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바덴 버스 기사 최원호가 들려주는 버스와 그 이상의 이야기 (6)  

독일의 대중교통 요금제도 ③


필자는 한국에서 15년 동안 버스전문 인터넷사이트를 운영하며 버스에 관련된 다양한 글을 집필하였다. 버스에 대해 더 경험하고 배우고자 자동차의 본고장인 독일로 이주하였으며, 인터넷사이트 buslife.kr을 통해서 한국의 버스문화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글을 게재하고 있으며, 한국운수산업연구원이 발행하는 계간지 <버스교통>에 독일버스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승차권의 다양성

얼마나 많은 종류의 승차권이 있는지는 아래의 표로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일반 승차권, 단거리티켓, 철도카드할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정기권이 존재합니다. 일반 승차권 기준으로 보면 한국에 비해 비싸거나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데이티켓 혹은 정기권으로 보면 한국의 대중교통 요금에 비해 저렴해 지기도 합니다. 독일 전역이 모두 동일하지 않고 지역마다 연합회마다 고유의 요금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편차가 있습니다.

왼쪽위 : 하노버 지역 GVH 연합회에서 발행하는 일일권 (탑승 후 스탬프를 찍어야 유효)
왼쪽중간 : 비스바덴 RMV 연합회의 일일권 (스탬프 찍을 필요 없음)
왼쪽아래 : 비스바덴 시에서만 발행하는 와인축제티켓. 티켓 구매자는 축제행사장에서 2유로 상당의 와인 또는 음료수 1잔 무료.
가운데 : 본지역 VRS에서 발행하는 4장 선구매 티켓 (탑승시마다 스팸프를 찍어야 유효)
오른쪽위 : 함부르크 HVV에서 발행하는 9시이후 탑승 가능한 그룹일일권 (스탬프 찍을 필요 없음)
오른쪽아래 : 뮌헨 MVG에서 발행하는 일일권 (탑승 전 혹은 후에 스탬프를 찍어야 유효)

※ 제가 있는 곳 비스바덴시 기준 RMV 요금제도를 설명드립니다.

비스바덴은 RMV 통합요금제 요금권역 13에 해당하며 기본 거리비례요금을 적용하지 않고 별도의 자체 요금을 적용합니다.

  • 일반 승차권 (성인 / 어린이) 어린이 기준 : 만 6 ~ 14세

한국에서 여행 오시는 분들은 1회용 권이라고 생각하시는데요, 무료 환승이 가능한 승차권입니다.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가는 일반 승차권은 이동경로 상에 있는 교통수단을 모두 이용할 수 있으며 횟수에 상관없이 무료 환승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다시 거꾸로 돌아오는 경우엔 적용이 되지 않고 새로운 티켓을 구입해야 합니다. 환승을 하는 경우에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환승대기시간을 벗어나면 해당 티켓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거리에 비례하여 티켓의 유효시간을 예상 할 수 있습니다.

연합회 혹은 지역에 따라서 90분 혹은 2시간으로 명확하게 시간을 규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일반 승차권의 철도회원 할인

독일철도 DB는 철도회원 할인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정금액의 연회비를 납부하는 경우에 철도요금의 25%, 50%, 100% 할인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장거리철도 승차권 할인 뿐만 아니라 지역에 따라 철도회원카드 소지자가 버스나 지하철 같은 시내 대중교통요금을 할인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적용범위는 연합회와 독일철도 DB의 계약관계에 따라 결정되므로 지역편차가 많습니다.

  • 단거리 티켓 (성인 / 어린이)

지역에 따라 규정이 다르지만 제가 거주하는 지역을 기준으로 설명드리자면, 최대 2km 이내에 위치한 3정거장까지만 이동하는 경우에 유용한 티켓입니다. 일반 승차권에 비해 많이 저렴하기 때문에 단거리 이동 승객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되지만, 간혹 이를 악용하는 승객들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 5장 혹은 10장 선구매

이 티켓도 모든 지역에 다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편차가 많습니다.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긴 하지만 1회성으로만 이용해서 일일권이 필요없는 승객들이 미리 5장이나 10장을 구매하면 조금 더 할인된 가격으로 티켓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RMV 관할지역중에서도 유일하게 비스바덴만 5장 선구매가 가능합니다.

  • 1등석 추가요금

독일은 전철과 광역전철이 일반석과 1등석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추가요금을 내면 1등석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일반석을 이용하기 때문에 1등석에 자리 여유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거리 이용승객들이 종종 이용하곤 합니다.

  • 데이티켓(일일권)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는 티켓으로 RMV 비스바덴 기준 €6.00 입니다. 일반권이 €3.00 이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왕복하는 승객은 무조건 일일권을 사는게 유리합니다. 2017년엔 일일권 가격이 €6.70 이어서 왕복 2회만 이용하는 승객은 일반권을 두 장 사는것이 저렴했지만 2018년 개편때 €5.35로 대폭 할인하여 일일권 사용을 권장하였고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일반권 사는 것보다는 일일권을 이용하는 것이 여전히 유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서 일일권 사용시간 범위가 다른데요, 저희 지역은 당일 막차까지(대략 발권일 다음날 새벽 2~3시)까지 데이티켓이 유효하지만, 발권시간 기준으로 24시간을 적용하는 지역도 있습니다. 그런 지역은 48시간 혹은 72시간티켓 등도 운영합니다.

  • 그룹데이티켓 (5인 일일권)

그룹데이티켓은 최대 5명까지 이용할 수 있는 티켓으로 2인 이상 대중교통 이용시 사용할 수 있는 티켓입니다. 일일권 2장보다 저렴한 가격에 5명까지 이용할 수 있으므로 주말에 가족단위로 나들이 간다면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티켓입니다. 인원이 많아지면 택시나 자가용 이용이 유리해 지는게 정석이지만 대중교통 이용을 유인하기 위해서 이렇게 파격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구요, 따라서 택시나 자가용 이용보다도 더 경쟁력이 있게 됩니다.

  • 헤센티켓 (5인)

하루종일 헤센주내에서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입니다. 36유로의 가격이라 다소 비싸 보일 수 있지만 최대 5명이 이용할 수 있고 헤센주가 앞서 말씀드렸듯 동서 140km, 남북 200km의 거리임을 감안하면 저렴한 가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 1주일권, 1개월권, 1년티켓

말 그대로 1주일 혹은 한달이나 1년간 유효한 티켓입니다. 가격비교를 해보겠습니다.

1일권 – €6.00 / 1주일 – €25.70 / 1개월 – €87.30 / 1년티켓 – €873.00

이렇게 요금을 비교해보니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혜택을 많이 주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1일권 요금 대비 1주일권 요금이 저렴하고, 1주일권에 비해 1개월 티켓이 할인혜택이 더 많고, 1년 티켓은 대략 10개월치 요금정도로 장기권으로 갈수록 할인혜택을 많이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년 티켓의 경우, 오전 9시 이후에만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의 종류가 추가적으로 있는데요,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1년 티켓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출근시간을 피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인데요, 굳이 아침일찍 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는 승객들에게 유리한 플랜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 이후에만 버스를 이용할 수 있구요, 주말에는 오전 9시 이전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 학생티켓 헤센

학생들은 대중교통의 주요 고객중 하나입니다. 이런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요금제도 있는데요, 헤센주의 경우 1년 €365.00의 요금(하루 €1.00 의 요금)으로 헤센주 전체를 다닐 수 있는 학생티켓도 있습니다. 1년치를 한번에 결제하는 경우 €365.00 / 매달 결제하는 경우는 €372.00를 매달 나눠서 분납하면 됩니다.

  • 클레버카드

클레버카드는 마인츠지역(라인란드 팔츠 주)에서 사용하는 학생티켓입니다. 하지만 마인츠나 라인란드 팔츠 주에 거주하는 학생이 헤센주(RMV 통합요금지역)에 있는 학교에 다닐 수도 있기 때문에 RMV에서도 클레버카드를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이 경우 RMV 대중교통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집과 학교 사이의 노선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지역별도 다양한 티켓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이 정도로만 설명을 드려도 큰 윤곽으로는 대부분 설명이 다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티켓의 종류 자체가 없고 성인, 학생, 어린이로만 구분하고 있으며 현금승차 혹은 카드승차만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하게 대중교통 요금을 운영하는 것이 새롭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