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학 편집장과 함께하는 역사산책(45)

독일 정신의 발원지 보름스(Worms)

중세 게르만 문학 서사시 니벨룽엔(Nibelungenlied)의 전설이 전해 내려오며, 라인강이 흐르는 보름스는 루터(Martin Luther)의 외침과 종교개혁의 정당성을 이끌어낸 역사의 장소이다. 이렇듯 보름스는 자연과 개신교라는 종교 그리고 게르만족 고유의 문화를 아우르는 독일 정신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일반인들에게는 루터에 대한 종교재판이 열린 도시, 루터가 거대한 위협과 핍박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켜낸 곳으로 보름스는 잘 알려져 있다. 2021년 보름스 시는 이 종교재판을 기념하기 위해 “500 Jahre Luther in Worms”라는 표어로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하였으나, 코로나로 인해 많은 행사들이 취소되어 많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루터에 대한 종교재판의 유명세로 인해 2000년 역사 도시 보름스의 가치가 매우 제한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도 사실이다.

이번 “역사산책 보름스” 편에서는 중세시대 중요 도시로서의 보름스, 루터의 종교재판 현장,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유대인공동체 유적, 그리고 독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니벨룽엔의 노래”의 주 무대 보름스를 함께 살펴보며, 보름스를 새롭게 인식하도록 한다.

◈ 천년을 견뎌낸 보름스 대성당 1

보름스 도심의 가장 높은 지점에 위치한 보름스 대성당은 보름스 상징의 하나로서 하는 상징과도 같은 보름스 대성당은 마인츠 대성당, 슈파이어 대성당과 함께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 건축물 중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이다.

지난 회에서는 보름스 시장광장(Marktplatz)과 삼위일체 교회, 그리고 시립도서관을 함께 돌아보았는데, 그곳서 조금 더 올라가면 야트막한 언덕이 나오는데, 바로 보름스 대성당이 서 있는 보름스 시내의 가장 높은 지역이다.

보름스 대성당의 역사는 보름스 대성당의 기원은 초기 기독교 시대와 후기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최초의 보름스 주교(Berthulf, 614) 당시의 대성당은 오늘날보다 상당히 작았다.

오늘날의 웅장한 대성당 건물은 마인츠 대성당 건립을 주도한 당시 마인츠 Willigis 대주교의 오른팔이라 불렸던 Burchard 주교(1000 – 1025)주교가 보름스 성당에 주교로 부임하며 그 건설이 시작되었다. 1018년 Burchard 주교에 의해 세워지기 시작하여 1320년에 가서야 완공되었다.

앞뒤 두 개씩 솟은 네 개의 첨탑은 마치 성벽을 보는 듯하고, 검게 그을린 외벽은 단단하고 위엄 있어 보인다. 실제로 당시 기술로 몇 겹의 내진 설계가 동원된 건물이라고 한다.

앞뒤 두 개의 탑 사이에 각각 돔이 있는 구조가 특이하다. 내부 역시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인위적 조명이 거의 없어 어둡지만 엄숙한 분위기이다. 인위적으로 화려함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내부 벽에 세워진 조각이나 부조 등은 매우 수준이 높다. 또한 발타자르 노이만(Balthasar Neumann)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중앙 제단도 눈에 띈다.

보름스 대성당은 다음 회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고, 이번 회에서는 먼저 주변 유적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시간이 넉넉한 독자라면, 광장을 살펴본 후, 바로 대성당으로 오르지 말고, Neumarkt와 Andreasstraße 만나는 모서리에 위치한 Adler Apotheke를 방문하기를 권한다. 사료에 의하면 1248년 이미 이 자리에 약국이 있었다는 것이 나오고 있다. 약 900년 전이다.

현재의 건물은 19세기 바로크 양식의 대저택으로 지어져 한 때는 귀족이 거주하여 “Palais Prittwitz” 라고도 불렸는데, 2차세계재전 당시 폭격의 피해를 입지 않은 몇 안되는 건물 중 하나이다.

Andreasstraße를 따라 올라가면 건너편 모퉁이에 2021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유대인 묘지인 “Heiliger Sand”가 나온다. 약 2,500개의 보존된 묘비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058년의 것이며 가장 최근 것은 1930년대의 것이다.

1304호 20면, 2023년 2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