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스루헤 한인회(회장 이종원)는 지난 5월 13일 예년과 다름없는 라인강가 하겐바흐의 그릴 휘테에서 봄 소풍 행사를 가졌다.
행사의 시작을 12시 30분으로 예고했지만 자리 정돈과 먹거리 준비를 위해 온 많은 인원들로 일찍부터 북적였다.
멀리 카이저스라우턴에서 온 이학구, 이데레사 부부도 인원 중에 있었다. 특히 그들은 교포신문의 행사 게시판에 게재된 칼스루헤 한인회 봄소풍 안내를 읽고서 1시간 반 주행(카이저스라우턴에서 칼스루헤까지)을 마다 않고 왔다 하였다. 아는 이도 없고 칼스루헤 지역도 낯설었지만 한국말, 한국 사람이 그리워서 주저 없이 달려왔다 하였다.
자연, 사람, 음식이 더 없이 풍족했던 날
벽난로 겸 그릴에서 적절히 익은 불고기 냄새가 풍겨 시장기를 상기할 때쯤, 긴 나무탁자에는 우리음식으로 차려진 환영 점심 뷔페식사가 시작되었다. 행사장에 오며 각자 음식 한두 가지씩 가져와서 식탁에 올려놓기만 했을 뿐인데, 늘 그렇듯 훌륭한 진수성찬이 되었다.
식탁 옆에서 즉석에 구워내던 야채전은 부추 맛이 진한 봄맛이었다. 이 맛의 정체를 두고 ‘파전’인지 ‘야채전’인지 이도저도 아니면 ‘부침’인지 무리지어 갑론을박을 하기도 하였는데, 칼스루헤 한인가족이자 한국어로 시까지 짓는 노베르트씨도 그 중심에 있었다.
음식이 낯설어서 주저하는 이들에겐 솔선하여 우리 맛을 설명해주고 기꺼이 권하였다.
반갑다는 인사를 빌어 우리 야채의 모종 나눔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들깨모종, 적치마상추 모종 등, 주고받는 이들의 선한 기쁨이 구석구석에서 피어올랐다고나 할까.
식사와 후식 시간이 자유롭게 흐르는 중에 무리지어 강가나 들로 산책을 하며 5월의 한때를 즐겼다.
오후 3시가 되어 칼스루헤 한인회 회원들의 회의가 이종원회장 주재로 시작되었다.
그는 먼저 이 좋은 5월에 행사를 찾은 이들에게 감사하고,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청명한 날씨에도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또한 며칠 전에 참가했다는 파독광부 60주년 행사의 감회를 여러 차례 전하였다. 독일 땅에 처음 정착하고 낯설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터전을 잡았던 우리의 어르신들의 노고에 숙연해졌다는 그는,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동안은 우리 한인회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겠다는 다짐을 말했다.
순서에 따라 감사부장인 김수동씨가 상세한 감사보고를 하였다. 이어 회장이 칼스루헤 한인회의 새로운 가족을 소개하겠다 하고, 제주도를 고향으로 둔 부은실씨와 그녀의 부군인 악셀 바우워씨를 앞으로 불러세웠을 때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한국에서 잠시 방문한 김승혜씨(김승자씨 동생)도 반가운 박수갈채를 받았는가 하면, 먼 거리에서 왔으므로 일찍 자리를 떠난 이학구씨와 이데레사씨 부부도 함께 소개되었다.
이어진 시간에는 2주 후에 개최될 ‘프랑크푸르트 총영사배 남부지역 한인 배구대회’ 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팀을 구성하고 응원단을 모집하는 등 구체적인 논의를 한 뒤 전체 회의가 마무리되었다.
야외 놀이를 위해 주최 측에서는 각종 공들과 놀이 도구를 준비했다고 하였다. 그러나 수시로 차려낸 각종 주전부리와 음료를 먹고 마시는 가운데 대화에만 집중하는 추세였다. 또한 바자회를 열 예정이라며 미리 공고까지 하였지만 이 역시 그 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하는 이날의 분위기를 이길 수 없었다. 주최 측은 준비가 미비했다며 바자회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고 알렸다.
코로나 시국의 종료가 사람들의 마음을 전례 없이 활짝 열어재꼈을까, 해가 저물고 있음에도 칼스루헤 한인회 가족들의 대화는 점점 깊어 갔다.
이영수기자 julee33333@gmail.com
1315호 10면, 2023년 5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