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강 옥 철 성도 영결예배

뒤셀도르프. 3월 22일(토)14시, 뒤셀도르프한인교회(Eichenkreuzstr. 26, 40589 Düsseldorf)에서는 54년전, 파독광부로 독일로 건너와 긴 세월동안 오로지 가족과 이웃들을 위해 열심히 살았던 故 강옥철 성도(89)의 영결예배가 엄숙히 드려졌다.

유족들과 성도, 그리고 함부르크,푸랑크푸르트 등, 전국 각지에서 참석한 파독동기들과 많은 친지들이 참석한 고 강옥철 성도 영결예배에서 파독동기로서 함께 신앙생활을 해나온 천명윤장로는 “우리는 하나님에게서 왔다가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연약한 존재로 우리 믿음의 사람들이 갈 곳은 아픔과 고통이 없는 하나님 나라임을 믿고 있음을 고백하고 한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주님 일에 충성을 다해온 강옥철 성도님을 하나님 품 안에서 영생을 누릴 것과 사랑하는 남편이요,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리고 많은 슬픔에 놓여 있는 유가족들에게 하나님께서 부어주시는 위로가 함께 주실 것”을 간구하였다.

김재완 목사는 성경본문(시편 91편 14-16절)으로 “주님은 나의 피난처”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김 목사는 고인께서 정말 좋은 분으로 모나지 않고, 온화하고, 삶이 아주 반듯하고 깔끔한 분, 되도록이면 다른 사람에게 신세를 지지 않으려 하면서도, 늘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베풀고 싶어 하셨던 분, 교회에서 고인을 뵙는 동안, 항상 마음이 넉넉하셨고, 저 같은 사람이 기댈 수 있는 따뜻한 품을 기꺼이 열어보여 주셨던 분으로 고인의 지난 모습을 소개하며 말씀을 전했다.

오늘 성경본문은 우리에게 피난처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인생은 항상 죽음에 대한 두려움 앞에서 살아가지만, 그리고 살아가면서 때로는 깊은 슬픔을 겪어야 하지만, 그러나 우리는 어느 누구도 그 슬픔 가운데 홀로 있지 않으며 우리를 인도하시는 거룩한 손에 우리가 붙잡혀 있고 붙잡아주시는 이 손길은 우리의 삶을 받쳐주는 든든한 기반이 되어 준다. 때로는 우리가 아무리 암울한 일을 겪어야 한다 해도, 오늘 본문 말씀대로 하나님은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고 우리를 구원해 주실 것이며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시는 한결같은 사랑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하나님께서 한결같은 사랑을 우리에게 베푸신다는 사실은 예배를 드리고 있는 우리들 모두에게도 굉장히 깊은 뜻을 담겨 있다.

소중한 이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우리가 깨닫게 되는 사실 한 가지는, 우리가 지니고 있는 것들 가운데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이 땅에서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며, 목숨처럼 아끼던 것도 결국 우리 삶을 영원히 지켜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우리가 살아 있을 때나, 죽어서나 하나님은 변함없이 우리의 하나님이시며, 또한 우리는 그분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고인과 작별을 하면서, 고인의 삶을 기리며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거룩하신 손길 안에 있다는 이 믿음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에게는 이 믿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고인의 죽음 앞에서도 슬픔 속에만 잠겨 있지 않을 수 있게 하며 고인의 생애를 통하여 우리에게 주신 모든 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베푸신 큰 축복이었음을 생각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는 이 시간, 우리와 함께 해주시는 하나님 손길 안에 있다는 것을 굳게 믿게 되길 바란다. 강옥철 성도님도 이제는 고인이 되셨지만, 그러나 여전히 하나님께서 비추어 주시는 밝은 빛 가운데 계시며 우리는 사랑하고 소중한 분의 죽음을 앞에 두고 몹시 슬퍼하고 있지만, 오늘 본문에서 친히 약속하신 것처럼, 하나님의 자비하신 품 안에서 고인은 잃어버려지지 않고, 하나님께서 고인을 오히려 높여주시고, 영화롭게 해주실 것이기에 이 믿음으로 우리가 진정한 위로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가 고인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허락하셨던 시간들을 하나님을 향한 굳건한 믿음 속에서 돌아볼 수 있게 되고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했던 강옥철 성도님과 작별해야 하는 이 마지막 순간에 우리는 헤어지는 그 큰 슬픔보다도 먼저 자비와 사랑이 넘치는 거룩하신 하나님 아버지의 손에 고인을 맡길 수 있도록 허락받은 사실과 소중한 삶을 우리 곁에 내어주셔서 고인과 더불어 삶의 큰 축복을 누릴 수 있게 하신 것에 대해서도 하나님에게 드리는 진지하고 깊은 감사 속에서 우리가 희망을 품은 사람들로 이제 고인과 이별할 수 있게 되기를 축원하였다.

이어서 임세혁 집사가 ‘내 평생 살아온 길 뒤 돌아보니, 짧은 내 인생 길 오직 주의 은혜라’라는 내용의 조가(제목: 주의 은혜라)에 이어 조사(弔辭)와 조시(弔詩)로, 파독동기인 박동근 성도는 강옥철 선배가 평생 보여 온 불굴의 삶의 의지와 따뜻한 인간적 면모를 소개하며 상을 당한 가족들과 조문객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으며 강정희 집사가 조시(弔詩)를 낭독하였다.

장남 강인구씨는 ‘유족인사’에서 “최근 어려운 병상 중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셨으며, 이웃들로부터 받은 많은 사랑을 이야기하시며 몸이 불편해 인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지나는 자신의 모습에 몹시 부끄러워하셨던 아버지가 적잖은 심적 부담을 갖고 계신 것을 보았다”라고 해,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으며,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예배에 참석해 주신 어르신들께 고마움을 전했다.

김재완 목사의 축도와 고인에게 인사하는 순서로 모든 영결예배 순서를 마쳤다.

예배 참석자들 모두는 유가족 측에서 준비한 음식을 교회 친교실에서 나누며 하나님 품에 안겨드린 고인이 영원한 안식을 갖게 될 것을 빌어주었다.

지난 3월 2일, 향년 89세로 소천한 고인은 1936년 10월 서울에서 출생했으며 1970년 12월 9일 독일 입국(파독광부 2차 4진.Oberhausen 광산 근무), 뒤셀도르프 시내에서 Hotel Nizza를 운영하였다.

고인은 1966년 결혼한 부인 이정자 여사 사이에 1남 1녀, 그리고 세 명의 손주들을 유족으로 남겼다.

나복찬 중부지사장 nbc@kodb.de


사랑하는 강옥철 선생님을 보내면서

흔하지 않은 종씨(宗氏)를 이렇게 알게 되어
참 반갑고 기뻐요 친하게 지내자며
내 어깨 두드리시던 그날이 생생한데

털썩 주저앉기 싫은 끈질긴 삶의 애착
애잔한 눈빛으로 덧없이 방황하다
살며시 감빛 노을 내리고 바람처럼 떠나셨네!

눈가에 함초롬히 해맑게 웃으시며
가지런히 남기신 달보드레한 삶의 향기
가시는 임의 영전에 두 손을 모으면서

서러움 뒤로하고 문지방을 낮추며
저희에게 베푸신 과분한 사랑 배려
감개가 남다른 추억을 동그랗게 안습니다

세파의 비바람에 캄캄하게 무젖어
넘어지고 깨져도 수수처럼 숙이며
허기진 저금통장을 쥐 짜며 견딘 나날

세월이 밀고 가는 냉혹한 현실 앞에
목마른 염원으로 푸르게 굽이치며
뜨건 피 식는 줄도 모르고 오로지 앞만 보며

가슴 풀어 헤치고 심호흡을 고르며
아등바등 애쓰다 솔방울 품어 안고
묵묵히 자리 지키며 야무지게 사셨지요

지극정성 한평생 둥굴레꽃 아내와
금쪽같은 아들딸, 자랑스러운 손주들과
행복의 꽃길 이룬 임은 분명 귀인이십니다

갈수록 더해지는 찢어지는 고통을
악물고 견디셨던 가혹한 그 시간의
피 나는 가족의 손길, 어찌 쉽게 잊으리오

지나간 긴 세월이 무효가 되는 나이
극도로 쇠약해진 대책 없는 모습 보며
빗물이 우는 날에는 세상도 함께 울었지요

눈물이 글썽이는 붉게 물든 얼굴들
추억이 앉아 있는 허덕이는 빈자리
살면서 사랑하면서 영이별은 슬퍼라

영원한 이별 앞에 무너지는 이 아픔
추운 것도 아닌데 왜 이토록 시릴까요
포근한 하늘 나라에서 그늘 없이 사시어요

석양을 짊어지고 엉킨 타래 달래며
주름진 맘 터놓고 그윽하고 온화하게
당신이 남긴 삶의 흔적 곱다시 간직하며

아득히 멀어져간 순수했던 날들을
공허한 설렘 없이 가슴을 비우면서
새하얀 함박 꽃잎을 가시는 길에 날립니다

떠난 사람은 언젠가 잊힌다고 하지만
돌쟁이처럼 선한 선생님의 모습은
주께로* 우리 가슴 깊숙이 오래 남을 것입니다

육신의 괴로움도 영혼의 고통도 없는
천국의 어울림을 그지없이 믿습니다
서러운 매듭을 푸시고 평안히 잠드소서

안녕! 안녕! 안녕!

*뒤셀도르프 한인교회

2025년 3월 22일
뒤셀도르프 한인교회
효린 강정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