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연재] 해로 – 114회: “자세히 보니 더 예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짧지만 읽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다. 나태주 시인은 청소년 시절 짝사랑하던 여학생에게 줄 편지를 쓰기 위해 시를 쓰기 시작하여, 60여 년 동안 2천여 편의 시를 썼다. 그런데 노인들의 시를 심사하는데, 70~80의 노년이 될 때까지 한글을 모르고 살다가 뒤늦게 글을 배우기 시작한 분들의 시를 읽으면서 어느 때보다 크게 감동받았다고 한다.

시를 잘 쓰고 못 쓰고, 세련되고 아름답고가 문제가 아니라, 그분들의 시에는 진정성이 담겨있고, 마음속에서 우러나와 용솟음치는 힘찬 생명의 힘이 있기 때문이었다. 노년이지만 힘있게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힘이 느껴지기에 고맙고 좋다고 한다. 나태주 시인은 하루 중에 남은 저녁 시간이 중요하고, 1년은 겨울이 중요하고, 인생은 노년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때부터가 정말 자기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 파독 1세대 어르신들을 가까이서 오래 섬기다 보면, 처음에는 응대하기가 힘들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랑스럽고 예쁜 모습을 발견하고 함께 미소 짓는 경우가 많다. H이모님은 처음에 해로에 나오실 때는 봉사자들을 너무 힘들게 하였다. 매일 찾아오시고 매일 전화하셔서 봉사자들이 일을 못 할 정도로 귀찮았다.

시간이 가면서 이모님의 상황을 이해하고 지혜롭게 소통의 방법들을 찾아가기 시작하면서, 이모님과의 관계가 좋아졌고 장점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칭찬과 함께 장점을 살려드리는 관계로 바뀌니까, 처음에는 귀찮던 만남이 이제는 재미가 있고 볼수록 귀여우시고 예쁘시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처럼 자세히 보니 예쁘고 오래 보니까 사랑스러운 어르신들이 많아서 봉사의 재미가 있다.

해로 노래 교실에서는 12월 겨울철을 맞아 국립회화미술관인 “Gemäldegalerie”를 찾아가 “베를린 산책”을 하였다. 13~18세기의 유럽 최고 화가들의 진귀한 작품들을 전문 해설가인 박노영 봉사자의 설명을 들으며 감상하는 호사를 누렸다. 지오토에서 시작하여 보티첼리, 까라바지오, 렘브란트, 루벤스, 한스 홀바인, 그라나흐, 프란스 할스 등의 평상시 가까이서 볼 수 없던 명작들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가까이에서 자세히 볼 수 있는 것은 특권이고 은총이다. 가까이에서 보니 더욱 귀하게 여겨졌고 감동적이었다. 해로 가족들은 참 행복하다.

해로 정기총회

또한 지난 10일에는 해로의 <정기총회>가 있었다. 코로나를 지나면서 우리 어르신들의 상황이 많이 달라지셨고, 그에 따라 해로는 능동적으로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섬기면서 많은 발전을 하였다. 회의에서는 사업 보고와 재정 보고, 정관의 개정, 그리고 앞으로의 사업계획 등 많은 안건들이 처리되었다.

지금까지의 활동들을 영상으로 보면서, 해로가 우리 어르신들을 위해 참 많은 일들을 해왔다는 공감을 모두가 가지게 되었다. 해로에서 해온 많은 일들이 우리 어르신들을 위한 사랑의 섬김이었다. 그 일들을 통해 우리 파독 1세대 어르신들이 도움을 받았고, 해로가 구심점이 되어 서로서로의 관계가 돈독하게 이어지는 다리 역할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총회에서는 내년부터 시작할 “HeRoHaus”(해로하우스)에 대한 보고도 있었다. 새롭게 준비될 “해로하우스”는 치매 초기 환자를 비롯하여 요양보호 대상자들을 위한 주간보호센터 역할을 하는 “쉼터”가 될 것이다. 일단, 시작 단계에서는 주 2회 정도 어르신들이 오셔서 프로그램도 참여하고, 혼자 사시면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을 맛있는 점심 식사로 챙겨드리려고 한다. 우리 어르신들이 점점 연세가 들어감에 따라 이런 쉼터의 필요성은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준비하는 데 어려움도 있다. 새로 임대한 Wohnung을 어르신들이 이용하시기 편리하게 수리하고 내부 시설을 갖추는데 2~3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수리 비용도 꽤 많이 필요할 것 같다. 구하라, 그러면 주실 것이라고 하신 주님께 다시금 도움을 요청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해로의 총회는 다른 단체들의 총회와 달리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봉사하고, 합심하여 도와주고 섬기려는 마음으로, 훈훈하고 유쾌한 분위기에서 축제와 같이 진행되었다.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음식도 준비하여 나누었고, 모든 안건을 박수로 받아주는 웃음꽃이 가득한 총회가 되었다. 지금까지 해로의 봉지은 대표를 비롯한 봉사자들이 많은 희생과 헌신을 통해 섬겨온 것처럼, 앞으로도 귀한 섬김을 잘하라고 격려하고 응원하는 총회가 되었다.

총회에 참석한 여러 회원이 해로가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어르신들을 너무 잘 섬겨준 보고를 받고 너무 감동적인 총회였다고 말씀하셨다. 총회에 참석하여 그동안 해로가 해온 일들을 자세하게 보고 받으니까 해로와 해로의 봉사자들이 더 예뻐 보이고, 그런 섬김을 10년 가까이 변함없이 오래도록 지속해 온 해로가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하셔서 총회를 준비한 해로의 봉사자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그렇다. 해로는 자세히 보니 더 예쁘고, 오래 보니 더 사랑스러운 단체임이 틀림없다. 해로는 처음 마음이 변하지 않고, 앞으로도 신실하고 투명하게 어르신들을 섬기고 또 섬길 것이다. 해로가 파독 1세대 어르신들을 더 잘 섬기려고 기도하면서 준비하는 일들이 잘 준비되고 진행되도록 많은 분이 함께 기도의 손을 모아 주시기를 소망한다.

“그런 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고린도전서 13:13)

박희명 선교사 (호스피스 Seelsorger)

1390호 18면, 2024년 12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