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지난 7월 2일 아네스 김은희(1958.3.20-2024.06.10) 겸임교수의 추도식이 베를린 자유대학 한국학과 연구소에서 있었다.
이 추모식에는 100여 명의 학생들과 학과 졸업생들이 참석하여 고인의 명복을 빌고, 애도 및 추모를 표했으며,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하였다. 유가족 대표로 두 자녀가 참석하였으며 예술인으로 활동하는 박동명 바이올린리스트가 추모곡을 연주하였다.
다음은 자유대학 한국학과장 이은정교수의 추도사 전문이다.
“김은희 선생님을 추모하는 이 자리에 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은희 선생님은 지난 17년 동안 한결같이 저희 베를린 한국학과를 지켜주신 큰 산과 같은 분이셨습니다. 학생들을 본인의 자식처럼 생각하시는 분이었습니다.
그 힘든 병마와 싸우면서도 한 번도 힘든 얼굴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한 번도 수업을 중단하지 않으시고 언제나 웃는 얼굴로 학생들을 격려해 주셨습니다.
그런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너무 많이 그립습니다. 선생님께서 우리 연구소의 일원이 되어 주신 것은 우리에게 커다란 행운이었습니다.
김은희 선생님은 한국에서 독문학을 전공하시고, 독일 대학에서 언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셨습니다.
한국어와 독일어의 음운론적 특성을 잘 알기 때문에 선생님은 우리 학생들이 한국어를 정확하게 읽고 발음 할 수 있게 도와주실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한국에서 오시는 많은 선생님들이 저희 학생들이 구사하는 한국어 발음이 아주 좋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는 것은 김 선생님께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17년 전, 베를린 자유대 한국학과에 처음 와서 한국어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학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찾던 저에게 김은희 선생님은 한국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한국어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차근차근 한국어 수업의 체계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 학과는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가장 빛나는 분이셨습니다. 우리 학과의 학생 수가 많지 않아서 학생들과 함께 설 잔치를 할 수 있었을 때, 선생님은 손수 학생들에게 줄 떡국을 끓이면서 행복해하셨습니다.
학생들의 한국어 발음 연습을 위해 함께 한국동요를 부르며 즐거워하시던 선생님의 따뜻한 미소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김은희 선생님과 함께 베를린 자유대 한국학과를 키울 수 있어서 저는 항상 든든했고 행복했습니다.
이제 선생님이 더 이상 아프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편히 쉬실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고인을 위한 분향이 있기 전, 김선생님과 함께 불렀던 동요 ”겨울바람 때문에”를 부르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분향소는 한국학과 연구소에 차렸졌다. 김도미니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