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학 편집장과 함께하는 역사산책(25)

세기말(19세기) 화려함이 원형 그대로 살아있는 비스바덴(Wiesbaden)

역사산책은 사건의 기록이라 할 수 있는 역사서가 아니라, 당시의 사람들 그들의 삶속으로, 그들의 경험했던 시대의 현장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기쁨과 좌절을 함께 공유하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이다.

또한 작은 벽돌 한 장, 야트막한 울타리, 보잘 것 없이 구석에 자리 잡은 허름한 건물의 한 자락이라도 내 자신이 관심과 애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면, 그들은 곧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따라서 역사산책은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일뿐만 아니라, 동시에 내 삶의 터전과의 대화이기도 하다.

도시 스스로가 빚어내는 유럽 문화의 아름다움을 체험하자

고대 로마시대부터 온천지로 알려진 비스바덴, 중세에는 북구의 니스(독일어로 Nizza)로 유럽 귀족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던 비스바덴, 근대 건축의 정수인 신고전주의, 역사주의, 유겐트스틸 등 세기말의 화려함이 원형그대로 살아있는 비스바덴.

이번 비스바덴 역사산책을 통해 독일의 전형적인 제후국가의 하나인 나사우 공국(Herzogtum von Nassau)을 중심으로 격동의 19세기의 독일 역사, 오늘날 헤센주의 탄생을 살펴보며, 더불어 그들의 삶을 직접 체험해보도록 한다.

Kranzplatz: 19세기 최고의 호텔들의 집결지

휴양도시 비스바덴의 영광이 찬란하게 꿏 피운 현장

비스바덴은 로마시대부터 온천수로 널리 알려진 곳으로 로마시대의 비스바덴 지명인 “Aquae mattiacorum 온천과 관련되어 있음이 드러나 있다.

비스바덴의 온천은 로마시대부터 개발되기 시작하였는데, 총 26개의 원천(源泉Quelle)에서 하루 260만 리터씩 솟아오르고 있고, 중요 원천들이 Kranzplatz를 중심으로 퍼져있다. 이런 이유로 오래전부터 이곳에는 온천욕을 위해 비스바덴을 방문하는 휴양객들의 중심지가 되었고, 자연히 그들의 숙소로 호텔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19세기에는 유럽에서 최고의 휴양지로 비스바덴이 손꼽히게 되어, 카루소, 괴테, 도스토예프스키, 브람스, 바그너 등 예술가들이 여름이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 비스바덴은 예술적인 영감을 주는 도시로도 유명해 졌다.

나사우공국이 성립된 1806년 이후 비스바덴은 집중적으로 발전되었고, 특히 프로이센에 합병된 1866년 이후 빌헬름황제(1세와 2세)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그 발전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유럽의 문화의 중심지이자, 휴양지, 그리고 귀족들의 외교와 사교의 중심지로 거듭나게 된다.

1840년 20,000여명의 연 휴양객들의 수가 1910년에는 그 수가 200,000명이 넘어갈 정도로 휴양객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 점에서도 비스바덴의 온천의 명성을 확인할 수가 있다.

최고급 호텔들의 집결지

Kranzplatz의 “Schwarzer Bock”호텔은 이곳을 대표하는 호텔로 1486년 문을 연,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이다.

인근의 8개의 원천에서 솟아나는 65도의 온천수(Kochbrunnen)를 사용하는 “Schwarzer Bock”호텔은 비스바덴 최고의 호텔로 명성을 누리고 있으며, 19세기의 화려한 실내장식으로 유명하며, 특히 “Ingelheimer Zimmer”는 Ingelheim 궁전의 방을 그대로 재현하여 최고의 객실로 유명하다. 현재에는 Radisson Blu 그룹이 인수하여, Radisson Blu Hotel 이름도 함께 쓰고 있다.

“Schwarzer Bock”에 관해서는 재독화가인 황수잔 작가가 본보(1207호 20면)에 자세히 소개한 바 있고, 교포신문 홈페이지에 전문이 실려 있다.

“Schwarzer Bock” 맞은편에는 Palasthotel이 있다. 직각의 건축이 아니라 둥그런 형태의 석조건물 형식으로 지어진 Plasthotel은 원래 온천 공중목용탕의 자리에 1905년 현재의 모습으로 호텔이 지어졌다. 호텔 건설현장에서 로마의 온천탕 유적이 발굴되어 완공되기도 전부터 관심이 집중된 호텔로, 로 유럽 최초로 각 방마다 전화기가 설치되었던 초현대식 호텔로, 당시 명사들의 사교장으로도 큰 역할을 해낸 곳이다.

그러나 1976년부터는 사회주택(Sozilaer Wihnungsbau)으로 사용되고 있어, 입구의 “Palasthotel”이라는 부조만이 옛 명성을 지키고 있다.

Palsthotel 옆에는 비스바덴의 랜드마크인 Kochbrunnen 광장이 자리 잡고 있다. 널찍한 정원으로 공원형태를 띤 이 Kochbrunnen에는 이른바 온천수 분수(Kochbrunnenspringer)와 피빌리온(Pavillion)과 Cafe Del Sol로 구성되어있다.

나사우공국 당시 이곳은 사회구제소가 위치하여, 시민들과 병자들을 돌보던 곳으로, 온천수를 질병치료에 사용하며, 사회사업을 펼친 곳이었다. 당시 온천수는 목욕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의 치료제로서도 효험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 일반인들도 매일 차례를 기다리며 파빌리온에서 한 컵씩 온천수를 마시곤 하였다. 또한 오늘날에는 일반인들이 식사와 음료를 즐기는 Cafe Del Sol은 원래 사회구제소로 병원역할을 하던 곳이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온천수 분수(Kochbrunnenspringer)이다. 뜨거운 분수로 알려진 이 온천수분수는 24시간 내내, 분당 360리터의 온천수를 내보내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언 손을 분수대에 담가 한기를 몰아내는 비스바덴 최고의 명물이다.

Kochbrunnen 건너편에는 웅장하고 화려하기도 한 대규모 석조건물이 있다. 주지사 집무실이 있는 주청사(Hessische Staatskanzlei)이다. 그러나 이 주청사도 이전에는 ‘Hotel Rose’로 19세기 비스바덴의 영광의 한 주역이었다.

200개의 객실, 대형 목욕 시설, 테니스장을 갖춘 이 호텔은 전성기에 수많은 저명한 손님을 맞이했으며, 제2차 세계 대전 동안 이 호텔은 프랑스-독일 정전 협정 위원회의 회의장으로 사용되었으며 1945-1948년에는 미 공군이 사용하기도 했다.

1990년대 독일 전역을 놀라게 한 부동산 중개인 Dr. Jürgen Schneider의 파산으로 고급 호텔로의 확장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2004년 헤센 주는 주청사로의 사용을 결정하여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이렇듯 Kranzplatz는 19세기 휴양도시 비스바덴의 대표적 중심지로 화려한 시기를 보냈으나, 빌헬름거리가 개발되며, 후배지로 전락하여, 오늘날에는 사회주택, 주청사 등 용도가 변경되어 옛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여담으로, 19세기 말 빌헬름 거리에 쿠어하우스(Kurhaus)가 건립된다는 소식에 Kranzplatz의 모든 호텔들이 반대하며, 쿠어하우스 건립을 저지하려 하였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Kranzplatz는 시대의 흐름에 결국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Kranzplatz의 추억을 가슴에 담고, 주청사를 돌아 Taunus 거리를 약 50m 걸어 오른편으로 만나게 되는 빌헬름 가(Wilhelmstrasse)로 걸음을 옮긴다.

빌헬름 가(Wilhelm Strasse): 비스바덴 최고 명성을 지난 거리

비스바덴 대표적인 거리인 빌헬름 거리는 서쪽으로는 비스바덴 구시가지를, 동쪽으로는 쿠어하우스, 국립극장, 공원 등 문화중심지를 사이에 두고 있는 비스바덴 대표 거리이다.

빌헬름 가의 명칭에 대해 일반인들은 프로이센의 황제 빌헬름황젱의 이름을 딴 것이라 알고 있지만, 사실은 1816년부터 1839년까지 나사우 공국을 통치한 빌헬름 1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것이다.

빌헬름 거리는 비스바덴의 도시 건축가인 크리스티안 자이스(Christian Zais)가 1810년에 계획하고 거리를 조성하였다. 빌헬름 거리는 Kureck(Taunusstraße 및 Sonnenberger Straße 교차점)에서 남쪽으로 Rheinstraße까지 이어지며 역사적인 오각형(Historische Fünfeck)의 동쪽 경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동시에 서쪽의 비스바덴 구시가지와 동쪽의 스파 및 빌라 지역의 경계를 형성하고 있다.

빌헬름 거리의 북쪽 끝에는 Kurhaus가 있는 Kurhausplatz가 오른쪽에 있고, 북쪽에는 유럽에서 가장 긴 Kurhaus 열주가 있으며 남쪽에는 인접한 헤센 국립극장의 열주가 있다. 거리 맞은편에는 프로이센의 빌헬름 2세의 아버지인 프리드리히 3세 동상이 서 있는 카이저-프리드리히-플라츠(Kaiser-Friedrich-Platz)가 있다. 그리고 고급 호텔 Nassauer Hof. 영국의 조경 공원인 Warme Damm은 빌헬름 거리의 국립 극장의 남쪽으로 뻗어 있다. 한편 Friedrichstrasse와의 모퉁이에는 황태자궁이 있는데 오늘날 상공 회의소로 스이고 있다. Frankfurter Strasse와의 모퉁이에는 문학관 Villa Clementine이 있으며, 이전 Rhein Strasse와 만나는 모퉁이인 Wilhelmstrasse 1번지에는 현재 7,500m2 면적에 현대미술관이 건립중이다. 이 현대미술관은 라인하르트 에른스트(Reinhard Ernst)의 사재로 건립되며, 그의 400여점의 소장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Rheinstrasse와 교차로의 남쪽에 있는 Wiesbaden 주립 박물관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1956년부터 2014년까지 존재했던 Rhein-Main-Hallen을 대체한 Rhein Main Congress Center가 2018년 개관하였다.

빌헬름 거리 축제

Wiesbaden에서 열리는 최대의 거리 축제로, 축제 이틀 동안 약 250,000명의 방문객이 방문한다. 매년 6월 두 번째 주말(금요일과 토요일)에 Wiesbaden의 Wilhelmstrasse와 인접한 녹지(Bowling Green 및 Warmer Damm)에서 열린다. 1977년 헤센 주립극장 개보수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되면서 시작되었다.

비스바덴에서 가장 큰 야외 행사인 이 축제는 요리 특산품, 다양한 음악과 최대 7개의 크고 작은 무대, 놀이기구 및 130개 출품업체가 있는 공예품 시장을 제공한다.

다음 회에는 빌헬름 거리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한다.

1247호 20면, 2021년 12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