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10월 9일 함부르크 독-한 협회(회장 게르하르트 티에데만)는 한국축제를 대면으로 개최했다. 이 날 함부르크 주립청소년 음악학교에서는 서예 워크숍과 함께 문화의 밤을 공연했다. 이어 3일간 메트로폴리스 영화관에서는 영화의 밤과 페미니즘에 대한 패널토론을 진행했다. 코로나 이후 처음 대면으로 열린 축제에 많은 한국인들과 독일인들이 참여하여 성황리에 진행됐다.
게르하르트 티에데만 회장은 인사말에서 “독-한협회가 음악, 춤, 무술 그리고 서예 뿐만 아니라 페미니즘 영화를 포함한 연례 문화행사를 대면으로 열게 되어서 기쁘다“며 „우리가 준비한 프로그램은 다양한 관심사를 대상으로 하며, 한국과 독일사회가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문화적으로 많이 교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또한, “클래식과 한국음악과의 융합된 매력과 멋진 공연 이후에 맛있는 한국요리가 준비되어 있다”며, “이 축제를 통해 유럽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관심이 되고 있는 주제인 페미니즘 영화와 그에 따르는 감동을 즐기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정기홍 함부르크 총영사는 축사에서 “코로나 팬데미로 인해 지난 시간동안 문화적 제안과 문화간 교류가 우리 모두에게 박탈당한 시기였다”며, “이제 한국 축제를 통해 함부르크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문화교류의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과 한국문화를 더 가까이할 수 있게 되어서 환영한다”고 했다.
“영화의 밤에 선정된 세 편의 흥미로운 영화는 한국 여성들의 삶에 대한 다양한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며, 문화의 밤은 한국과 독일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 사이의 흥미로운 만남과 교류를 위한 충분한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축사했다.
9일 문화의 밤에 열린 행사는 서예 워크숍을 시작으로 주립 청소년음악학교에서 전통음악과 태권도 시범 그리고 전통 춤 공연과 사물놀이 공연으로 이어졌다.
강신규 사범은 태권도장 강센타 회원들과 함께 태권도 품새, 격파 시범 등을 선보였다. 현지의 어린 소년, 청소년 그리고 재외 교포 70대 어르신의 태권도 품새 시범과 격파시범은 큰 박수를 받았고, 태권도가 연령과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세계인의 스포츠임을 선보였다.
이어 전우림 가야금 연주자의 최옥삼류 가야금 산조 연주가 공연되어 아름다운 연주홀에 우리의 멋들어진 가락이 울려 퍼졌다. 박명현 연주자의 장고 연주에 맞추어 한국 춤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승무를 최윤희 춤꾼이 공연했다.
다음 연주는 김보성 전통악기 연주자의 문둥북춤이 이어져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고성 지역의 문둥북춤은 일종의 오광대 탈춤으로 벙거지를 머리에 쓰고 등에는 바가지와 짚신을 달아 걸인 같은 인상을 풍기며 소고를 하나 들고 홀로 등장하여 춤을 추었다. 손발을 떨고 비틀거리면서 등장하여 손을 오므리고 코를 푸는 모습, 무릎을 비비는 등 문둥이를 형상화하는 특이한 춤사위와 함께 소고를 들고 과감하게 뛰면서 활달하게 춤을 추는 모습이 흥겨운 춤사위였다.
이어진 공연은 함부르크 여성 풍물팀의 사물놀이 공연이었다. 박명현 연주자와 함께 협연한 전통북 소리가 신나게 울려 퍼졌다. 베를린의 춤꾼으로 알려진 박명현의 신명나는 진도 북춤이 이어져 참석자들의 흥을 돋우었다.
공연의 피날레는 박명현, 김보성 연주자의 삼도 설장구 연주로 전통 풍물의 장단과 리듬을 멋지게 보여주며 마무리했다.
10일부터 시작된 영화의 밤 프로그램에는 한국의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영화 세편이 함부르크 메트로폴리스 영화관에서 상영되어 한국문화에 대한 현지의 깊은 관심을 끌었다.
‘벌새(2019년)’는 김보라 감독의 독립영화이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를 배경으로 하여 열 네 살 은희의 시선으로 유년기 사랑, 질투, 수치심 등의 다양한 입체적인 감정을 표현한 영화이다. 세계 15개 영화제서 25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평단이 주목했다.
전고운 감독의 영화 ‘소공녀(2018)’에는 남성 편향적 고정관념과 불평등적 사회구조에도 주인공의 꿋꿋한 자기 선택과 초월적 사고를 보여주는 페미니즘 적인 주제를 표현하고 있다.
‘69세(감독 인선애)’는 여성노인에 대한 은밀한 범죄를 다룬 상큼한 장편 데뷔작으로 2019년 부산국제 영화제의 새로운 트렌드로 관객상을 수상하였다.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진정성있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라는 평가이다.
10월 12일 세 편의 영화를 끝으로 한국의 페미니즘에 대한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이네스 카퍼트 (Ines Kappert, 하인리히 볼 재단의 군다 베르너 페미니즘 및 젠더민주주의 연구소)소장과 박명숙 독-한협회 이사회 임원이 패널로 참여했고 아이린 풀만(Aileen Puhlmann)이 사회를 맡았다.
패널토론회를 통해 영화 세편에 투영된 한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에 대해 토론하는 장이었으며, 또한 전 세계 여성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들임을 공동 인식하는 자리였다. 늦은 시간까지 진행된 토론회는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메워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박은경 기자 ekay03@naver.com
1240호 면, 2021년 10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