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경자년 쥐의 해…쥐는 풍요와 다산을 상징해

쥐는 십이지에서 첫 자리 차지하는 동물

올해는 경자년(庚子年) 쥐의 해다. 경(庚)은 백(白)이라는 뜻으로 흰 쥐의 해다. 쥐는 십이지에서 첫 자리를 차지하는 동물로, 방위의 신이자 시간의 신이다.

흰쥐의 해, 경자년

동양의 년도는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의 열 가지 천간과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의 열두 가지 지지를 조합해서 만든다. 두 개씩 조합을 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은 10X12해서 모두 60가지… 그래서 육십갑자라고 부른다.

그중에서 일곱 번째 천간과 첫 번째 지지가 만난 것이 경자년 이다. 경자(庚子)라고 쓴다. 이 한자가 어떤 뜻을 가지는지를 알아보면 경자년 뜻을 알 수가 있다.

천간에는 각각 색이 있다. 예를 들어, 갑과 을은 푸른색, 병과 정은 붉은색, 무와 기는 흰색, 임과 계는 흑색이다. 이때 경자년의 경(庚)자가 백색을 의미하며, 그런데 자(子​)자는 쥐를 의미한다. 그래서 2020년 경자년을 흰쥐의 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역사와 민속에서의 쥐

쥐가 본격적으로 신앙의 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은 12지신의 하나로 정착되면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12지 중 쥐의 ‘子’는 음양법으로 양(陽)에 해당하고 오행은 수(水), 음력월은 11월, 방위는 180도 곧 북이다.

그래서 집터나 묏자리를 정할 때 ‘자좌오향(子坐午向)’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이는 북쪽을 등지고 남쪽을 향하라는 뜻이다.

선조들은 쥐에게서 좋은 면을 봐왔다. 민간신앙에서는 쥐띠해를 풍요와 다산, 희망과 기회가 드는 때라고 했고, 당사주(唐四柱·점술서)는 쥐띠를 자천귀(子天貴)라 해서 인간관계를 원만히 하며 좋은 운명을 타고난다 했다.

쥐가 풍요와 다산의 이미지와 연결된 이유는 왕성한 번식력에 기인한다. 쥐를 자(子)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번식률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또 ‘쥐가 모자를 씹으면 재물을 얻는다’, ‘쥐가 방안을 쏘다니면 귀한 손님이 온다’, ‘쥐가 집안에 흙을 쌓으면 부자가 된다’는 말처럼 쥐는 운을 가져다주는 동물로 인식되기도 했으며 쥐의 위험 감지본능을 간파해 신령스러운 동물로 간주하기도 했다.

신라본기 혜공왕 5년 기록은 ‘치악현(원주)에서 8000여 마리 쥐떼가 이동하는 이변이 일어난 후 그해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았다’고 전한다.

또 신라의 김유신묘나 민애왕릉, 흥덕왕릉 등지엔 쥐를 형상화한 띠 동물상이 무덤을 두른 가운데 납석제(蠟石製) 쥐 조각도 발견됐다.

특히 흥덕왕릉 12지신상 중엔 쥐만 유일하게 천의(天衣)를 걸치고 있어 ‘12지의 수위’란 위상을 방증한다.

전라남도 일부 도서지방에서는 쥐를 수호신으로 숭배하고 있고 선원들 사이에선 ‘쥐떼가 배에서 내리면 난파한다’거나 ‘쥐가 없는 배엔 타지 않는다’는 속설이 여전히 유효하다.

쥐는 또 더럽고, 징그럽다는 인식과 상반되는 작고 귀여운 이미지로 만화나 영화 캐릭터소재로 자주 쓰이는 동물이다.

우리 민속놀이에 등장하는 쥐길조·흉조 양면성 가져

예부터 설날을 시작으로 12일 동안을 정초 십이지일(正初 十二支日)이라 해서 간지(干支)에 따라 일진을 정했다. 십이지일 중 처음 자(子)자가 든 날인 상자일(上子日)을 ‘쥐날’이라 여겼다. 이날에는 쥐의 폐해를 막기 위한 민속을 진행해왔다.

농촌에서는 쥐날 첫 시간인 자시 때 밤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 방아를 찧었다. 고요한 밤에 울리는 방아소리에 놀라 집안에 있는 쥐를 멀리 쫓으려는 의미에서였다.

대낮에는 들쥐와 해충의 알을 제거하고 마른 풀을 태워 거름으로 쓰기 위해 논과 밭두렁을 태웠다. 저녁이 되면 논밭을 거닐며 ‘쥐불이야’하고 소리를 질렀다.

‘쥐불놀이’는 쥐와 해충 제거뿐만 아니라 한해동안 무병장수하고 액을 멀리 쫓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논밭의 마른 풀과 잔디를 태운다. 미리 횃불을 만들고 달이 떠오르면 논밭둑을 따라 가면서 불을 놓고 즐기는 불놀이로 깡통에다 마른 나무조각을 넣고 불을 붙인 뒤 깡통을 빙빙 돌리면 불이 살아나 밤을 원형의 불보라로 밝힌다.

2020년 흰쥐, 쥐띠의 의미

동양에서 흰 동물은 좋은 의미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꿈에서 흰쥐를 보면 길몽으로 치며 조상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꿈 해몽을 해 준다.

또한 쥐는 부와 다산을 의미한다. 보통 쥐를 싫어하지만, 동양 역술에서 쥐는 풍요와 부지런함, 그리고 영리함을 의미하는 동물이다.

흰쥐의 의미는 쥐가 좋은 대인관계, 밝은 성격, 뛰어난 이해력, 민첩한 행동, 부지런한 저축으로 상징되듯이 타인과의 관계, 대처 능력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쥐띠 생은 근검절약하는 버릇이 있다. 어둡고 추운 계절에 해당하므로 신중할 수밖에 없어 소심하고 경계심이 강한 편이다. 쥐띠는 양기가 많아 부지런하고 예감이 날카로우며 재치가 있고 민첩하다. 성질이 한번 폭발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으므로, 쥐띠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자제력과 수양이다. 무엇보다도 쥐는 생명력이 강한 동물이라 먹을 복과 강한 생활력을 상징한다. 어두운 곳에서도 활동력이 뛰어난 습성을 가졌으니 난관을 재치 있게 해결하는 능력이 있다.

지지 한자에서 쥐의 한자로 子를 쓰는 이유는 자녀를 상징하며 만물의 씨앗을 가져가는 상징이므로 다산, 번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편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쥐인 미국 디즈니사의 만화 영화 캐릭터 ‘미키마우스’와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대표 캐릭터 ‘피카츄’,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고양이와 쥐를 주인공으로해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눈을 뗄 수 없던 ‘톰과 제리’의 ‘제리’ 등 쥐 캐릭터는 특유의 앙증맞고 깜찍한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20년 1월 10일, 1153호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