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 KoreaVerband
제7화-베를린 소녀상 못다한 이야기

당신의 이야기로 아리를 지켜주세요!

베를린 모아빗(Moabit)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있습니다.

아르메니아말로 ‘용기’를 뜻하는, ‘아리’라는 이름입니다.

아리 곁으로 날마다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인연이 이어지고,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납니다.

손수 만든 목걸이를 걸어준 여성 동화책과 사탕을 놓고 간 아이

세계 여성의 날, 장미꽃을 선물한 이주민 청년도 있습니다.

너무 추워 보인다며 목도리를 둘러주는 할머니,

하필이면 한복을 입어 부담스럽다는 한인유학생도 있습니다.

일본에 세우지 않고 왜 독일로 가져와 말썽을 피우느냐,

아시아 때문에 코로나로 고생하고 있다며 역정을 내던 인종차별주의자들은

동네 아주머니들한테 날벼락을 맞기도 했지요.

©Dong-Ha Choe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더 많은 일본인들과 얘기하고 싶은 동기가 됐다는 일본인도 있습니다. 모아빗 할머니네에 놀러올 때마다 아리의 손이 차갑다고 감싸주는 어린 손녀딸도 있습니다. 아리 주변을 청소하고 행인들에게 아리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킴이는

오히려 아리가 당신을 지켜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아리는 이렇게 모아빗 주민이 되었습니다.

말을 걸고, 귀를 기울여 주었습니다.

누군가의 친구가 되어 주었고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 주었습니다.

독일 하나우 총기난사 테러를 추모하는 촛불이 켜집니다.

미국 애틀란타 총격사건 희생자들의 이름도 불립니다.

전쟁 반대와 국가주의 반대도 외칩니다.

일상적 여성 성폭력과 여성 살해를 뿌리 뽑자 합니다.

반식민주의,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FLINTA*, BIPOC,

모든 인종을 포함하는 기억문화,

우리의 입을 틀어막는 모든 종류의 억압과 폭력에 저항하자 합니다.

당신에게 ‘아리’는 무엇인가요? 우리에게 ‘아리’는 어떤 의미일까요?

베를린 자작나무길, 아리의 이야기를 채집합니다. 마음속에 묵혀 두었던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아픈 이야기, 기쁜 이야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어느 나라 언어이건 상관없이 당신에게 편한 언어면 됩니다.

글쓰기가 불편하면 소녀상 앞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도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로 아리를 지켜주세요!

* 이야기 보내실 곳: mail@koreaverband.de, 기한: 4월 31일까지

아리를 철거시키기 위한 일본의 압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애초에 소녀상 설치를 허가한 미테구는 소녀상이 머물 수 있는 기한을 올해 9월 28일까지로 못을 박았습니다.
아리는 베를린 시민들의 것으로, 국가가 세운 것이 아니라 진정한 평화와 정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이 직접 세운 기념비임을 알리고자 합니다. 아리가 주민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이곳에 살고 있는 한인들에게는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독일 정치인들에게 알리고자 합니다.
이주민들의 역사도 독일 역사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아리를 지키는 데 큰 힘이 됩니다!

1262호 17면, 2022년 4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