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문화사업단의 문화이야기

교회를 중심으로 독일의 고딕양식을 살펴보다(3)

유럽에서의 건축양식은 교회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고 할 수 있다.
종교가 정치를 지배했던 중세시대, 교회가 각 도시의 중요 건축물이었고, 그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며 르네상스 이전 시대까지 약 900여 년 동안 유럽 건축양식의 중심이자 그 발전과 변화의 기준이었다.
문화사업단은 독일의 대표적인 고딕양식 교회와 그 도시를 소개하며 독자들의 독일 도시 탐방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울름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 울름 대성당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에 인구 11만의 소도시 울름(Ulm)이 있다. 이 도시는 신성로마제국의 직할도시였으며 14~15세기에는 상공업과 예술, 인쇄술이 번영하였던 곳이다. 비록 현재에는 과거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동차, 전기기기, 금속, 섬유 등의 공업과 의학, 자연과학계의 대학과 연구소 등이 있는 도시이다. 한편으로 고대의 유적이 많으며 독일 사람들이 가장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도시로 꼽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울름은 2차세계대전에서 많이 파괴되었지만, 전쟁 후 도시를 제대로 재건하는 데에 힘을 기울였는데, 당시의 도시재건의 주제는 ‘타협’이었다. 한 편으로는 아름다운 복원, 다른 한 편으로는 현대화였는데 이것이 성공함으로써 울름시는 자신만의 독특한 형상을 띄게 되었다. *

물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첨탑 “신의 손가락”을 가진 울름 대성당은 여전히 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이고. 대성당 광장은 역사와 미래가 멋지게 결합한 곳으로서 믿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한 장소이다. 그러나 대성당이나 대성당 광장만으로 울름을 다 말할 수 없다. 아름다운 시청 쪽으로 불과 몇 걸음만 옮겨도 울름의 다양한 지난 시간들과 만나게 된다.

1370년대 생겨난 상점은, 그후 1419년 처음으로 시청으로서 표기되었고, 1520년에는 화려한 장식의 천문학 시계가 설치된 시청은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시청 계단에서는 알브레히트 루드비히 베르블링어의 행글라이더 모형과 만나게 되는데, “울름의 재봉사”라는 이 전설적 인물이 만든 비행기구는 비행은 유감스럽게도 성공하지 못했어도 오늘날에 보아도 그저 감탄사만 나오게 된다.

대성당 광장과 시청 사이에 “노이에 미테(Neue Mitte)”가 조성되었는데, 신구 건물이 이곳에서는 하나의 복합체로 어우러진다. 그들이 서로 다양하게 대조를 이루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곳에 위치한, Stadthaus는 뉴욕 출신의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한 건물인데 현대 건축의 기념비로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예술, 문화, 인간, 그리고 멋진 도시가 서로 만나게 해주는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울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울름 박물관으로 고고학 전시품 중에는 “사자 인간”과 같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것은 인간과 동물을 모티브로 한 조각으로서 약 3만 년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밖에도 1945년 이후의 유럽과 미국의 주요 예술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도시 건물 중에서, 옛 도시 성곽에 부속되어 있던 두 개의 탑도 눈에 들어온다. 1345년에 세워진 이들은 각각 거위 탑, 정육점 주인의 탑이라고 불리는데, 그보다 울름의 기울어진 탑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울름 특유의 일화가 숨겨져 있다.

그에 따르면, 이 탑의 이름은 어느 푸줏간 주인의 이름에서 유래했는데, 그는 자신이 만드는 소시지에 톱밥을 섞어 넣었다고 한다. 시민들은 이 사실을 알게 되자 그를 탑에 가두었고. 뚱뚱했던 이 자는 성난 시민들이 쇄도하자 두려움에 탑 구석으로 몸을 숨겼고 그래서 탑이 기울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탑은 기울어져 있는데, 진짜 이유는 지반이 예전에는 습지였기에 지반이 침하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한다.

울름대성당

울름에는 세계의 교회 건축사에서 괄목할만한 건물이 있다. 바로 울름 성당이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이 교회의 첨탑은 높이 162m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162m의 높이는 일반 건물로 하면 40여 층에 해당하는 높이이다. 물론 신이 우선하던 시대인 중세때는 하늘에 있는 신과 가까이 한다는 사상적 배경에서 교회는 점점 높게 건축되었으므로 울름 성당의 모습은 종교건축의 완성기인 고딕시대에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즘과 같은 첨단의 건설기계가 없는 상황에서 이 정도 높이의 첨탑은 경이롭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울름 성당은 1377년에 착공하여 1383년에 내진을 헌당하였다. 공사가 거의 완공된 시점에서 중단되었다가 1844~1890년에 정면의 종탑 상부가 완공되었다.

본당은 1471년 완공되었으나 탑은 재설계로 1472년에 착공하여 1492년에 완성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첨탑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다. 그리고 1543년의 전쟁으로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17세기 종교개혁 운동이 한창일 때 우상파괴주의 신교도에 의하여 손상되었다. 그리고 1844년 복원을 시작하여 1890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완공되었다. 약 500년에 걸친 대공사였던 셈이다.

당초의 계획은 3개의 건물이 같은 높이를 유지하는 계획이었으나 이를 고쳐서 중간부분에 열주를 두었다. 아케이드와 고창 사이에는 높이 12m의 장식이 없는 벽면을 둠으로서 2층 구조가 되었다. 정면의 파사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대한 종탑의 상부는 투조형식이며 석조로 되어 있다. 성당의 내부는 15세기의 벽화, 스테인드글래스, 조각 등으로 장식되어 독일 고딕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유럽인들에게 성당은 단순히 교회건축이 아니고 문화적 산물이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울름은 이렇듯 다양함과 함께 중세의 아름다움도 간직하고 있는, 도시 전체가 문화유적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이다.

1304호 23면, 2023년 2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