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희 선생을 추모하며

지난 2월 21일 선생님께서 급작스레 돌아가셨다는 비보에 재독한인 사회는 큰 슬픔에 빠졌습니다. 잘못된 소식은 아닐지, 편찮으셔서 입원했다는 것의 와전은 아닐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사실이 아니기를 바랬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정말로 가족과 우리들로부터 영영 떠나고야 마셨습니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처럼, 우리는 모두가 언젠가는 영원한 이별을 하여야 하는 나약한 존재이라고 하지만, 이렇듯 급작스레 우리의 곁을 떠나시리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기에, 비통하기 그지없습니다.

늘 온화하셨던 선생님, 언제나 자신보다는 이웃을 먼저 살펴보시던 선생님, 언제나 화목을 위해 헌신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눈앞에 여전히 선명하기만 합니다.

지금도 웃으시며 정다운 인사를 전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오는 듯해 슬픔에 가슴이 몹시도 아파옵니다.

선생님께서는 군 복무 시절 국가의 명령으로 월남전쟁에 참여한 참전용사이시며 군 제대 후에는 파독광부로 독일에 오신 전형적인 재독동포 1세대의 삶을 사셨습니다. 그리고 재독동포사회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아까지 않으셨습니다. 언제나 온화한 모습으로, 갈등은 중재하고, 솔선수범하며 동포사회를 위해 묵묵히 많은 일을 해 오셨습니다. 그러기에 많은 동포들은 비통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서울서 열린 제 100회 전국체전에 성화봉송 주자로 선정되셔서, 독일 동포를 대표하여 힘차게 뛰셨습니다. 재독동포들의 자랑스러운 모습과 고국 사랑을 한국 국민들에게 일깨워 주신 그 모습은 아직도 우리들 마음속에 생생하기 살아있습니다. 더욱이 재외동포 유일의 성화봉송 주자였기에, 선생님 개인의 영광뿐만 아니라, 재독동포 전체의 자랑이기도 하였습니다.

삶과 죽음이 어찌 사람의 힘으로 하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이리 성급히 세상과 이별을 한 선생님의 부재는 재독한인사회에 크나큰 슬픔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몹시도 안타깝고 어찌할 수 없는 슬픔을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

이제는 선생님과 작별을 해야 할 시간입니다.

세상은 야속하게도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상이 반복되겠지요, 시간도 무심하게 흘러만 가겠지요.

그러나 선생님이 보여주셨던 그 따뜻한 웃음과 정다움, 그리고 이웃사랑의 고귀한 뜻은 우리들 마음속에 언제나 살아있을 것입니다.

이제 영원한 안식처에 드신 선생님, 그곳에서는 근심과 고통 없이 평안을 누리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교포신문 편집인 조인학이 타계하신 권대희 선생님을 기리며 이 글을 씁니다.

2020년 2월 28일, 1160호 1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