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옥 대한민국 주독일 대사님의 독일 취임을 환영합니다

조현옥 대사님이 얼마전부터 새 대사로 오신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많은 한인 분들 특히 여성분들은 여성 대사라는 것에 놀라움과 반가움을 동시에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어찌 생각하면 대사가 여성이냐 남성이냐 하는 것이 그리 큰 이슈가 아닐 수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은 이제 여러 면에서 선진적인 국가가 되었고, 이미 강경화 외무장관께서도 탁월한 외교의 능력을 발휘하시며 장수 외무장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계십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대사로 활동했거나 활동하는 여성외교관의 숫자는 아주 미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에 부임한 “새 여성 대사”는 특별하고도 기쁜 일이면서, 동시에 많은 기대도 하게 됩니다. 여성 대사라면 여성적인 섬세함과 지구력을 가지고, 전체를 파악하는 통찰력과 공정함에 큰 능력을 발휘하지 않을까?란 기대를 하게 되는 데, 안성맞춤이랄까요? 우리가 독일에서 오래 전에 경험한 대사님은 그런 분이셨습니다.

우리의 기억 속에는 가족을 보살피며 부지런히 공부하는 학생으로, 민주적 공정한 사회를 지향하는 우리 단체에서 성실하게 협력하는 회원의 모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함께 한 여러 활동 중에서도 우리는 긴 시간을 넘어 우연이 겹치는 두 개의 예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는 1996년에 재독여성모임에 의해 발간된 일본군 성폭력피해자들의 독일어 증언집 발간입니다. 우리가 어떤 적당한 말도 찾지 못해 그분들을 그저 할머니로 부르면서 독일어 번역집을 발간할 때, 조현옥 대사님은 그 당시 학생으로 학업의 바쁜 시간 속에서도 참여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할머님들의 그 지난한 역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올해 베를린에서는 소녀상의 철거문제가 큰 이슈로 등장하였고, 여러 한인여성단체들과 의식 있는 독일 시민들의 협력으로 내년까지 전시 유지라는 해결을 이끌어 냈으나, 일본은 다양한 방법으로 소녀상 건립을 방해해왔고, 이것은 대사님의 임기 중에도 지속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대사님께서, 역사를 왜곡하면서도 뻔뻔하고 요란한 일본 외교관들과는 달리,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 도움을 주실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독일과 일본의 관계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여러 면에서 돈독하며 독일은 일본의 주장을 쉽게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상당수 독일 사람들은 36년 동안 일제 치하에서 한국인이 겪었던 고통에 대해서는 관심이 크지도 이해가 깊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대사님께서 유연하고 세련된 외교력으로 역사적 사실과 한국의 긍정적인 모습을 폭넓게 알려주시고, 정당한 교민들의 활동에는 힘을 실어주시기를 기대해 봅니다.

또 다른 하나는 1990년대 중반, 대사님이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공부하실 때, 주말이면 대사님 가족과 한국학생부부들이 살던 기숙사에 유학생들이 모여 국내외의 정치적 문제를 토론했던 일입니다. 그 많은 토론 중에 유독 우리에게는 “유럽안보협력회의(CSCE)가 기억납니다. 그것은 전쟁의 발발을 막기 위해 유럽 국가들이 어떤 협력체계를 구성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를 하는 기구였는데, 그 기구가 평화유지에 효율적이냐, 실제 영향력이 있는냐는 주제로 토론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그 기구는 현재 대한민국도 협력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57개의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로 확장이 되어 위기와 폭력분쟁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을 과제로 평화연구와 안보정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을 추진하시기 위해 OSCE의 협의 메커니즘을 검토하고 참고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북의 긴장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 기구의 중요한 리더 중의 하나인 독일에서 대사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대사님께서 이 기구를 통해 여러 국가의 외교관들과 친분을 쌓으시면서 한국의 남북문제의 입장을 알리고 왜 남북의 평화공존이 세계의 평화와도 연결이 되어 있는 지 설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바랍니다.

그러나 우리가 말씀드린 이런 예들이 앞으로 진행될 수많은 외교업무 중에 한 부분이나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는 오랜 시간 독일에서 재외동포로 살면서, 개인으로서는 도달하기 어려워 아쉬운, 그러나 국가 차원의 외교활동으로는 영향력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일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조현옥 대사님은 이제 독일에서 외교업무를 시작하셨습니다. 우리는 대사님께서 임기동안 수행하실 수많은 활동들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를 응원하면서, 그 성공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독일의 많은 교민, 동포들과 함께 기꺼이 협력할 것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재독한국여성모임 대표 강여규, 안차조

1196호 15면, 2020년 11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