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창간 25주년 행사가 남긴 이야기

21세기한민족문화포럼 대표 최 완

하나의 공동체 또는 어떠한 매체든 간에 그 역사를 드려다 보면 숨은 이야기들 안에 그 존재 또는 존립의 가치가 있음을 알게 된다.

지난 7월 1일 에쎈 한인문화회관에서 개최한 재독 교포신문 창간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며 ‘교포신문”과 같은 신문 매체가 “재독동포사회에 어떠한 역할을 하며 왜 필요한가?” 에 대하여 새삼 깨닫게 되었다.

강사로 초청된 Bonn 대학 한국학과 권세훈 교수는, 교포신문은, 그 동안 수 없는 역경을 겪으면서도 올바른 미디어 매체로 변신하기 위하여 분발한 대가로 재독동포들의 사랑을 받아온 세월이 어언 27년(1995년 창간)이 흘렀다고 전제하며, 앞으로 올바른 신문으로 거듭 발전하기 위한 기획 안을 도표로 준비하여 비머(Beamer)로 제시하며 교포신문의 미래를 보게 하였다.

교포신문은 1995년 11월 파독광부 출신 이현복씨와 박승규씨가 의기투합하여 창간하였다.

이들은 “교민사회의 정서대변자로서 역할을 하고 교민역사의 기록자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 창간정신에 그 목적을 둔다고 했다.

필자는 교포신문 창간호부터 변함없는 구독자다. 그러므로 어쩌면 교포신문의 변천사를 몸소 느끼고 있는 증인의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구독자로서 교포신문이 오늘에 이르기 까지 변천해 왔던 과정을 보고 느낀 대로 한 부분을 들어 증언하고자 한다.

창간 초부터 유명을 달리할 때 까지는 이현복씨가 발행인이었으며, 창간멤버인 박승규씨는 편집인 역할을 수행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날 볼일이 있어서 프랑크푸르트 에 있는 교포신문사(그 당시)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였다. 박승규 편집인의 얼굴이 너무나 까칠하고 피곤해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서, “좀 쉬어가면서 하지 그래요?” 하고 위로했더니, “선배님, 편집을 감당할 사람이 없어서 가끔은 금요일 새벽까지 작업을 해야 해요” 했다. 그러면서 “혼자서 기사도 써야 하고 편집도해야 해서 인쇄할 시간을 맞추기가 너무 힘들어요”라고 했다.

가끔 월요일에나 신문을 받게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고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신문사 운영이 광고비나 구독료에 의존할 수도 없는 형편인데도 필수적인

지출은 변함없이 해야 하는 상황이니 재정능력에 상당한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하물며 필요한 인력을 수급하기란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그 밖에 여러 가지의 어려운 가운데서도 2년을 버텨내던 이현복 발행인이 쓰러지게 된 것이다.

그 후에는 박승규 편집인이 발행인을 겸하게 된다. 이도 5년간을 버텨내더니 스트레스와 과로로 쓰러졌다.

이들은 이토록 교포신문 창간 사명정신을 지키며 실현하기 위하여 목숨까지도 걸었던 것이다. 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신문사에 걸었다면 결코 목숨을 내 놓을 때 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들의 헌신이 아니었더라면 오늘날 교포신문은 없는 것이다.

위대한 헌신이 아닐 수 없다.

필자가 왜 이 아픈 역사를 끄집어낼까?

어떤 사회에 필요한 단체이거나, 사회필요성에 의한 미디어매체일수록, 단체의 창립정신

이나, 미디어매체의 창간 정신과 목적이 매우 중요할 것이며, 그 다음은 그 정신을 이어

가며 지속적으로 발전시켜가는 주체가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흔히 창시자의 정신을 망각하거나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에 대하여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다.

교포신문은 창간 이후 몇 차례의 경영진과 편집인을 거치는 우여곡절 끝에 2015년 1월부터 조윤경 발행인과 조인학 편집장 체제로 돌입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새 경영진은, 새로 출발하는 정신으로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은 소식지로서, 법률상식, 경제상식. 문화상식, 건강상식 등 동포들의 실 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문화에 대한 견문을 높이는 내용들을 심도 있게 다루며 동포사회에서 꼭 필요한 신문으로서, 교양지로서 사랑 받으며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러한 중에서도 여전히 재정면에서나 그 외에 부담되는 문제들로 인하여 어려움이 있을 만도 하나, 창간정신과 그 목적을 이어가며 한인사회에 필요한 신문으로서 사랑 받기 위하여 노력한 흔적이 매 지면마다 들어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편집장 조인학씨는 어느 한국 내 신문 인터뷰에서 “앞으로 다가오는 새 시대를 이끌어가는 견인차로서 내용이 충실한 신문, 한인사회에 도움이 되는 언론, 등대와 같은 길잡이가 되는 언론으로 재독한인들을 위한 정보와 바람을 충분히 담아내는 진정한 동포사회 언론지로서 사명을 다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창간정신을 밝게 이어가며 발전시켜가는 든든한 주체로서 이 보다 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에 굳이 충언 한다면, 공공 이익의 길잡이가 되어주길 바란다.

이 지면을 빌어 교포신문을 창간하여 재독동포사회 역사지로 교양지로 발전할 수 있게 발판을 놓아 주었던 고, 박승규님, 이현복님에게 명복을 빌며 진심으로 감사한다. 이와 함께 재독동포사회에 필요한 정론지로 발전시켜 가고 있는 조윤경 발행인과 조인학 편집장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1275호 14면, 2022년 7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