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스루에 한인회,
청명한 가을날, 칼스루에 한인회 소풍행사 개최

가을이 절정에 와 있던 지난 10월 29일 오후, 칼스루에 한인회(회장 이종원)의 가을소풍 행사가 하겐바흐 오두막에서 있었다.

매년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열리지만 이번엔 특히 신세대 신임회장인 이종원씨가 취임한 후 처음 갖게 된 가을소풍 행사였다.

행사 날짜가 정해지면 몇 주 전부터 날씨 예보에 민감해지는데, 칼스루에 한인들의 바램이 하늘에 전달되기라도 한 듯 이날은 날씨가 청명하고 포근하기까지 하였다.

기다렸던 날, 서둘러 오전 일정을 마무리하고 소풍에 장소에 도착하니, 그릴 오두막에 걸린 우리말과 독일어로 된 칼스루에 한인회 휘장이 반갑게 환영해 주었다. 차를 주차하고 오두막으로 향해 걸어가는 동안에 여기저기 아는 반가운 얼굴들이 서로 이름을 부르며 우리말로 인사를 건내는데, 굽신굽신 응수를 하며 들어선 오두막엔 음식상 이미 다 차려져 있었다.

이종원 회장을 비롯한 회장단의 연령이 젊어진 덕분인지 미리 와서 숯불고기와 음식상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덩달아 젊어보였다. 뿐만 아니라 자리를 잡고 앉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젓가락과 접시 음료 컵까지 각가 구비한 분위기이다. 가을 소풍 행사 공고를 하면서 음식과 음료를 주최인 한인회에서 준비를 하니 식사도구는 각자 준비해서 오라고 당부를 하였던 덕분이리라.

소풍 날을 기다리느라 여러 날 허기진 때문일까, 뭉근하게 끓인 미역국을 담고 고추절임 쥐포구이 미나리겉절이 깻잎장아찌 오이김치 호두땅콩조림 오이겉절이 총각김치 배추김치 등의 반찬에 숯불에 갓 구운 불고기까지 얹었던 것을 단숨에 비웠다.

부른 배를 무시하고 한 차례 더 돌며 이번엔 맛난 것만 골라서 먹었다. 음식의 맛이 좋았던 것은 물론이고 디저트 접시며 음료잔을 들고 이곳 저곳 옮겨 앉으며 담소할 때의 맛도 간이 딱 맞게 좋았기 때문이다.

행사는 그렇게 느릿느릿 계획이 있는 듯 없는 듯 흐르다가 이종원회장이 좌중 앞으로 나왔다.

이종원회장은 “바쁜 가운데 우리 한인회 가을 소풍에 오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만나서 교류함으로써 서로에게 격려와 위로가 되고, 우리 칼스루에 한인사회도 성장하고 발전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행사를 위해 도움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며 특히 나이드신 분들께 건강하시길 당부드린다.”고 인사를 하였다. 박수 갈채가 끝나자

이날 특별손님으로 멀리에서 참석한 비스바덴 한인회 조윤선 회장이 소개되었다. 칼스루에와 비스바덴, 서로 거리는 다소 멀지만 두터운 우정으로 맺어진 두 한인회의 교류가 보기에 좋은 순간이었다.

이어서 칼스루에 한인회 새 임원진 소개에 들어갔다.

(왼쪽부터)이종원회장, 이점순 총무부장, 최인선 청년부장, 조명성 대외협력부장, 안말순부회장, 정연호 서기

이 회장은 행사를 준비하고 수고한 임원진들을 앞으로 불러 일일이 호명하였다. 새로운 임원진은 안말순 부회장, 이점순 총무부장, 박정자 회계부장, 조명성 대외협력부장, 김성렬 홍부보장 정연호 서기, 최인선 청년부장이다. 특히 최인선 청년부장 이날 행사에서 마셨던 음료 전부를 기부하였다고 한다.

우리 음식과 담소로 풍성했던 한인들의 숲 잔치

소풍하기에 좋은 날씨는 공놀이하기에도 좋았다. 아이들을 동반한 사람들은 여러 공들과 놀이기구를 준비해 왔고, 한인회 차원에서도 여러 단체놀이도 마련했다. 그러나 이미 무르익고 있던 담소를 멈출 수 없었고, 만찬 후 부른 배를 어쩌지 못하고 앉아만 있게 되니, 차린 음식의 맛이 너무 좋았던 것도 유해 요소가 되었던 셈.

그래도 몇몇은 배구와 축구를 하고 아이들은 그네나 놀이기구를 타는 등의 매우 자유로운 소풍의 2부 순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가을 정취는 역시 숲이라 하면서 라인강변 숲으로 막 쏘다니기 산책을 하는 무리도 있었다. 따라나선 아이들은 도토리를 줍고 숲새들이 그 옆을 수다스레 따라다니며 참견했다. 10월 햇살이 종일 내리쬐던 라인강가 숲엔 활엽수 가지에 매달린 단풍에서나 발 아래 밟히는 낙엽에나 가을 냄새가 물씬 풍겼다.

이날 무리지어 담소를 하는 중에 가장 공감을 한 이야기 거리는 아픈 사람이 다른 때보다 많다는 것이었다. 칼스루에 한 곳에서만 몇십 년을 살면서 이제는 친지나 다름없는 정을 나눠온 사람들이니 만큼, 투병 중인 한인회 식구들의 안부를 전해 듣는 것이 애틋하고 안타까웠다. 단순한 독감을 비롯하여 시기가 시기인 만큼 코로나에 감염되어 집 밖 출입도 하지 못하는 이들이 다수, 이들의 쾌유를 염원한다는 말이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 자주 들렸다.

코로나를 앓고 나서 머리가 백발이 되었다거나, 요 몇 년 사이 나이 든 느낌이 부쩍 더해져서 거울보기가 부담스러워졌다는 말은 이제 너무 평범한 일상 대화가 되었는가 싶다.

여기 저기 쑤시고 걷기 불편할 만큼 아프지만 의사들 진료일정 얻기도 용이하지 않다는 하소연에는 같이 앉아 있던 이들의 의학 지식과 정보를 서로 나누는 지혜의 장이 되기도 하였다.

행사의 첫머리에 회장 이종원씨가 ‘어르신들의 건강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여서 소풍을 잘 마친 후에도 그 의미를 곱씹게 된다.

이영수기자 karlsruhe-lee@hanmail.net

1289호 10면, 2022년 11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