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승 한의사의 건강칼럼(121)

만성 痛症(통증)의 치료법은 通法(통법)이다.

병원 치료를 받아도 별 효과가 없고 평생을 안고 살아야 되는 만성통증을 가정에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사람들이 의사한테 가거나 입원하는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통증이 아닌가 싶다. 나이가 들어 몸의 흐름이 약해질 경우 통증은 더 심해진다. 통증이 나타나는 확실한 원인을 안다면 치료하기가 쉽겠지만, 별의별 진단을 다 해보아도 원인이 나타나지 않은 통증은 환자들을 힘들게 하는 질병이다.

不通側痛(불통측통-통하지 않으면 아프다)이라는 원칙이 있듯이 모든 통증은 통하지 않는데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혈 증의 원인을 분석해 본다면 신체의 혈액이 너무 탁하거나, 흐르는 통로가 장애를 받거나, 흐름에 도움을 주는 인체의 氣(기)가 약해서 생기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어혈 증을 치료하려면 약해진 기를 補(보)해주고, 탁해서 흐름이 막혀있는 그곳을 다시 흐름이 좋게 해 준다면 치료가 된다고 설명할 수 있다. 약해진 기를 보하는 데는 음식이나 약, 운동이 있다 하겠고, 막혀있는 곳의 흐름이 다시 원활하게 하려면 한방에서는 침이나 瀉血(사혈-흐름이 막혀있는 곳을 피를 내서 흐름을 다시 원활하게 하는 방법)방법 외에도 뜸, 그리고 마사지등이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침 치료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이는 할 수가 없다. 그에 반해 사혈이나 쑥뜸, 마사지 같은 방법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이론을 이해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겠다, 물론 허가된 자 외에는 영리를 목적으로는 안 되지만 가족까지 또는 지인들 끼리 본인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필자는 이번호부터 그 많은 통증을 전부 소개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의 치료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통증을 소개하면서 각 가정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치료법을 좀 소개할까 한다.

사혈(瀉血)

먼저 사혈에 대한 이야길 해보자. 사혈은 대한 여러 가지 설이 많지만 임상 경험을 토대로 ‘이정도면 동포들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은 내용만 소개하고자 한다.

사혈은 가정에서 음식을 먹고 체했을 때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 약간의 피를 내는 방법도 사혈의 일부분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허지만 간곡히 부탁드리는 것은 사혈을 하는 원인을 분명히 이해해야 되며, 한국의 어느 단체처럼 무조건 사혈만 해야 병이 치료된다는 생각으로 너무 과한 사혈을 해서 오히려 몸을 더 망치고 심하게는 생명까지 잃게 되는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말라는 부탁이다. 필요한 만큼만 하라는 것이다.

고국에서도 보면 침을 놓는 사람은 모든 병은 침으로만 치료가 되며, 뜸으로 치료를 하는 사람들은 모든 병은 뜸이 아니면 치료가 되지 않는다며 자기 것만 주장하는 단체들이 많은데, 필자는 항상 환자의 상대를 보고 병증에 맞는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항상 주장한다.

치료방법을 현대의학이냐 전통의학이냐를 선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서로 장점을 접목시켜 치료를 한다면 금상천화일 텐데 남의 것은 무조건 배척하는 생각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들이 아닌가 싶다. 사혈은 전통의학의 소유물인 것처럼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서양에서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흔하게 피를 뽑아내는 치료법을 시도해 왔다한다. 역사적으로는 히포크라테스가 활약한 기원전 5세기부터 약 100년 전까지 널리 이용된 치료법의 하나라 한다. 히포크라테스 학파의 이론을 공부하고, 이를 더욱 발전시켜 근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역사 상 가장 오랜 기간 의학을 지배했다는 평가를 받는 갈레노스는 4체액(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설을 더욱 발전시켰으며 몸에 들어 있는 체액에 불균형이 발생할 때 병이 난다는 이론으로 이를 바로잡으려는 방법 중 하나로 사혈을 소개함으로써 오랜 동안 사혈이 질병치료를 위해 이용되는 계기가 되었다 한다.

지금도 이곳 독일에서도 어혈 부위에 거머리를 부착시켜 피를 거머리가 빨아내게 하는 방법도 일종의 사혈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어쩜 한방의 음양의 조화를 중하게 생각하는 이론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대목이다.

그러나 피를 여러 번, 많이 뽑아내는 것이 꼭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지나친 사혈은 금하라는 필자의 또 한 번의 부탁이다. 미국의 조지워싱턴도 공식적인 사망원인은 인후염이지만 사실은 과한 사혈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몸에 잘 흐르지 못한 피 전체를 뽑아낼 수는 없다. 그러다가는 사망한다. 체하면 손가락을 따 주듯이 막혀있을 때 흐르도록 숨통만 열어주어 스스로가 몸의 기혈운행을 정상화 할 수 있도록 이끄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중요하다.

우선 몇 환자들의 치료 예를 들추어 보기로 하자. 40대 중반 여성이 찾아왔다. 왼쪽 하지 안쪽으로, 그러니까 하지 안쪽 무릎과 內踝(내과-발의 안쪽에 있는 복사뼈)사이에 15cm되는 반경으로 색이 어두워지며 판자처럼 단단해지면서 통증이 심해, 의사한테 찾아갔더니 다리를 절단해야 된다고 하는데 방법이 없겠느냐며 찾아왔다. 4번의 사혈을 해 주었더니 모든 것이 정상으로 되었다.

그 후에 그 여성 환자의 지인이 같은 증상으로 의사한테 갔더니 같은 이야길 한다며 같이 찾아와서 같은 방법으로 치료를 해준 적이 있다. 며칠 전이다. 15년이 넘게 우리한테 다니며 치료를 받으며 많은 지인들을 소개한 사람인데 하지가 부어오르고 통증 때문에 잠을 못자고 일도 못한다며 찾아왔다. 몇 주 전 의사한테 찾아갔더니 Blutvergiftung(Sepsis-혈액중독)이라며 항생제를 복용했는데 차도가 없다며 찾아온 것이다. 하지를 만져보니 부어있고 단단하기가 널빤지 같았으며 상처부위를 만지기만 해도 아프다고 고함을 지른다.

당장 사혈을 했는데 흘러나온 혈액의 1/3 은 피, 1/3은 물, 1/3은 마요네즈 같은 하얀 액체가 흘러 나왔다. 필자가 사혈을 여러 번 해보았지만 그런 액체가 흘러나온 것은 처음 보았다. 그 환자는 2번의 사혈을 하고 전에 같은 생활을 되찾았다.

필자는 ’모든 만성병은 어혈증이다‘ 라는 학설을 항상 체험하게 된다. 모든 만성병의 치료법은 通法(통법)이라는 학설, 다시 말해 만성 통증은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면 치료가 된다는 원칙이 성립된다.

1230호 25면, 2021년 8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