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 우리는 서로의 봄이 되었다
4월 11일(토), 브라운슈바이크 Haus der Vielfalt e.V.에서 브라운슈바이크한인회 주최 ‘봄날 교민잔치’가 성황리에 열렸다.
요즘 한인회 행사에 대해 “있으나 마나 한 어른들의 잔치”라는 인식 속에서 젊은 세대의 관심과 참여가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가장 크게 마음에 걸렸던 것도 바로 그 점이었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였다.
130명이 넘는 교민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무엇보다 모든 과정이 안전하게 마무리되었다는 사실이 가장 먼저 감사로 다가왔다.
행사는 사회자이자 부회장인 김미숙의 환영 인사로 시작되었으며, 이어 한글학교 아이들의 애국가 제창이 울려 퍼졌다. 독일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이 익숙하지 않은 언어의 가사를 한 줄 한 줄 외워 부르는 모습은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이었다.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만들어낸 노래는 그 자리에 있던 어른들의 마음을 조용히 흔들어 놓았다. 특히 부모들의 눈빛에는 말없이도 전해지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이어 상영된 한인회의 지난 시간을 담은 영상은 익숙한 얼굴들과 잊혀질 뻔한 기억들을 다시 불러냈다. 화면 속 장면들은 교민들의 추억과 자연스럽게 겹쳐지며 깊은 감동을 자아냈고, 엔딩 ‘고향의 봄’ 합창 영상에서는 곳곳에서 조용히 눈시울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영상이 끝나고, 잠시 흐르던 여운 위로 인사말이 이어졌다. 민지숙 한인회장은 그동안의 한인회 소식들을 차분히 전하며, 이 자리를 함께 채워준 교민 한 분 한 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번 행사는 특별히 브라운슈바이크 한인회가 독일 법상 등록 협회인 e.V.(eingetragener Verein)로 공식 등록되었음을 알리는 축하의 자리이기도 했다.

브라운슈바이크 한인회는 앞으로 이 지역 다양한 단체와 동호회를 아우르는 하나의 ‘Verband’로서, 더 넓은 협력과 연대를 만들어가는 출발선에 서게 되었다. 또한 주함부르크 총영사관의 순회영사 업무가 이 지역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조율된 데 대해서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어진 지역 단체 소개 시간에는 각 단체의 장기자랑이 이어지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펼쳐졌다. 브라운슈바이크 한인여성모임 대표로 이종숙 씨가 여성들에게 편지글로 감동을 전했으며, 이어 여성모임이 부른 노래 ‘혼자가 아닌 나’는 타국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듯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 노래는 누군가에게는 위로였고, 누군가에게는 고백이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래 참아온 감정의 이름이었다.
학생회 및 직장인 그룹에서는 정호승 학생회장의 기타연주와 독창이 이어졌다. 진솔한 울림이 담긴 무대에 큰 박수가 쏟아졌다. 또한 김성룡씨는 이 지역 유일한 한인 교회인 열방교회를 소개했으며, 청소년부의 찬양댄스 역시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한글학교를 대표해 독일 학생 토비아스(Tobias)는 우리 고전 시 ‘나비’를 낭송했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임에도 용기 있게 무대에 선 모습에 참석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1부를 마친 뒤에는 정성껏 준비된 한식 뷔페가 이어졌다. 각자의 손맛이 모여 차려진 음식은 풍성함 그 자체였고, 함께 나누는 식사는 공동체의 따뜻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식사 후 2부 순서로 진행된 팔씨름 대회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한글학교 송종호 교장선생님의 심판 아래 진행된 토너먼트에서는 응원과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예상치 못한 승부가 이어질 때마다 현장은 열기로 가득했다. 이어진 노래방 시간은 행사의 마지막을 흥겹게 장식했다. 서로 웃고 노래하며 응원하는 시간 속에서 참가자들은 잠시나마 타국 생활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가 안전하게, 그리고 봄처럼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로 남았다. 다양한 프로그램 속에서 교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여러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간 이번 행사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녔으며,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시간이 되었다.
이번 ‘봄날 교민잔치’는 단순한 행사를 넘어, 앞으로 e.V.로서 우리 브라운슈바이크 한인회가 나아갈 가능성과 방향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우리는 분명한 희망과 긍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한인회가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의 장이자 협력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점이 가장 큰 성과였다.
늘 행사 때마다 날씨를 걱정하게 되지만, 행사 당일은 유난히 화창한 날씨까지 더해져, 마치 하늘마저 함께한 듯한 봄날이었다. 그날은 4월 11일, 브라운슈바이크의 봄은 유난히 따뜻했고 한국의 봄을 닮아 있었다.
그리고 그날, 우리는 서로를 다시 만났고 마침내 서로의 봄이 되었다.
기사제공: 이은경(브라운슈바이크 한인회 서기)
1455호 10면, 2026년 4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