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부모를 둔 청인 감독, 이길보라의 영화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시간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으로 떠들썩한 지금, 관객들을 고요하고 특별한 새계로 안내할 또다른 한국 영화가 베를린에 온다.
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이길보라, 80분, 2014)는 청각장애 부모를 둔 건청인 감독이 자신의 가족사를 담은 작품으로, 개봉 당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다큐멘터리부문 옥랑문화상을 수상하고 장애인영화제에서도 대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책으로도 발간되어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농인의 세계가 아무리 소리가 없는 침묵의 세계라지만 박수 정도는 손을 쓰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영화 속 농인들은 대신 손을 들어 반짝반짝 흔든다. 수화의 박수가 훨씬 더 커보이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란다. 농인 부모의 자녀로 태어나 수화로 옹알이를 했다는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음성언어보다도 효율적이고 풍부하며 입체적인 언어가 바로 수화라고 한다. 수화는 항상 서로 눈을 보면서 표정과 함께 전달되어야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는, 수화는 청각의 감각이 부재한 세상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제한적이고 특수한 대화수단이라 오해하기 쉽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이는 편견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손으로 슬퍼하고 사랑하는, 너무나 평범하고도 특별한 농인 부부와 소리의 세계와 침묵의 세계라는 이중문화에 있는 코다( CODA, Children of Deaf Adults)들의 세상도 만날 수 있다. 이 경계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성장기를 보냈다는 감독은 20대에 들어서자 부모와 자기를 둘러싼 이중문화는 오히려 세상을 특별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감독은 또한 부모의 들리지 않는 세상을 촬영하다 두 세계를 오가며 자란 동생과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기도 한다. 청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으로 세상을 만나는 이들에게는 이들만의 독특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청각의 부재는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소리를 만들어낸다. 소리의 여백이 많은 영화는 청인 관객으로 하여금 그동안 사회적 편견 속에 갇혀 있던 농인의 세계에 새롭게 눈 뜨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침묵의 세계가 비로소 열리는 순간, 고요하기만 했던 세계가 반짝이는 세계로 탈바꿈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청각장애 부모에게서 태어난 것이 이야기꾼의 선천적 자질이라고 믿고, 글을 쓰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는다는 감독은 18살에 다니던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동남아시아를 홀로 여행하며 경험한 이야기로 책 『길은 학교다』(2009)와 『로드스쿨러』(2009)를 발간했다. 근작으로는 책『우리는 코다입니다』(2019)와 베트남전쟁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기억의 전쟁』(2018)이 있다. 이길보라 감독이 베를린에서 풀어낼 이야기가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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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2월 20일 목요일 저녁 6시
-곳: 코리아협의회 Quitzowstr. 103, 10551 Berlin-관람료: 5-10유로 사이에서 자유롭게 기부-언어: 한국어, 한국수화-자막: 독일어, 영어-문의: mail@koreaverband.de*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이어집니다. 독일어 및 독일수화 통역 제공
기사제공: 코리아협의회 / 사진 제공: ㈜시네마달
2020년 2월 14일, 1158호 1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