용하는 것이 좋은 예방책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격려와 칭찬은 번 아웃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수고하는 봉사자들의 애로와 수고를 기억하며 건네는 따뜻한 인사와 감사의 말은 봉사자들을 춤추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힘입어 우리 어르신들을 더욱 잘 섬기게 될 것이라 믿는다.

“서로 격려하여 사랑과 선한 일을 위해 힘쓰도록 하십시오”(히브리서 10:24)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350호 16면, 2024년 2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