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담은 신문
전통의 신문

최월아
민주평통북유럽협의회
16,17기 회장

25년 전, 1995년은 우연이지만 교포신문과 제가 독일한인사회에 첫 발을 디딘 해입니다. 혈기만 왕성했지 철없고 겁 없던 나이에, 환상의 세계로 보이던 유럽, 그 유럽의 중심부에서 날로 부강해 지던 독일에 왔습니다. 유럽은 그 당시 제게는 많이 낯선 곳이었습니다.

무지했던 만큼 두려움도 적었습니다. 아뿔싸, 막연히 염려하던 언어불통과 국민성의 차이는 아주 혹독했습니다. 젊은 가슴엔 자존심 대신 설움과 향수가 터질 듯 채워졌습니다. 속이 무척 아팠습니다. 매일 펑펑 울었더랬습니다. 와중에도 가정을 이루고 자녀들을 키우며 22년을 무심히 흘렸습니다. 그러다 느닷없이 한 한인단체에 발탁되어 오늘 날까지 크고 작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무렵 NRW주에 거주하던 이현복, 박승규 두 분이 신문을 창간한다 하셨습니다. 재독한인은 독일 전역 구석구석에 분포해 있었고, 멀리멀리 떨어진 지방과 다닥다닥 이웃한 크고 작은 도시에 한인회와 한글학교 등 참으로 많은 단체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희로애락을 다루어 늦게나마 교민역사의 기록을 남기겠다는 의지와 용기와 열정에 누구보다 큰 박수를 보냈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교포신문을 창간한지 얼마 안 되어 이현복, 박승규 공동 발행인이며 편집장이던 두 분이 너무 힘드셨던지 차례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언론인의 힘듦을 절실히 실감하는 듯 했습니다. 그럼에도 교포신문은 현재까지 변함없이 갖가지 사연을 알리며 더욱 체계적으로 탄탄하고 알찬 언론지로 거듭나, 전 독일에 널리 배포되고 있습니다.

창간이후 어려운 여건에도 한 번의 예외 없이 매달 4번,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우리들에게 당도합니다. 이에 창간 25주년 축하이전에 개근상을 먼저 포상해야함이 마땅할 것 같습니다.

독일한인사회는 그 어느 재외한인동포 공동체보다 강한 동질성으로 형성되어 우여곡절 속에서도 60년이 넘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해오는 모범적 한인사회입니다. 우리들은 그동안 수없이 많은 단체들에서 얽히고설켜 정을 나누고 설움과 그리움도 달랬습니다. 그렇게 반백년이 넘도록 어울려 울고 웃고 티격태격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모든 단체들은 상근직원은 고사하고 일정한 사무실 하나 반듯하게 없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활동하느라 공문들을 서류철 하는 외에 기록에는 소홀했습니다. 그나마 회장이 바뀔 때마다 전수해 오는 서류철마저 더러 행방이 모호합니다. 소속 지역한인회의 연혁을 작성할 때 무척 어려웠던 경험을 직접 했습니다.

파독이후 30여년이 흐른 뒤, 늦게나마 교포신문이 창간되고, 창간신념에 이바지 하듯 동포사회의 대변자 역할과 교민역사의 기록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 오고 있습니다. 60년대 중반부터 근로자로 와서 어렵게 이뤄온 우리들의 삶의 기록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절실한 재독한인역사이며, 재외동포한인역사에도 기여하는 막중한 역할입니다.

그 어느 한인사회보다 일찍이 구성되어 발전한 자랑스러운 독일한인사회가 아닙니까? 고국이 가난했기에 초청근로자로 돈 벌러 왔던 우리들의 이야기. 어떤 피 눈물 나는 설움과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고국의 발전에 이바지 했는지. 어느 이민국동포들보다 자녀들을 성공적으로 키우며 안정된 정착을 했는지. 훗날, 후세에 이 빛나는 우리들 삶의 역사를 적게나마 알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낍니다. 이 보람된 사업의 구심점이 되어 온 교포신문이 앞으로도 변화하는 재독한인사회에 부응하는 역할을 훌륭하게 해 줄 것을 믿어 마지않습니다.

창간 25주년을 맞아 새로운 꿈을 꾸며 내년부터는 미래 25년을 위한 언론으로 대도약 할 포부를 알려 왔습니다. 크게 박수치며 성원합니다.

“역사를 담은 신문!, 유일한 신문!” 인 교포신문사 관계자 여러분들께 무한한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창간 25주년을 맞이하는 교포신문에 25년간 변함없는 구독자로서 존경의 말씀을 담아 축하드립니다.

1202호 21면, 2021년 1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