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소리, “하늘과 땅을 향한 노래” 공연 성공적으로 개최

‘딴-딴-따단-딴-딴-딴…’ 바그너의 웨딩마치에 맞춰 마치 벚꽃이 봄바람에 휘날리듯, 연보라색, 하늘색 드레스를 입은 하늘소리 단원들이 어여쁜 신부처럼 우아하게 무대로 입장하였다.

인생의 화려한 무대는 자식들과 손주들에게 모두 내어주고 잠잠히 뒤에 서 있어야만 했던 70, 80 여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분홍색 립스틱에 발그레한 볼, 한껏 멋을 낸 머리색 등, 자신들의 초대에 기꺼이 응해준 소중한 청중들에게 멋진 음악을 들려줘야 한다는 부담을 잔뜩 안고, 긴장한 모습들이 역력했다.

3월 18일(토) 16시 프랑크푸르트 라인마인한인교회에서 열린 “하늘과 땅을 향한 노래“ 공연에서 출연진들은 약 1시간 남짓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며, 26명의 단원들은 오직 앞에 서 있는 지휘자만을 한 눈으로 응시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성공적인 공연이란, 끝까지 준비한 곡들을 두 다리로 서서 불러내는 것, 박자를 놓치지 않고 시작하고, 마지막 음을 한 목소리로 마치는 것, 틀려도 내색하지 않고, 여유를 잃지 않는 것, 가사에 담긴 메시지를 진심으로 불러내는 것 등, 여느 합창단의 기준과는 사뭇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다리 수술을 앞두고 있는 사람, 오랜 허리질환으로 고통 받아 왔기에 무대에 서는 한 시간을 위해 독한 진통제를 먹고 선 사람, 온갖 병원진료와 검사로 아슬아슬한 몸을 이끌고 선 사람, 눈이 침침한 사람, 한쪽 귀가 안 들리는 사람 등, 도무지 무대에 설 컨디션이 되는 이를 찾기가 어려운 단원들이었다.

이런 악조건 가운데 그 누구도 무대에 서는 것을 강요받지 않았지만, 하늘소리 단원들은 기필코 3월 18일 청중과의 약속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지켜냈다.

2015년에 4명의 단원을 시작으로, 음악에 대해, 찬양에 대해 더 이해하고자 모이게 되었던 하늘소리가 2022년 4월에 처음으로 ‘드림과 나눔’이라는 주제로 콘서트를 주최하였다.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친 후, 우리들도 무대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충분히 감동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음을 확인한 하늘소리 단원들은 또 다시 1년의 시간을 들여 두 번째 콘서트에 도전하였다.

이번 콘서트의 주제는 ‘하늘과 땅을 향한 노래’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콘서트는 1부 합창 세 곡 ‘하늘을 향한 노래’, 2부 두 명의 소프라노 솔로 및 바리톤 솔로, 그리고 몸으로 부르는 노래인 몸찬양(뮤지컬)을 통해 ‘하늘과 땅을 향한 노래’, 3부는 ‘땅을 향한 노래’인 합창 세 곡을 준비 하였다.

1부의 첫 곡은 굴곡진 삶을 살아오는 동안 체득한 평안의 비결이 담긴 ‘내 평생에 가는 길’을 오직 하늘소리 단원들만이 담아낼 수 있는 진심의 목소리로 불러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오직 한 분만이 내 영혼을 채워주었다는 고백 ‘Keiner ist wie Du’를 두 번째로 불렀다.

1부 마지막 곡으로는 가곡의 시인 슈베르트가 그 누구보다 섬세하게 작곡한 ‘Psalm 23’을 독일어로 불렀다. 눈앞에 펼쳐지듯 쓰여진 슈베르트의 시편 23편은 너무도 아름다운 곡이지만, 그만큼 섬세한 음악적 표현과 까다로운 화성이 요구되었고, 뿐만 아니라 수많은 독일어 가사를 유연하게 표현하는 것은 실로 엄청난 도전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이 곡을 포기하려는 시도도 수차례 하였다. 그러나 하늘소리 단원들은 피나는 노력으로 까다로운 독일어 가사 시편23편을 푸른 초장에서 뛰놀듯 불러냈다.

2부에선 하늘소리 단원 중 소프라노 두 명이 독창을 하였다. 그 첫 곡으로 소프라노 임신애씨가 Fauré의 Requiem, Op.48의 ‘Pie Jesu’를 부르며 이 땅에 평화를 주러 오신 예수님의 메시지를 전하였다. 두 번째로는 소프라노 송영애가 ‘주기도문’을 불렀다. 하나님의 아들로 이 땅에 오셔서 천국을 선포하고, 하나님과 사람을 하나로 연결한 예수 그리스도의 기도가 담긴 곡이다.

세 번째 순서는 하늘소리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몸 찬양이다. 누가복음 15장을 배경으로 ‘돌이킴의 축복’이라는 주제로 총 16명의 단원이 열연을 하였다. 연출과 감독은 이은경이 맡았다. 2부의 끝순서는 특별출연으로 바리톤 고윤진이 ‘거절할 수 없는 사랑’을 통해 2부 모든 순서에 담긴 메시지를 고스란히 표현하였다.

3부는 ‘땅을 향한 노래’를 주제로 3곡의 합창을 준비하였는데, 첫 곡은 ‘Oh, Happy Day’였다. 빠른 템포와 엇박자, 솔로와 합창의 주고 받는 선율을 리드미컬하게 표현해야 하는 곡인데, 보통 솔리스트가 솔로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하늘소리는 단원들이 솔로의 몫까지 도전하여서 불러냈다.

두 번째 곡은 영화 ‘시스터액트1’으로 잘 알려진 ‘I Will Follow Him’을 한국어 가사로 고쳐서 신나게 불렀다. 마지막 세 번째 곡은 청중들을 향해 온 마음으로 축복하며 ‘주 너를 지키시고’를 불렀다.

마지막 ‘아멘’의 가사를 끝으로 노래가 마무리 되었지만,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감동이 현장을 가득 메웠고, 한참이 지나서야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으며, 그제야 무대 위에서는 안도의 한숨과 해맑은 미소가 피어났다. 앵콜 순서가 되자 긴장이 제대로 풀린 하늘소리 단원들은 낼 수 있는 모든 진심의 소리를 담아 청중들에게 하늘의 메시지를 노래하였다.

사실 우리들의 어머니, 할머니가 꽃 같은 모습으로, 화려한 무대 위에 건장하게 서 계신 모습만으로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런데 이분들이 만들어내는 거친듯하지만 따뜻한 온기가 담긴 진솔한 하모니는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들을 수 없는 묵직한 감동을 품고 있다.

두 번째의 도전도 성황리에 마쳤기에 아마도 하늘소리 단원들은 또 다시 내년을 꿈꾸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것이다.

기사제공: 하늘소리

1308호 13면, 2023년 3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