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독일의 향토영화와 다큐멘터리영화(2) 향토영화(Heimatfilm)

교포신문 문화사업단은 독일어권의 전후 문학으로, 1, 2차 세계 대전을 치른 독일어권의 문학계가 전쟁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4명의 작가를 선택하여 살펴본다.

작가에 따라, 인간 본연의 모습에 천착하거나, 시대적 모순을 극복하고자 현실 정치에 대한 비판이 중심이 되고, 또는 과거 불행한 시대에 대한 고발 등 다양한 형태로 작품이 나타나고 있으나, 이 모든 근원에는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겪은 뒤 ‘과연 인간의 이성은 진보하며 신뢰할 수 잇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작가 막스 프리쉬, 뒤렌마트, 하인리히 뵐, 귄터 그라스를 탄생 연도순으로 연재한다.


다큐멘터리영화 (Dokumentarfilm) ➀

다큐멘터리 영화라 하면 지루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영상물이라는 인식으로 일반인들로부터 정식 영화의 장르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Wim Wenders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인 “Buena Vista Social Club”이 독일에서만도 7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는 점은 이제 다큐멘터리 영화도 당당히 영화의 한 장르로서 자리잡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문화사업단에서는 보도와 심층취재물 등 객관적이고, 단순한 사실을 전하는 다큐멘타리 영상물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소개하며, 이번 주제에서는 감독이 뚜렷한 의도와 함께 영화 형식의 작업으로 이루어진 작품을 중점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허구에 기반을 둔 드라마나 극영화와는 달리 사실의 기록에 입각하여 제작하는 작품이며, 사실 자료들을 쌓아 올림으로써 일반적으로 어떤 하나의 문제의식을 제기하기 위해 제작된다. 그렇기에 그 목적을 본다면 드라마나 극영화와도 공통되는 점이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다큐멘터리영화가 드라마나 극영화와 근본적으로 차이가 나는 점은 전적으로 사실 정보에 입각하여 내용이 전개된다는 점이다. 카메라는 현장, 또는 등장인물을 특별한 장치나 분장 없이 있는 그대로를 비치며, 감독이나 제작팀의 관여도 최소한으로만 하고 있다. 또한 영화의 등장인물들도 개런티를 받고 출연하는 극영화와는 달리 일반인들이 보수 없이 평소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영화는 관객들에게 더욱 진실되고 호소력 있게 전달되며 그것을 통해 다른 일반 극영화나 드라마와는 달리 사회적인 영향력과 신뢰를 지니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진실성’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역시 본인의 의도와 부합되는 점만을 보여 주게 되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한 채 다른 정보는 배제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작품의 진실성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야기된다.

따라서 수많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물 가운데 ‘다큐멘터리 영화’라 규정되어지는 것은 제작자의 문제의식과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과정, 그리고 진실을 찾아가려는 노력 등으로 결정된다.

다시 말하면 감독이 작품을 통해 제기하고 있는 문제가 공공성을 지니고 있는가, 그것을 전달하기 위한 자료조사의 성실성, 그리고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진실을 말해주고 있는가 하는 점이 일반 다큐멘터리적 영상물과 다큐멘터리 영화와의 근본적 차이인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활동사진기의 발명과 동시에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영상물이 영화라는 장르로 자리잡기 전에 많은 사람들은 활동사진의 복제성과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특징으로 다양한 다큐멘터리 영상물들이 제작되어졌다.

자신들의 여행기, 동물이나 자연에 대한 영상물, 도시소개 등의 영상물이 주를 이루었으며,

1차 세계 대전의 영상기록물 등 일반적인 보도중심의 영상물이 주를 이루고 있었으며, 독일의 경우 나치시대에는 제3제국의 홍보를 위한 다수의 다큐멘터리적 영상물들이 제작되었으며, 2차 세계 대전 이후 동독체제하에서는 ‘DEFA-Dokumentarfilm’이라는 형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호에서 살펴보도록 한다.

1960년대부터 오늘날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등장하게 되는데 그 특징상 몇 가지로 나누어 소개한다.

Direct Cinema

1960년대에 들어서면 영상제작에 있어 동시녹음이라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전까지는 촬영 후 필름 편집실이나 별도 장소에서 음성녹음을 하였는데 현장에서 동시 녹음이 가능해지게 되었다는 것은 다큐멘터리 영화의 특징인 ‘현장성’이 대폭 강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고 면밀한 의미에서는 이 시기부터야 비로소 다큐멘터리 영화의 출발이라고 할 수가 있다.

또한 16mm 카메라, 일방향 마이크, 자연광을 이용한 촬영기술 등의 출현은 영화의 등장인물들에게 영화제작이라는 부담을 덜게 하여 보다 자연스럽고 있는 그대로를 카메라에 담을 수가 있게 되었고, 관객들에게는 더욱더 현실적으로 다가가게 되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현장에서 제작팀들의 관여를 대폭 축소하였으며, 이를 통해 선거운동과 같은 시민들의 현안, 축구나 자동차 경주 등의 스포츠, 또는 제반 사회문제에 대해 신속하면서도 생생한 현장성을 담보할 수 있게 하였다.

Cinéma Vérité

Direct Cinema가 현장성과 사실성에 중점을 두었다면, 프랑스에서 발전한 Cinéma Vérité는 대상의 내면의 세계를 들어내 보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1960년 Jean Rouch는 “Chronique d’un été“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는데, 그는 이 작품에서 파리의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 인터뷰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춘 Direct Cinema와는 달리 그들의 내면세계를 들어가기 위해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면 인터뷰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과 설명 넣어주세요)

Jean Rouch는 이를 통해 외면의 세계뿐만이 아니라 그들 내면의 세계를 보여주려 하였고, 단순히 들어나 있는 진실만이 아니라 감추어진 진실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더 나아가 촬영된 영상물을 피인터뷰자와 함께 보며 그들에게 자신들의 진실된 현실은 내면에 있음을 알리고 있다. 이러한 형식의 Cinéma Vérité는 ‘도발성’, ‘자신을 돌아보는 반추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다큐멘터리 영화의 한 장르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Dogma 95 선언

1995년 3월 코펜하겐에서 Lars von Trier감독과 그의 동료 Vinterberg 감독은 Doku-Drama, 또는 Doku-Soap과 같이 드라마나 극영화와 유사한 형태로 변형되어가는 추세에 반기를 들고 다큐멘터리영화의 순수함으로 돌아가지고 선언한다.

이들은 촬영은 현장에서만, 녹음은 현장의 동시녹음, 음악조차도 현장의 음악만을 원칙으로 하는 현장성을 강조하고 있다. 촬영은 흑백이 아닌 컬러 촬영, 조명이 약할 시에는 장면을 흐릿하게 처리하거나, 카메라에 전구를 달아 사용하며 특수 조명 사용은 일체 불허하고 있다. 또한 영화에서는 형식적인 행동이나 무기, 살인 등은 등장하지 말아야할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금 여기서(Hier und Jetzt) 촬영’을 원칙으로 하는 이 Dogma-Film은 현재에도 유럽 각지의 감독들의 호응을 얻으며 이 원칙에 충실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사진: Chronique d’un été의 한 장면

2020년 9월 25일, 1188호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