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박사와 하이드씨”➁
1310호(2023년 4월 14일자)에 실린 독한문화원장 김성수 박사 철학 저술 출판 『서양철학의 역설』에 관하 독자들의 문의가 많아, 저서 가운데 “유럽의 역설적 문학작품” 부분을 발췌해 연재한다. -편집자주
작품의 전개
– 지킬과 하이드
빅토리아시대는 자기의 직업에 충실하며 합리적인 윤리도덕을 실행하는 것이 보편적 요구였다. 그와 달리 자유방림하거나 감정에 치우친 생활은 죄악으로 여겼다.
스티븐슨은 이러한 2중성을 한 인간의 2중적 성격으로 고찰했으며, 이 2중성을 약물을 복용하여 지킬적 성격과 하이드적 성격으로 분리시켰다. 이 양자가 상호 변신하면서 행해지는 “괴상한 사건들” 은 2분법성의 역설도 보여주게 된다.
지킬박사 빅토리아 시대의 시대적 요구에 잘 맞는 전형적인 인사에 속했다. 그는 키가 크고 50대 중년의 호감을 주는 인상을 주었으며, 의사와 학자로서 그의 성공적인 활동과 도덕성은 사회적으로도 평판이 좋았다.
그와 대조적인 하이드씨는 키는 작고 젊으며, 용모는 기형적이며 혐오감과 불쾌감을 주는 인상을 가졌다. 그의 행동은 충동적이며 점점 더 사악의 길로 쉽게 빠지는 경향이었다. 하이드는 지킬이 쓴 것을 가필하기도하고, 귀중한 편지를 불태우기도 하며, 지킬 아버지의 초상화를 없애버리기도 한다. 하이드는 점점 지킬의 통제를 벗어 나 오히려 지킬을 제압하는 지경에 까지 이른다.
지킬의 활동 무대는 런던의 잘사는 사람들의 지역인 카벤디쉬 스쿠웨어였으며, 하이드가 살해를 감행했던 곳은 가난한 사람들의 지역인 소호였다. 지킬과 하이드의 사회적 내지 인간적 본성의 대립적 관계는 보완이나 조화는 불가능 했다. 오직 두 이질적인 인격체간의 갈등은 심화하여 파경으로 치닫을 뿐이었다.
– 친구 엇터슨의 추적
지킬에게는 친한 친구로 변호사인 엇터슨(Gabriel John Utterson)이 있었다. 이 변호사는 그의 변호대리인이기도 했다. 그래서 지킬은 변호사 엇터슨에게 자기가 죽게 되면 전 재산을 하이드에게 주도록 의뢰했다. 그 근거로 하이드는 ‘자기 은인’이라고 했다. 이런 사연으로 엇터슨은 지킬과 하이드 두 사람은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짐작하게 되었다.
지킬과 하이드는 서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건을 일으킨다. 처녀를 짓밟아 팽개치는 사건, 유명인사의 살인 사건, 친한 친구의 돌연사 등 지킬과 관련된 것으로 단서는 있으나 혐의는 좀체 풀리지 않았다. 지킬의 1인 2역과 그의 은폐솜씨 때문이었다.
지킬의 친구이며 변호사인 엇터슨은 친구를 위해 사건의 진원을 밝히려고 여러 가지로 노력을 기울인다. 이때 지킬은 하이드로서의 즐거운 생활에 점점 심취되어 하이드로 변신을 자주하며, 빈도가 많아질수록 그는 더 비정상적이며 더 악한 행동을 하게 된다. 여기에 변신용 약(세리움)의 효과는 자꾸 떨어져 변신은 의도대로 되지 않기도 하고, 때로는 아예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했다.
어느 날 엇터슨의 조카 언필드 (Richard Enfield)는 엇터슨에게 얼마 전에 이상한 사건을 목격했다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습관이 되어 일요일 마다 산보를 하는 도중에 하이드란 사람이 젊은 처녀를 짓밟고 내동댕이치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엔필드와 다른 목격자들이 그 처녀의 부모와 하이드와 상의하여 하이드가 100파운드를 배상하는 것으로, 이 사건을 매듭지었다는 것이다. 하이드는 100파운드를 현금으로 10파운드와 수표로 90파운드를 지불했다. 그런데 이 수표의 서명이 지킬의 서명인 것으로 의심받게 되었다. 왜냐면 지킬은 그 동네에서 명망 있는 인사로 그의 서명체는 많이 알려진 터였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엇터슨은 하이드가 내 놓은 수표는 하이드가 지킬의 수표를 훔친 것으로 일단 의심을 했다. 그런지 1년 후에는 국회의원으로 유명인사이기도 한 카류(Sir Danvers Carew)의 살해사건이 발생했다. 이 국회의원은 엇터슨의 법률 의뢰인이다. 살해 현장에서 반 토막 지팡이가 발견되었다. 이 지팡이는 엇터슨이 지킬에게 선물한 산보용 지팡이였다. 엇터슨은 다른 반 토막도 지 킬의 집앞에서 찾았다.
이 사건 이후 추적이 심해지자 지킬은 자기의 실험실에 처 박혀 두문불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이드가 유명인사를 살해한 후 추적이 심해지면서 변신이 급해지자 지킬은 학교 친구이자 직업동료인 랜이온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랜이온은 소식이 오랜 동안 끊긴 지킬을 연구실로 불의에 방문했다. 그때 그는 실험실에서 희한한 일(변신)을 목격했다. 정신적 충격이 너무 컸던 그 친구 랜이온은 며칠 후 사망했다. 그는 사망하기 전 엇터슨에게 편지 한통을 남겼다. 지킬이 죽기 전에는 편지를 열어보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하이드와 관련된 사건이 갈수록 얽혀지자 엇터슨은 지킬과도 친구간인 풀과 같이 숨어사는 지킬을 불시에 찾아 갔다. 문을 열어주지 안차 밖에서 서성거리고만 있던 실험실 직원들과 힘을 합쳐 문을 부스고 실험실을 쳐들어갔다. 하이드는 지킬의 옷을 입은 채 죽어 바닥에 누워 있고 지킬은 보이지 않았다.
엇터슨은 랜이언의 편지를 꺼내 읽고 하이드가 지킬로 변신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발견된 지킬의 편지에는 그 동안 지킬과 관련된 괴상한 사건의 자초지종이 서술되어 있었다.
– 지킬의 고백
지킬은 자기의 틀에 박힌 일상생활을 충동적이며 자유분방한 하이드를 통해 보완해 보고자 했다. 그러나 지킬과 하이드 간의 어깃장이 점점 커지면서 2중 인격이 주위 친지들의 추적에 의해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어 갔다.
지킬은 자기의 2중 생활이 실패하자 실험실에서 생을 스스로 마감한다. 그는 자살하기 전 친구 엇터슨에게 편지를 하나 남긴다. 이 편지에서 지킬은 2중생활의 취지, 2중 인격으로 전환의 수단, 2중생활의 충돌과 좌절 등을 죽음 앞에서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2중생활의 취지는 인간 본성의 2중적 성격을 고의로 완전히 분리시켜 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여 인간을 선 또는 긍정적인 이성적인 성격만으로 형성된 인간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악이나 부정적인 요인의 분리는 불가능하며, 제거하려 할수록 부정적인 요인은 더 부정적으로 되어 갔다. 이것을 통제하고 전환시켜야 할 이성과 이성의 산물인 약품은 자기의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나 지킬박사는 죽을 일만 남아 있다. 이제 나는 하이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는 환상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는 말할 것이다, 그가 저 불행한 헨리 지킬의 생을 종착역에 데리고 가고 있다고. 그러나 우리는 결코 실재로는, 지킬이 자기 자신과 하이드를 죽였는지, 아니면 하이드가 어떤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자살했는지는 알지 못할 것이다.”
– 스티븐슨의 좌절
스티븐슨은 지킬이 죽음 앞에 쓴 편지를 통해 2중인격의 좌절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 좌절의 근원과 그 출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면 그렇기 때문일까 작품이 탄생한지 100년이 지났음에도 이 “괴상한 사건들” 은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130여년의 흥행/문제성 계속
1886년 처음 영국에서 출판된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는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이러한 책자출판 이외도 근대 공포문학의 모범으로 되어 소설, 영화, 무대연극, 티비와 라디오연극, 만화, 뮤지컬, 유투브 비디오 등으로 오늘날에도 새롭게 각색되어 등장하고 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소설은 1886년 1월에 영국에서 처음 출판되고, 같은 달 “더 타임스”가 이 책을 소개하자 6개월 이내에 4만부가 팔렸다. 1901년에 미국에서 다시 출판되자 25만부가 팔렸다 한다. 이후 프랑스, 독일, 이태리, 스패인, 일본, 한국 등 수많은 나라에서 번역출판 되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를 직접 영화화하거나 이를 소재로 각색하여 만든 영화는 1908년 감독 터너(Otis Turner)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로 부터 시작하여, 2008년 감독 파오로 발즈만(Paolo Barzman)의 “지킬과 하이드”에 이르기 까지 세계 여러 나라에서 100편이 넘게 제작되었다.
뮤지컬로는 벤니 구드만(Benny Goodman) 밴드의 1933 년 “Dr. Heckle and Mr Jibe”,
1968년 Serge Gaisbourg의 샹송 “Docteur Jekyll et Monsieur Hyde”, 1990년 Frank Wildhorn und Leslie Brikusse의 “지킬과 하이드“, 2003년 록큰롤(Rock´n Roll)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등이다.
이렇게 100년이 넘는 기간에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를 소재로 한 수많은 소설, 연극, 뮤지컬, 만화등의 작품 들은 이러저러한 각색은 여러 가지이나, 공통적으로 선과 악의 투쟁이라는 2분법성의 틀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선과 악의 2분법적 대립을 격화시키는데 주력하고 있을 뿐, 2분법적 대립의 근원 내지 그 해결의 추구에 대한 문학적 예술적 상상력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지속적 관심의 역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는 1996년도 영국의 TV 시리즈의 상영과 평가처럼 “19세기 빅토리아시대의 근본적 2분법”을 잘 묘사했다고 인정할만한 문학작품이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작품은) 19세기 근본적 2분법의 통찰력 있는 서술로서 빅토라아시대의 최선의 안내서의 하나다. 이 시대의 사회적 위선의 풍조처럼, 외적으로는 존경성, 내적으로는 욕구라는” (Nightmare, Birth of Victorian Horror, TV -Series, Jekyll and Hyde, 1996)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라는 문학작품에 대한 시대적 반영을 철학적으로 문제제기한다면, 왜 영국 빅토리아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한 세기가 훨씬 지난 현재에도 세계적으로 계속 관심이 크냐는 것이다.
그 중요한 근거는 “빅토리아 시대의 인간적 내지 사회적 2분법적 대립갈등이 세계적으로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의 반영이 아니겠는가?”이다.
인간본성의 2중성이라는 학문적 과제는 종래의 학문적 차원에서도 이성과 감정적 충동이라는 인간본성의 대립성 뿐 아니라, 인성의 자연성과 사회성, 자연성과 문화성, 그 외도 인간의 정신과 육체의 대립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면 좀 더 바람직한 학문적 연구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130여 년 전에 제기된 2분법성의 역설이라는 근본문제는 여전히 해결을 요구하는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에필로그
유럽철학은 21세기 오늘날에도 세계철학을 배타적으로 군림하고 있다. 유럽철학은 화려한 언어와 수많은 다양한 이론전개로 세계의 철학학자들 뿐 아니라 많은 지성인들을 사로잡으면서 현혹시켜 왔다.
그러나 이성의 2분법적 사유에 기반 한 유럽철학은 역설의 늪에 빠져있음을 간파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유럽과 미국철학은 물론 세계 전반적으로 철학의 종언이라는 종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유럽철학의 한계를 언어학적 입장에서 극복하고자 시도했으나 실패하자 철학을 포기하고 정원사로 된 비트겐슈타인처럼, 맥없는 철학의 방관자로 될 것인가?
포스트모던의 해체이론처럼 인간사유의 주체이며 철학의 기반인 이성을 살해하고 철학의 장의사로 되고 말 것인가?
지금도 대부분의 철학자들처럼 유럽철학의 한계를 옳게 감지하지 못한 채 재래철학을 해석이나 소개하면서 효험성 약을 파는 약장수로 만족할 것인가?
사람은 살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다. 또한 사람은 세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존재이다. 그리고 많은 문제의 근원이 되기도 하는 이성과 언어 없이는 사람은 살아갈 수 없는 숙명을 가졌다.
이러한 조건에서 새로운 철학은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
이성은 사유의 주체일 뿐만 아니라 감정과 의지, 행동 등을 포괄하는 의식의 주체로도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성이 언어를 수단으로 하지 않는 인지의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이성은 언어적 사유가 아닌 돈오, 통찰 등으로 창조활동의 근거로 되는 황금의 단추, 맥, 중심 고리, 도축 등을 찾아내는 것이다.
언어는 이렇게 찾아낸 것을 확정하고 전달하는 수단임에는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 이 원고의 끝맺음과 출판까지도 영향을 주는 세기적인 코로나 전염병이. 2019년 2월에 창궐하기 시작 해 2022년 2월, 3년째인데도 여전히 창궐하고 있다. 인간과 자연과의 역설, 자연과학과 사회경제관계간의 역설 앞에 속수무책이다.
또 하나 2022년 2월 하순에 터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것은 미국과 서유럽국가들로 구성된 나토와 러시아 간 대립의 역설의 결과물이다.
최근의 이러한 상황도 세계철학의 역설현상과 무관하다 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도 철학의 역설현상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절실감이 있게 된다.(끝)
1404호 14면, 2025년 3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