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8천 5백7십1만7천 74원

지금으로 부터 64년 전, 나는 전라북도 전주시에 위치한 전주북중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 당시 집에서 학교까지를 가려면, 꼭 지나가야 하는 중국집이 있었는데, 그 근처를 지날 때면 환상적인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특별히 짜장을 볶아대는 냄새가 나를 미치게 만들었습니다. 일부러 천천히 걸으면서 그 냄새를 마음껏 즐기기도 했지만, 그 당시 우리 모두의 형편들이 어렵게 살 때여서 일 년에 한, 두 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짜장면이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갑자기 나의 아버지가 소천하시고, 4남매의 장남이었던 나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소년 가장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저히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해 학교를 포기하고, 이종사촌 누나가 사는 전라남도 광주를 홀로 찾아 갔습니다. 그 때 제 나이 열여섯 살이었습니다.

누나의 알선으로 처음 얼마동안 빵집 심부름꾼으로, 일하다가 그 후에는 중국집으로 옮겨서, 나는 정말 신들린 사람처럼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도 먹고 싶어 했었던 짜장면을 배 터지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1998년, IMF가 대한민국을 강타 할 때,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되어 간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나는 문득, 소년 시절의 배고팠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나라가 이렇게 힘들어 진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이 짜장면 한 번도 제대로 먹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의논한 끝에 열 명의 아동들을 돕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서 이렇게 20년 동안 지속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2021년 12월31일까지, 독일 교민 여러분이 후원해 주신 후원금 누계 금액은 (1,085,717,074)원 입니다. 독일 내 여러 지역 의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들이 동참해 주셨고, 천주교 모임에서도 도움을 주셨습니다. 간호협회는 물론, 그 동안 독일 땅에서 주류를 이루고 살아온 간호사 분들과 광산에서 근무하셨던 아빠와 엄마들이 한국의 불우 아동들의 부모 역할을 해 주셨습니다.

그 외에도 태권도 도장을 운영 하시는 분, 병아리 감별사를 하시는 분, 작은 사업을 운영 하시는 분, 직장에 다니시는 분, 어려운 유학 생활 속에서도 고국의 아동들을 돕겠다고 마음을 다해서 보내온 후원금들이 모여, 지금까지 고국의 많은 불우 아동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독일인들도 이 소식을 듣고 함께 동참해 주신 분들도 있습니다. 오늘 교포신문의 지면을 통해서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저희 한국 어린이 재단(초록우산)이 모금한 총 액수는 <1,674억 원> 정도 입니다. 경제가 어렵다고 말들 하지만, 대한민국 사람은 누구나 불우이웃을 도우려는 따뜻한 마음들이 있어서 후원 금액은 해가 갈수록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저희 어린이 재단은 수년 전 부터 동남아 국가는 물론, 아프리카의 가나에 1만 명 이상, 남 수단에 1만2천 명이상, 르완다에 4천 명 이상, 모잠비크에 천오백 명 이상, 브르키나 파소에 천구백 명 이상, 세네갈에 4천3백 명 이상, 시에라리온에 7천4백 명 이상, 에티오피아에 6만4천 명 이상, 우간다에 2만3천 명 이상, 잠비아에 250명 이상, 그리고 캐냐에 1만4천 명 이상 등, 아직도 자립하지 못하고 있는 국가의 어린이 들을 돕고 있습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도 대한민국은 이모저모로 도움의 손길을 펴 오고 있음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따뜻한 마음들이 온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습니다.

제가 20년 이상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 독일 후원회의 심부름꾼 역할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몇 가지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제일먼저, 불우 이웃을 돕는 일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신 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는 개인과 국가는 반드시 발전하고 부흥 된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발발 했을 때, 대한민국 정부는 과거 6.25때 우리를 도왔었던 에티오피아에 제일 먼저 도움의 손길을 폈습니다.

저희 어린이 재단(초록우산)이 돕고 있는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 들 중, 에티오피아의 어린이가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월등하게 많은 것을 보아도 대한민국은 과거에 입었던 사랑과 은혜를 잊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아무 조건 없이 불우 이웃을 돕는 자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 진다는 것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현재 소년 가장을 돕고 계시는 후원자님 들 대 부분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무 조건 없이 남을 돕는 순간, 가장 많은 엔돌핀 생성이 있기 때문 입니다. 엔돌핀의 생산이 많을수록,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증가하여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제가 20년이 넘도록 교포신문의 지면을 통해서 수없이 강조해 온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가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입니다.

그 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하나님의 본체라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분이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 하셨고, 그 분이 우리 인류를 구원해 주시려고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실상,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떠나서는 아무 것도 설명이 되지 않는 존재 입니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우리를 창조하신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주인으로 마음속에 품고 사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요, 진정으로 성공한 인생을 사는 자입니다. 전쟁 때문에 생사의 기로에서도 자신의 조국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보호하심이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드리는 임소정 아동의 어머니는 병원 응급실에서 아동을 출산 하였고, 이틀 뒤 병원에서 퇴원 한 후, 연락이 두절 되었습니다. 할 수없이 시설 입소가 결정 되었고, 그 후, 어머니와 연락이 되었으나, 소정 아동 외에도 3명의 자녀가 있어, 아동을 안정적으로 돌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아동은 시설에 입소해서 성장하고 있으며, 곧, 초등학교 2학년이 됩니다.

출생당시 미숙아로 태어나 신생아 인큐베이터에서 생활했지만, 현재는 건강하게 성장해 또래 아동과 비슷한 발달 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순하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성격의 아동은, 원내에서도 잘 적응하고 지내고 있으며, 학교생활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만들기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미술 시간을 무척 좋아 합니다.

교민 여러분의 따뜻한 격려와 사랑은 소정 아동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소식을 기다립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박 해 철 선교사 드림.

1259호 34면, 2022년 3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