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호스피스선교회와 베를린 사단법인 ‘해로’ 업무협약 체결

고국에서 삶을 마감하기 원하는 파독 근로자의 입원과 장례 및 자연장지 안장 등에 협력키로

샘물호스피스선교회(이사장 원주희 목사, 명예 이사장 손봉호 박사)와 독일 베를린 사회복지 사단법인 해로(대표 봉지은)는 지난 7월 26일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 고안리에 위치한 샘물호스피스에서 호스피스 발전과 교류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업무협약에는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고, 호스피스 교육과 봉사 발전을 위해 상호 협력하며, 파독 근로자가 죽음이 임박한 경우나 고국에서 삶을 마감하기 원하는 경우에 한국에서의 입원과 장례 및 자연장지 안장 등을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샘물호스피스는 한국에서 처음 독립형 시설 호스피스 프로그램을 시작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호스피스 입원 병원이다. 100병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병원 위쪽 3천평 터에는 ‘죽음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자연 잔디장’을 마련하고 공동 추모관을 만들어 떠난 이를 기리고 있다. 또한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통해 삶의 마지막에 사회적, 영적 고통을 쓰다듬고 위로해 주는 기관으로 섬김과 봉사의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해로는 2006년부터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해 온 재독동포 봉지은 씨가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2015년에 설립한 단체이다. 재가형 호스피스, 일상생활 지원, 가사활동, 정서지원 등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며, 소정의 교육을 받은 자원봉사자들이 협력하고 있다. 2022년부터는 독일의 교포신문과 협력해 건강 요양 지원처를 신설하고 서비스를 독일 전역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파독 산업전사들이 고향을 떠난 지도 어느덧 60년이 돼 간다. 생존과 꿈의 경계선에서 동시대를 감내해야 했던 꽃다운 청춘들은 이제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다.

지하 수천미터의 막장에서, 산업기능공이나 병아리 감별사로, 고단한 간호사·간호보조사로 일하면서 감내하고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희망과 돌아갈 고향이 있고 기다리는 가족이 있었기에 가능했을지 모른다.

일찍이 사별하고 혼자 거주하는 한 파독 광부는 “하루하루 나이 들어 가는 게 지하 막장 천 미터 속에 늘상 갇혀 있는 기분이거든. 샘물과 해로 협약 소식과 보내준 탁트인 잔디장을 사진으로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이젠 죽을만 하겠다 싶다”고 전했다.

고국 방문 중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한 파독간호사는 “이곳에 와 묻힐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름없이 살아온 우리를 기억해 주는게 고맙고 이제는 가족있는 고국땅에 누울 자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샘물호스피스선교회와 사단법인 해로의 업무협약으로 생전 고국 땅에 묻히고 싶어하는 파독 산업전사자들의 바람이 이뤄지고 노년의 삶이 죽음을 마주하던 지하 막장 천미터의 기억이 아닌 돌아갈 본래의 고향이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기사제공: 사단법인 해로

1278호 9면, 2022년 8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