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바덴 버스 기사 최원호가 들려주는 버스와 그 이상의 이야기 3

독일 대중교통 알아보기 (2)

Tram (Straßenbahn)

일반 도로에서 운행되는 트램 © 최원호

독일에서는 슈트라센반이라고 하는데요, 한국에서는 트램이라고 보통 알려져 있습니다. 트램의 경우는 일반적인 도로위에서 주행을 하며, 때론 버스 또는 승용차들과 차로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유럽의 경우는 오히려 지하철보다 트램의 역사가 더 길기 때문에 트램을 당연히 대중교통의 한 분야로 오랫동안 인식을 해왔습니다.

따라서 일반 도로에서 승용차들과 같이 다니며 운행하는 것이 낯설지 않습니다. 승용차 운전자들도 운전면허를 배울 때 트램이 운행하는 도로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배우기 때문에 생각보다 사고가 많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트램은 일반 도로에서 운행하기 때문에 정시성을 맞추는데 지하철이나 전철보다는 불리할 수 있습니다만 다른 모든 운전자들보다는 우선권을 갖고 있습니다. 신호등이 고장난 교차로 혹은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는 트램이 무조건 우선 통행권을 갖고 있으며, 트램이 승객 승하차를 하기 위해 정차하는 경우엔 뒤따르는 승용차 운전자들도 무조건 정차를 해야합니다.

선로 설계상 트램이 도로 중앙에 정차하여 승객을 승하차 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도로 중간에 내려서 승용차들이 다니는 차로를 지나 도로 가장자리 인도까지 걸어와야 하는데 승강장 없이 어떻게 도로 한 가운데에서 승객을 승하차 시키는지 한국인으로써 처음 독일에 왔을 때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Regiobus (광역버스)

시내 중앙역에 위치한 버스터미널,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 최원호

독일의 광역버스는 한국의 광역버스와도 같은 개념입니다. 도시 내에서 운행되는 시내버스와 달리 인접도시간 혹은 같은 생활권인 서로 다른 도시를 연결하는 버스가 광역버스입니다. 급행형태로 운행하는 경우도 있어서 한국과 거의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고 대부분 서울 인근에 많은 인구가 몰려 있기 때문에 광역버스의 수요가 대단하지만, 독일의 경우는 한국에 비해서는 인구밀도가 낮고 시 외곽으로 나가는 경우엔 대부분 시골마을이기 때문에 이용패턴이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내버스 처럼 정류장과 정류장 사이의 간격이 멀지 않으며 운행되는 버스 차종도 일반 시내버스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광역버스의 집결지가 되는 중심도시의 경우 시내에 광역버스 터미널이 따로 있습니다. 한국의 터미널처럼 큰 규모는 아니지만 승하차 플랫폼이 여러개 있어서 각 방면별로 버스를 기다리고 승차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시내버스

효율적 대량수송을 위해 운행되는 굴절버스 © 최원호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버스입니다. 주로 도시내에서 운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시경계밖에 인접한 마을까지 운행하기도 합니다. 베를린이나 뮌헨, 함부르크 같은 대도시의 경우는 시내버스를 급행버스, 메트로버스와 일반버스로 구분하기도 하는데요, 급행버스는 일부 정류장을 정차하지 않고 건너뛰는 방식으로 승객 승하차 수요가 많은 정류장만 빠르게 연결하는 버스입니다.

메트로버스는 시내 간선구간에 사람들이 비교적 많은 노선에서 10분 이내의 배차간격으로 운행됩니다. 버스는 전통적으로 사람들의 수요가 있는 구간을 돌고 돌면서 운행하는 것이 특징인데, 일반 버스에 비해 메트로버스는 큰 도로망을 기준으로 가급적 직선화 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독일의 대중교통은 기본적으로 한 노선이 2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데 메트로버스는 10분 이내의 배차간격으로 비교적 자주 다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최근 들어 2층버스가 보급되는 등 차종 다변화가 시도되고 있습니다만, 독일 및 유럽의 많은 도시들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굴절버스가 일반화되었습니다. 많은 승객 수요를 10분 배차 혹은 20분 배차로 감당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대용량 굴절버스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장거리 교통

이번엔 장거리교통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죠.

대표적인 장거리교통수단인 독일 고속열차 ICE © 최원호

장거리교통의 범주에는 50km이상 운행하는 도로, 철도교통을 의미합니다. 승객수송 뿐만아니라 화물운송도 장거리교통에 포함되기 때문에 화물열차나 화물트럭들도 장거리교통수단에 포함됩니다.

원래 유럽국가에서 장거리교통수단은 철도가 대부분이었습니다. 2012년까지는 광역철도노선을 보호하기 위해 독일내에서는 장거리 고속버스를 운행할 수 없었는데요, 이 규정이 2013년도부터 완전히 풀리면서 정류장간 거리가 50km 이상되는 장거리 고속버스를 독일내에서도 운행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이후 독일 및 유럽국가들은 고속버스붐이 일어났고 고속버스업계간 모노폴리 치킨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2013년 부터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한 장거리 고속버스 © 최원호

고속버스붐으로 인해 장거리 철도교통이 큰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고속철도 ICE는 여전히 가장 많은 여행객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입니다. 고속버스의 등장 이후에 장거리 철도요금이 많이 저렴해 지고 있어서 철도 수익성 측면에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승객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좀 더 저렴한 가격에 티켓을 구입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한국의 경우 고속철도 KTX의 등장 이후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이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만, 독일은 여전히 고속철도 ICE와 일반철도 IC가 여전히 같이 운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에 비해선 땅도 넓고 사방팔방으로 철도망이 연결되어 있기때문에 여전히 다양한 객차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1250호 18면, 2022년 1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