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겨루기대회 대상(주독일 대한민국 대사상) 원고

바람이 보이는가?

하나 엥글럴트 (Hana ENGLERT, 뒤셀도르프 한글학교)

제106회 삼일절기념 제27회 우리말겨루기대회 대상- 하나 엥글럴트 민재훈 분관장

바람이 눈에 보이는가?

나는 바람을 본다. 흔들리는 나뭇가지에서, 물결치는 파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발자국을 본다.

보이지 않는 것, 그러나 내 가슴속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것. 나는 느낀다. 숨결처럼 퍼지는 나라 사랑의 마음을.

그날,

장터의 돌바닥이 뜨거웠다. 사람들의 발길이 일렁였고, 몰래 그려 가슴에 품은 태극기가 가슴 속 불꽃쳐럼 터져 나와 내 손에서 펄럭였다.

나는 외쳤다.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대한 독립만세!” 내 손에 들린 태극기가 바람을 가르고 휘날릴 때, 내 심장은 북소리처럼 울렸다.

나는 알았다. 이것이 나의 길임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내 안에서 한번도 내어본 적 없는 고함을 만든다.

“대한독립만세!”

그리고, 나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다. 선생님과 정겨운 동무들 대신 총칼을 든 군인을 마주한다, 칠판도, 책상도 없는, 회색 벽과 차가운 바닥, 창살이 드리운 그곳에서,

나는 바람의 기척을 보았다.

눈물에 젖은 얼굴에도, 굳게 다문 터지고 핏자국이 마른 입술에도, 우리의 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사랑, 나라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으나, 나는 안다. 그 사랑이 심장 속에 남긴 발자국을. 그 발자국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빼앗긴 나라에서 태어나 이제 열 세 번째 봄을 맞이하는, 내 이름은, 한 이순

언젠가, 내 나라에 해방 독립의 봄이 찾아오는 날, 그 봄길 위에서, 나는 동무들의 손을 잡고 그날 만세를 외쳤던 목소리로 함께 노래를 부르며 뛰어놀 수 있기를.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독립의 씨앗을 가슴속 깊이 품는다.

1401호 9면, 2025년 3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