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로 (143) –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1등을 하는 것들이 제법 많다. 그래도 요즘은 좋은 것으로 세계에서 1등을 하는 것이 많아졌지만, 예전에는 좋지 못한 것으로 세계 1등을 하는 것도 많았다. 자살률은 지금까지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어서 사회적인 관심과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또한 오래전에 불명예 세계 1위를 기록했던 것으로 해외 입양이 있었다.

해외 입양은 한국 전쟁 이후인 1953년에 시작되었다.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고아와 혼혈아가 생기면서 해외 입양이 시작되었으나 산업화 이후에는 차츰 미혼모와 경제적 이유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부모들에 의해 많은 아동이 외국으로 보내졌다. 입양 국가는 미국에서 시작하였다가 점차 서유럽과 북유럽으로 확장되었고, 한때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의 고아 수출국으로 불리기도 했다.

2010년 이후로 국내 입양이 해외 입양보다 늘어났는데, 입양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고, 입양아에 대한 양육비 지급을 비롯한 다양한 복지 혜택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25년 10월에 우리나라 정부가 ‘헤이그 국제아동 입양협약’을 비준하면서 해외 입양의 전면 중단을 선언하였고, 2029년에는 해외로 입양 가는 아동을 ‘0명’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동안 민간 입양기관에 맡겨온 입양 절차를 공적 입양체계로 전환하여 정부가 책임지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해외 입양이든지 국내 입양이든지 관계없이 입양된 자녀들이 자라나면서 자기 부모와 가족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독교 단체들이 앞장서서, 비슷한 상황에 놓인 입양아 부모들이 입양의 날을 정하여 입양 가족 자조 모임을 하며 입양의 긍정적인 측면을 알리고 입양아동 양육에 다양한 도움을 나누고 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모임에서는 자녀들에게 어려서부터 입양한 사실을 감추지 않으며, 낳은 부모보다 기른 부모가 진짜 부모라고 가르치고 있다. 입양은 수치가 아니라 축복이라고 가르치며 더욱 사랑받는 특별한 가족으로 양육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멀리 떨어져 살면서 아주 가끔 안부를 주고받는 가족보다, 교회나 모임에서 매주 만나는 사람들이 더 친밀한 관계를 맺어가며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사이가 되어가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해로>에서 매주 한두 번 만나는 우리 어르신들도 점차 친구와 가족이 되어가는 것을 보게 된다. 어려움이 있을 때는 서로 걱정해주며 챙겨 주기도 하고 때로는 따로 시간약속을 하고 식사와 차를 마시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해로에서는 독일에 살면서 외롭게 지내시는 우리 어르신들이 없도록 다방면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의 경우에 특별히 명절이 되면 멀리서 찾아오는 자녀들의 이야기에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낄 수도 있기에, 이런 어르신들을 위해 해로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설날을 맞아 ‘도담도담 한글학교(교장 하춘희)’와 함께 “설날 세배 잔치”를 하였다. 이 행사는 어르신들을 위한 행사이기도 하지만 독일에서 살아가는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도담도담 한글학교>는 2세의 어린 아기들부터 8학년까지 100명 가까운 학생들에게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한글과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상당히 큰 한글학교다. 개교한 지 10년이 되었고,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들이 사명감으로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이 충실하고 학부모와 아이들의 반응도 좋아서 한글학교에 입학하려면 몇 달씩 대기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히 많다.

이날 초대된 어르신들은 자녀가 없이 홀로 사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날은 우리 어르신들에게 가슴 설레는 날이었다. 오래전에 입었던 고운 한복을 꺼내 입고 오신 분들도 계셨다. 자원하여 참석한 학생들이 먼저 부모님께 세배를 드린 후, 학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우리 어르신들에게 세배를 드렸다. 이때 우리 어르신들이 덕담을 나누며 학생들에게 준비한 세뱃돈도 주었다. 한글학교에서 세배하는 방법을 배운 학생들이 예쁘게 세배하여 어르신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생전에 세배를 처음 받아 본다고 하면서 눈시울을 붉히는 어르신도 있었다.

어르신들과 학부모, 자녀들이 한 가족으로 맺어진 기쁨을 나누며, 다 함께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노래를 힘차게 불렀다. 이어서 해로와 학부모들이 준비한 떡국과 음식을 먹으며 정담을 나누었는데, 헤어지는 것이 아쉬웠는지 모임 시간은 예상보다 많이 길어졌다. 어르신들 모두 매우 기뻐하셨고, 자녀 세대와 손주들 세대가 한 가족처럼 만나는 모임을 1년에 서너 차례 가지면 좋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셨다.

해로는 파독 1세대 어르신들을 돕는 일만이 아니라, 우리 어르신들이 쌓아온 자랑스러운 파독의 역사를 다음 세대와 공유하고 전수하는 일에 많은 관심이 있다. 그리고 파독 1세대와 다음 세대가 서로 공감하며 함께 만들어 가는 따뜻한 동포사회가 되도록 힘쓰고 있다. 설날을 맞아 어르신들과 자녀 세대, 그리고 손자 손녀 세대가 함께하는 설날 세배 잔치를 통해 세대와 세대가 하나로 이어지고, 우리의 전통과 문화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되는 행사였다고 자부한다. 무엇보다도 자식이 없이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위로와 기쁨을 드린 것이 너무 기뻤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따라 사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와 자매이며 어머니이다.”(마태 12:50)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448호 16면, 2026년 2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