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만남을 가졌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우리들의 모임이 긴 휴식을 취하다가 열성파 선배님들의 진취적인 열정으로 3박 4일로 동문회가 열리게 되었다. 그 동안 코로나로 인하여 감히 만남을 주선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지만 ‘만남의 목마름’이 더 컸던지 어렵사리 동문회 모임이 성사되었다. 동문들을 만나기 위한 기쁨을 한 가득 싣고 기차로 비행기로 먼 길 을 달려 온 대전간호학교 유럽 동문들…..
많지 않은 동문들이 참석하였지만, 낯익은 선배님들과 동문들을 보니 그저 좋고 또 반갑고 반갑다. 한 순간 한 순간이 즐겁고 즐거웠던 참으로 달고 단 초코렛 맛 이었노라!
카웁(Kaub)의 유스호스텔!
카웁은 라인란드 팔즈 Rheinland -Pfalz 주에 속한 작은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었다. 구불구불 라인강을 중심으로 장황하게 펼쳐진 포도 농장 그리고 산 위에 세워진 신화 같은 성들은 그야말로 풍경화 중 풍경화다. 유스호스텔이 경치도 좋고 시설도 좋고 또 기차역과 배 선착장도 가까이 있어 1등짜리다.
6월 30일 오후!
함부르크 출발 카웁 까지 기차 연착 포함 약 7시간을 달려오니 벌써 먼저 온 동문들이 반갑게 맞아 준다. 코로나 상태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반가움에 취해 한사람 한 사람 가슴과 가슴을 꼭 껴 앉고 반가운 인사를 한다.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아쉽게도 많은 동문들이 오지 않아 금방 눈으로 셀만큼 작은 그룹으로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 모임에서 결정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모임을 계속 할 것인가? 아니면 오늘로 종지부를 찍어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했다.
그 이유로는 막내가 70세로 75-80세 대 선배님들이 있기에 사실 모임이 성사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찌됐던 자유토론으로 “ ‘동문회의 존속’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나오기도 무섭게 ‘존속’하자는 의견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아!, 나이는 그저 숫자에 볼과 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하여 ‘동문회의 존속’과 함께 2023년 다음 모임 장소는 함부르크로 결정되었다. 이어 이번 모임이 이루어진 경과와 준비 그리고 3일간의 프로그램 소개 등 자잘한 의견들을 발표한 뒤 공식적인 회의는 끝이 났다.
우리들은 라인댄스로 몸을 푼 후, 맛있는 먹거리들과 함께 눈물이 날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첫날 오후를 보냈다. 모임 마다 빠지지 않는 재미있는 농담들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데 이번 모임 또한 빠지지 않고 등장한 아래 농담에 모두들 박장대소 하였다.
‘빠삐따’(빠지지 말고, 삐지지 말고, 따지지 말자), ‘빠삐용’(빠지지 말고 삐지지 말고 용서하라)
유럽 동문 총 60여 명 중 9명의 동문과 남편 및 행사 중 방문한 3명의 동문들이
모였었지만 숫자에 상관없이 분위기의 온도는 그야말로 뜨거운 한여름 날씨 같았다.
흥분과 함께 하룻밤을 자고 난 우리는 7월 1일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와인 하면 역시 라인강 주변에서 생산하는 여러 종류의 백포도주를 손꼽을 수 있듯이, 라인 강 주변엔 온통 와인 재배지역이다. ‘Ring Tiket’으로 기차, 케이불카, 배를 타면서 그 주변을 돌아보는 로맨틱 프로그램으로 가격마저도 저렴한 17유로여서 또 한 번 너도나도 신나는 소풍이라며 행복에 젖어 하루를 시작하였다. 날씨도 신이 나는지 하루 종일 맑고 파란 하늘로 우리들의 소풍을 환영해 주었다.
풍경도 풍경이지만 더 재미있는 것은 ‘이야기! 이야기’ 이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 그 동안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품어 내느라 너도나도 바쁘고 바쁘다.
옛날에는 60이면 완전히 고령이라고 치부 했었는데, 70, 80이나 되는 선배님들이 저렇게 건강하고 또 기억력 100%니 ‘100세 세상’인가 보다. 맛있는 점심 후, 유유히 흐르는 라인강을 따라 배를 타고 돌아오는 길! 옹기종기 모여 앉아 또 다시 이야기는 이어진다.
별이 뜬 저녁 하늘을 감상하면서 하루를 마감하였다.
7월 2일!, 유서 깊은 도시요 휴양지로 알려진 Bad Ems라는 도시로 역사 산책 및 도시 구경을 하였다. 아쉽게도 상상 보담 작은 감동을 주었지만 그런대로 아름다운 도시다.
더 아쉬웠던 것은 배고픔을 해소할 식당들이 코로나로 인한 건지 문을 닫아 헛걸음을 해야 했지만 그저 모이기만 하면 즐거워 “호호하하” 재미있다.
저녁엔 총평가회가 있었는데, 소그룹이어서 더 정답고 끈끈한 정을 나눌 수 있었다면서 모두 만족해했다. ‘동문’이라는 것 하나로 이렇게 아름다운 관계가 이어진다는 것에 감동하였고 선후배의 관계가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에 또 감동하였다.
만나면 또 헤어져야 할 시간! 너무너무 아름다운 추억이었다면서 가슴과 가슴을 앉고 다음 모임을 기다린다며 모두모두 각자의 안식처로 향했다.
* 대전간호학교는 혜천대학으로 변경되었다가 현재는 대전과학기술대학으로
되었다. 유럽동문들이 졸업한 학교는 대전간호학교여서 제목을 옛 학교로 하였다.
이영남기자 youngnamls @gmail.com
1275호 12면, 2022년 7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