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돌아와야 할 우리 문화유산
-잃고, 잊고 또는 숨겨진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24)

조선총독부가 부당 징발했지만,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문화유산들

관람객 수 세계 19위 국립중앙박물관

서울특별시 용산구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내 박물관 규모 중 최대이다. 소장 유물도 38만여 점에 이르고, 이중 신라 진흥왕 순수비 등 국보가 66점, 보물은 옛 보신각 동종 등1 60여 점이 있다.

전 세계 박물관을 대상으로 한 관람객 방문 순위에서도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 ‘2016 세계 박물관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국립박물관이 755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1위이고, 우리의 국립중앙박물관은 339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세계 19위이다.

참고로 2위는 750만 명이 찾은 미국 워싱턴의 국립항공우주박물관, 3위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으로 관람객 수가 740만 명, 4위는 710만 명이 찾은 미국 워싱턴 국립자연사박물관, 5위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으로 관람객 수는 670만이고, 642만 명이 방문한 영국의 대영박물관이 6위인 점으로 보아, 인구 비례와 전 세계에서 문화재를 수집한 다른 나라의 규모 등에 비해 뒤지지 않는 규모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국인의 역사문화유산에 대한 감수성이 대단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징발되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지역의 대표 문화유산들

국립중앙박물관 야외 정원에는 뛰어난 조형미를 자랑하는 석조물 27 점이 전시되어 있다. 전국에서 수집한 석탑과 승탑 등 불교 유물들로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것도 상당수이다.

대표적으로 경북 김천 갈항사지 동·서 삼층석탑(국보 제99호), 충북 충주 정토사지 홍법국사탑(국보 제102호), 강원 원주 흥법사지 염거화상탑(국보 제104호)과 원주 거돈사지 원공국사탑(보물 제190호) 등이 있다.

그렇다면 국보나 보물로 지정될 정도인 지역의 대표 문화재가 왜 서울의 국립박물관 야외 정원에 자리하고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총독부 등에 의해 징발, 수집되어 ‘조선총독부박물관’에 보관되었다가 현재에 이른 것이다.

갈항사지 동·서 삼층석탑은 신라 경덕왕 17년(758)에 김천 갈항사에 세워진 것으로 기단에 이두문(吏讀文)이 새겨져 신라의 이두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탑은 1916년 경복궁으로 옮겼다가 지금의 국립박물관에 있다.

충주 정토사지 홍법국사탑

정토사지 홍법국사탑은 신라 말부터 고려 초에 불교를 널리 알린 홍법국사의 업적을 기린 탑으로 탑비와 함께 1915년 경복궁으로 이전되었다. 이외에도 원주에서 이전한 염거화상탑이나 원공국사탑도 일본인들에 의해 반출된 사례들이다.

야외 정원의 석조물뿐만 아니라, 박물관 안에도 고향을 떠난 문화재들이 즐비하다.

충남 서산의 보원사지 금당에 있던 철조여래좌상은 고려 초기에 조성한 것으로 당시 서산 지역의 철기 문명과 깊은 연관이 있다. 서산 지역에는 야철지가 15곳에 이를 정도로 좋은 철광산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257센티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철불을 조성하였을 것이다. 이 철부처님은 1918년 3월에 총독부박물관으로 이운(불상이나 보살상을 옮겨 모심) 되었다가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일본으로 전해 준 백제의 칠지도를 서산시 지곡면 도성리에서 제작했다는 지역 학계의 발표 등으로 보아, 충남 서산 지역의 고대 철기 문명을 밝히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또한 청와대에도 조선총독 테라우치가 경북 경주에서 반출해 간 신라시대 석조여래좌상이 있고, 창경궁 안에도 일제강점기 당시 옮겨 온 고려 석탑이 비지정 문화재로 안내판 소개도 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전북 군산의 발산초등학교에는 완주 봉림사 터에 있던 고려석탑 등 여러 석조물을 일본인 농장주 시마타니 야소야가 옮겨 왔다가 광복 후 농장터가 학교로 사용되면서 학교 뒤뜰에 석탑 등이 전시되어있다.

이처럼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하여 전국 도처에는 일제강점기에 지역을 떠난 수많은 문화유산들이 있다.

고향으로 되돌려 주는 일은 일제 잔재 청산이며 지역의 문화 주권을 회복하는 일

2019년 전국 문화기반시설 현황을 보면 국립박물관은 서울에 14곳, 부산 2곳, 대구 1곳, 광주 2곳, 세종 1곳, 경기 5곳, 강원 3곳, 충북 2곳, 충남 7곳, 전북 4곳, 전남 2곳, 경북 3곳, 경남 3곳, 제주 1곳으로 총 50곳이다. 소장 유물 현황을 보면 지정된 국보의 절반에 가까운 49퍼센트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국립박물관은 2017년부터 국립지방박물관 브랜드 특성화 사업을 위해 지역 문화재의 이관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팥소 없는 찐빵’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에 지역민들의 문화유산 회복 요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충북 충주시 동량면 하천리 주민들은 정토사지 홍법국사탑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현재 실물 크기의 모형을 제작하여 원소재지가 하천리임을 알리고 있다.

원주 시민들은 국보 101호인 지광국사탑의 환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여 2019년 문화재청으로부터 원상 회복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충남도와 서산시는 고대 철기 문명의 근원을 알릴 수 있는 보원사지 철부처님의 제자리 봉안을 위해 환수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고, 경주 시민들도 청와대에 있는 신라 불상의 환수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민들의 환수 노력에 정부는 수동적으로 응하기보다 적극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민들의 의견을 구하는 선제적 노력이 필요하다.

2020년 5월, 「역사문화권 정비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만큼, 문화재를 점 단위의 개별적 보호 정책에서 문화유산이 탄생한 역사적 배경과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는 면 단위, 공간 개념의 보전과 유산의 가치를 발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에 근거하여 문화유산이 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연구하고 캐릭터, 브랜드를 개발하는 등 친숙하고 공감하는 입체적 콘텐츠가 더욱 많이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1273호 30면, 2022년 7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