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법제도(17): 독일의 입법심사의 체계와 심사기준
입법심사의 체계와 방법론①
입법자가 입법에 관한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 헌법과 헌법에 내재하는 헌법원칙을 준수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나, 그 이외 입법자가 어떻게, 어떠한 내용으로 어떠한 형식으로 그리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고 생활사안을 법적으로 규율할 것인가라는 점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자유를 누리며, 이것을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gesetzgeberische Gestaltungsfreiheit)” 내지 “입법재량(Gesetzgebungsermessen)”이라고 한다.
이러한 입법자에 대한 형성의 자유 내지 재량의 존재근거는 입법권에 내재하고 있다. 입법권은 주권자의 의사로서의 일반적․추상적 법규범을 정립하는 의회의 기능이며, 그 의사의 구체화에 있어서는 일정의 재량의 존재가 필요불가결하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주의국가에 있어서는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원리와 권력분립의 원리를 기반으로 하면서 이들 원리를 유효하게 기능시키는 역할을 거둔다.
입법자는 입법에 있어서 국민의 의사에 부응하여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고, 그것을 법규범으로서 정립하는 때에 그 판단 및 의사결정에 있어서 광범한 재량을 행사할 필요가 있게 된다. 나아가 헌법이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헌법을 구체화하기 위하여 입법재량의 행사가 필요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 경우 입법자가 입법재량을 적절하게 행사함으로써 정치적, 경제적 및 사회적 상황에 부응하는 법률을 제정할 책무가 부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입법자는 법률을 제정하기 위하여 일반적․추상적으로는 입법사실을 인식하고 그에 대응하는 입법정책을 선택함으로써 개별구체적인 법률을 헌법, 법률 또는 규칙에 정해진 절차로 심사를 행한다. 그리고 입법재량은 입법자가 입법작용을 행하는데 발생하는 제문제에 관해 다양한 입법의 요소에 관해 행사되며 그곳에 입법재량의 일탈․남용이 있다면 당해법률은 위헌이 된다.
따라서 입법자가 이러한 고려를 게을리 한다면 이른바 법률이 위헌으로 판단될 위험성을 부담하게 되며, 결국 입법자는 수립하려는 법질서가 법적 안정성을 상실하지 않고, 규범영역사이에 모순과 부조화가 발생하지 않으며 법질서 또는 규범영역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지 않도록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는 입법자가 입법에 즈음하여 “장래의 사실(zukünftige Tatsachen)의 정신적 선취”로서의 “예측”을 논리일관성(Schlüssigkeit)의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하여 입법자는 효과적인 입법을 위하여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입법방향을 설정하지 아니하고 또한 그 입법의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은 객관성을 구비한 그리고 주관적으로 최대한의 개연성으로서 선택하여야 하는 예측확실성(Prognosesicherheit)을 가지고 입법에 임하여야 할 의무가 부여되어 있는 것이다.
법률은 사회적 인식이나 예측에 의거한 사회과정의 제어를 위한 도구일뿐 아니라 인간행동의 사회윤리적․법적 평가이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사회질서․국가질서에 대해 광범위한 예견할 수 없는 효과를 지닌 법률을 제정하는 경우에는 국민은 불확실한 상황에 처할 위험이 있게 되는 것이며, 그것은 결국 법률의 실효성면에서 그 타당성의 면에서도 실패한 것이 되는 것이다.
– 예측정합성을 위한 입법심사기법의 필요성
이와 같이 법률결정의 내재적 통제의 수단으로서 입법자의 예측의 합리성, 설득성, 정합성, 논리일관성을 요구하는 하나의 심사방법을 고려하는 경우 입법자의 주관적 사정을 배제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의한 입법형성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면 입법자의 예측정합성(Prognosestimmigkeit)이라는 시점에서 법률결정의 내재적 통제의 수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그런데 이 입법자의 예측에 대한 적절한 통제수법을 마련하는 것은 예측의 불확실성 내지 합리성의 결여로 인하여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며, 나아가 입법자의 예측은 정치적 결정과 정치적 행위에 있어서 본질적․불가결의 요소이며 그 결정은 장래의 사회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예측의 당부를 둘러싸고 정치적 대결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성격을 가지는 입법자의 예측적 결정에 대해 적절한 통제수법을 마련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우나, 그러한 통제수법의 마련이 입법자의 예측적 결정을 합리적으로 유도하고 예측의 불확실성을 가능한 축소할 수 있다면 결국 입법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 된다는 점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입법자가 어떤 법률을 제정하려는 경우에는 불확실한 예측에 의거하기 보다는 이용가능한 경험적 자료와 경험칙을 진지하게 활용하여 입법화로 인하여 예견되는 영향을 가능한 확실히 평가하여야 한다. 또한 입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입법수단을 채용하는데 있어서도 수단의 목적적합성의 견지에서 당해 조치가 설정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적합한 것인가의 여부를 충분히 검토하고 심사하여야 한다.
이러한 입법자의 평가와 실험상의 판단은 법률 그 자체의 합헌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며, 입법자의 행동이 객관적으로 부적합한 평가와 실험상의 판단으로 연결되는 경우에는 재판, 헌법재판을 통하여 엄격히 심사된다.
국가의 입법활동에 있어서 일정한 심사체계와 방법론을 부여한다는 것은 입법의 무절제한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는 측면 뿐만 아니라, 입법과정에서 자주 지적되는 경솔함을 방지할 수 있으며 나아가 입법의 현상에 평가를 가함으로써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입법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입법심사에는 제정하려는 법률의 구체적 내용의 합리성, 과학적 기초의 토대위에서 구체적 상황과의 관련에서 취급하는 요소, 자료의 취사선택과 정도, 제반요소의 평가 및 대체안의 선택 등의 과정이 엄격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1232호 29면, 2021년 8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