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연재] 해로 – 111회: “이렇게 행복한 여행이라니!”

기적은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다. 우리는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힘든 일이 있을 때 하나님께 기도한다. 그리고 그 일이 이루어졌을 때 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성경에는 하나님이 하신 많은 기적 이야기로 가득하다. 모세가 홍해를 가르고 출애굽에 성공하였고, 예수님은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먹이셨고, 물로 포도주를 만들었으며, 죽은 나사로를 살리셨다. 믿기 어려운 기적 같은 일이기에 ‘믿음’이 있어야 믿을 수 있다. ‘기적은 믿는 자에게 일어난다’라는 말을 좌우명처럼 수첩에 써놓고 성도들을 위해 많은 기도를 하던 때가 있었다.

기적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100년을 사용해도 여전히 건강하게 뛰는 어르신들의 심장과 여전히 냄새를 맡고 소리를 듣고 살아가는 것이 기적이다. 기적은 지금도 우리에게서 일어나고 있다.

파독 1세대 어르신들을 섬기는 해로에서도 기적 같은 일을 날마다 경험하고 있다. 해로는 파독근로자 어르신 15명과 봉사자 5명 모두 20명이 함께 한국방문을 하였다. 대부분이 환자인 어르신들과 2주 동안의 고향 방문을 꿈꾸는 것은 기적을 바라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 여행을 무사히 마치는 것도 기적과 같은 일이다.

해로 존탁스카페에서는 지난 10월 10일부터 24일까지 13박 15일의 한국방문을 하였다. 기적 같은 일을 도전하게 된 것은 기적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기적은 기적을 믿는 자에게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 기적을 이루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기에 오랫동안 기도하며 믿음으로 준비하였고, 그 기적과도 같은 일이 우리에게 현실이 되었다.

해로 존탁스카페는 한국의 (사)호스피스 사랑의 울타리(이사장 박남규 목사)와 함께 혼자 힘으로 도저히 고향 방문을 하기 어려운 파독 1세대 어르신들의 마지막 소원인 “고향 방문”을 위해 오랫동안 기도하였다. 그리고 그 기도가 기적과 같이 응답 되어, 비록 작은 인원이지만 고향 방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희망자 신청받아서, 설문조사를 통해 고향과 가고 싶은 곳을 파악하였고, 그것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여행 코스와 여행 계획을 세웠다. 전국을 돌아야 하는 여행 코스라 최소 2주 정도의 일정은 되어야 했다. 해로의 준비팀에서 일정표를 만들어서 고향 방문지역을 전라권, 경상권, 수도권의 세 지역으로 크게 나누어 여러 차례 여행을 위한 시뮬레이션을 하였다.

인천공항 고향방문 환영

이번 고향 방문은 전주, 광주, 순천을 거쳐 통영, 부산, 경주에서 고향을 방문하였고, 서울로 올라와 수도권 지역의 고향을 방문하였다. 어르신들의 건강과 연세를 고려하여 한 지역에서 이틀 이상을 머무르며 고향 방문과 방문지의 주요 관광지도 둘러보며 조국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경험하는 복합적인 일정으로 진행하였다. 오랫동안 많은 기도로 준비하여서 어르신들의 건강과 진행에 큰 어려움이 없이 편안하고 행복한 여행이 되었다.

광주지역을 방문할 때는, 동생과 함께 남원의 부모님 산소도 방문하여 부모님의 은혜와 사랑에 감사하며 눈물로 인사를 드린 어르신도 있었고, 통영 고향을 방문하여 ‘가고파’를 노래하신 이모님도 계셨다. 또 방문하는 지역마다 가족과 친척들과 친구들을 만나 함께 식사도 하고, 오래간만에 얼굴을 맞대고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를 하며 오래 쌓아둔 회포를 풀기도 하였다.

예전보다 많이 연약해진 모습을 보며 맞잡은 손을 놓지 못했고, 헤어질 때는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는 가족들도 많았다.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는 모르지만, 얼굴을 마주 보며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기쁨이 있기에 고향 방문은 모두에게 큰 의미를 남겨 주었다.

우리 어르신들은 어디를 가든지 ‘애국자’라는 칭찬과 환대를 받으며 그동안의 노고와 헌신한 것에 대한 마음의 보상과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특별히 호스피스협회의 임원들이 공항으로 나와 환영하였고, 가는 곳곳마다 현지 교회와 지인들의 많은 환대를 받았다. 초청 예배와 식사 초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정성껏 준비한 작은 선물들로 우리 어르신들의 여행을 즐겁게 해주었다.

식사 때마다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식사로 고향의 맛을 즐기며 많이 행복해하셨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도 가보지 못한 롯데타워도 올라가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 하나로 발전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며, 나라가 가난할 때 파독 근로자로 일하며 나라와 가족들을 위해 헌신한 일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청와대, 경복궁, 전주한옥마을, 순천만정원, 통영 케이블카, 경주 불국사와 첨성대, 동궁과 월지의 야경 등 한국에서도 빼어난 관광지를 둘러보고 맛있는 음식을 드시며 ‘우리가 이렇게 행복한 여행을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라고 하시며 감격해하셨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 파독 근로자 어르신들의 소원을 이루어드리기 위해 많은 분이 기도하며 애써 왔기 때문이다. 또한 어르신들이 행복하다면 자신들을 희생해 가면 섬기는 해로의 봉사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파독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 외국인노동자로 와서 희생하고 헌신한 어르신들의 노고를 잊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 믿는다.

기적은 기적을 믿는 사람에게 일어난다. 우리 해로는 앞으로도 우리에게 이루어 주실 하나님의 놀라운 기적을 믿으며, 우리 어르신들이 행복해지도록 기적의 역사를 펼쳐갈 것이다. 기적을 믿는 분들의 기도와 성원을 부탁드린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히 하지 못할 일이 없느니라 하시니라.”(마가복음 9:23)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384호 16면, 2024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