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준
(이글은 우리 주변의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제5장
잔잔한 음악이 흐르며 최순애가 하얀 소복 차림으로 나타나 흐느끼듯 말을 했다.
(Recitatico) “ 산이 아빠!! 나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내가 당신한테 너무 충격적인 말을 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자기 남편을 다른 남자와 비교해서 비아냥거리는 것이라 했습니다. 나는 당신이 광철이 오빠 말을 하면은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생각, 당신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 광철 오빠 이야기를 꺼내 당신을 정신 차리게 하려 했던 내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그런 비참한 일을 당신이 저지르게 한 내 잘못이 커요.
용서 해줘요 그리고 광철이 오빠 미워하지 마세요. 그 분 심성은 착한 분입니다. 이제 난 당신을 용서 했으니 다른 좋은 여자 만나서 남은 인생 행복한 날을 보내세요. 산이를 위해서도 꼭 그렇게 하세요. 내 마지막 소원입니다. 사랑합니다.”
최순애의 모습이 사라지고 다시 설동일의 독백이 이어진다.
“이제 까지 한 차례도 꿈에 나타나지 않던 당신이 부활절 날 당신과 함께 즐기던 로렐라이를 찾아 가기로 한 날 당신은 꿈에 나타나 이 말을 남기고 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 길을 선택 했습니다. 내가 속죄 할 수 있는 길 오직 이 길을 선택, 후회가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오빠 광철이를 만나 내 잘못을 빌겠습니다.
이제 마음이 후련 합니다.
며칠 전 부모를 잘 못 만나 고생하고 있는 산이를 찾았습니다. 입양 가정에서 훌륭하게 자라 김나지움에 다니는 산이를 먼 발취에서 바라보고 왔습니다.
내가 무슨 낯으로 산이 앞에 나타나 내가 네 아버지라고 말 할 용기와 면목이 없었습니다.
걷잡을 수 없이 흐르는 뜨거운 눈물에 옷이 흠뻑 젖어도 아랑곳없이 학교에 가는 산이 뒤 모습만 한 동안 바라보고 왔습니다.
이제 당신의 모습도 비록 꿈속이지만 보았고 산이가 훌륭히 자라는 모습도 보았으니
나 갈 길을 찾아 가렵니다.
제6장
설동일이 머리를 땅 바닥에 조아리며 사죄를 하고 있는 순간에 짱!! 한 사나이가 등장한다.
덥수룩한 수염에 잔인한 인상의 김광철이 등장한다.
그 뒤로 목에 까지 문신을 한 민둥머리의 젊은 사내가 허공을 향해 날리는 권투 스파링 자세를 취하며 광철이 뒤를 따라 등장했다.
“너 이놈! 동일아 너를 만나기 위해 오랫동안 이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 왔다.
너의 손에 무참히 주검을 당한 최순애는 전쟁고아로 수원 희망 보육원에서 나와 함께 오누이처럼 자랐다.
군 제대를 마치고 순애를 찾아 간 나는 청청 하늘에 벼락같은 말을 마리아 독일 수녀님한테 들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 고아로 자라던 시절 마리아 수녀님이 들려주던 독일 민요 ”로렐라이 언덕“을 찾아 순애가 파독 간호사로 독일로 떠났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고 순애를 찾아 나도 파독 광부를 지원 독일에 왔다.
수소문 끝에 순애를 만났으나 순애는 나보다 동일이 너를 사랑한다는 싸늘한 말에 눈물을 삼키며 나는 순애가 원하는 행복을 위해 비통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마리아 수녀님이 늘 불러 주던 로렐라이 언덕 노래와 전설을 찾아 독일 간호사를 택한 착하고 순진한 순애를 카지노에 미쳐 살해하다니 짐승만도 못한, 너 이놈 동일아! 나는 절대 너를 용서 할 수 없다. 오늘 내 손에 죽을 각오를 해라”
권투 스파링 동작을 하면서 쫄랑거리고 있던 민둥머리가 조용히 표정을 가다듬으며 정중하게 “성님!! 어떤 새끼가 성님 맴을 그토록 상하게 했는가 하고 오늘 그 새끼를 만나면 손 좀 봐주려고 벼르고 왔는데 저 사람이 울먹이며 하는 말을 듣고 보니께 내 맴도 괜히 슬퍼지네요.
어차피 저 인간 내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제 발로 제 갈 길을 찾아 갈 모양인 것 같으니 성님! 저 사람이 말한 대로 그냥 놔둡시다. 요상허게도 이 기분에 손에 피 묻히기가 싫어지네요.
성님 부탁을 거절해서 죄송하구만이라. 암튼 오늘 두 분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 보닝께 나도 왠지 맴이 슬퍼지네요.
남녀 사랑 이야기는 나한테는 너무 사치스러운 일 같아서 사랑을 모르고 살아 왔는데 사랑이란 것이 이처럼 남자들의 마음을 울릴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네요. 이제 두 분의 사랑 타령 그만 듣고 싶네요.“
광철이와 순애 사이의 과거사를 듣고 조폭 사내의 넋두리를 들은 동일이는 다시 절규한다.
”광철이 너와 순애씨 사이의 사연을 듣고 보니 이 살인자가 이 세상에 살아 있을 이유가 더욱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 광철이 친구한테 마지막 부탁이야… 부활절 날
로렐라이 순애씨와 신혼여행을 갔던 그 자리를 찾아 내 잘못을 빌고 싶다.
만일 내가 다시 광철이 네 앞에 나타나면은 네가 원한대로 복수를 해도 나 원망치 않을 테니 부활절 순애씨와 장래를 약속했던 로렐라이 미녀상을 마지막 볼 수 있게 선처를 해줘. 나의 마지막 부탁이야.“
”좋다. 나도 동일이 네가 몰랐던 사실을 털어 놓고 보니 마음이 후련하다. 동일이 너도 네 손에 죽은 너의 아내 순애와 나 사이 이야기를 들었으니 너 스스로 네 운명을 결정하길 바란다. 이것이 너와 같이 독일 땅을 밟고 막장에서 땀을 흘린 동료의 마지막 배려이며 억울하게 죽은 순애의 영혼을 달래려는 나의 마지막 소원이라고 생각해라.“
1379호 16면, 2024년 9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