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13)
우주에서 인간은 특별한 존재인가?

지구의 크기나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라면 우리가 흔히 사용하던 ㎞의 단위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지구와 다른 별까지의 거리는 너무나 멀어서 ㎞와 같은 단위로는 불편하다. 때문에 별들 또는 은하들 사이의 거리를 나타낼 때에는 빛의 속도를 사용한다. 빛이 1년간 날아가는 거리는 약 10조㎞로서 이를 1광년(光年)이라고 한다. 년(年)이란 말이 붙지만 광년은 시간을 재는 단위가 아니라 거리를 재는 단위이다. 하지만 우주는 너무나 커서 광년으로 표기하더라도 엄청난 숫자가 된다.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는 빛으로 8분, 태양에서 명왕성까지는 6시간 정도의 거리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별들 사이의 거리나 은하의 크기에 비하면 아주 작은 거리이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는 명왕성까지의 거리보다 7,000배나 먼 4.3광년이다. 가장 가깝다고 하지만 현재까지 만들 수 있는 가장 빠른 우주선으로 가더라도 수십만 년이 걸린다.

그러나 이는 은하 전체에서 보면 아무 것도 아니다. 태양에서 우리은하계의 중심까지는 3만년이 걸린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빛의 속도로 여행한다는 가정 아래서이다. 현실적으로 빛 속도의 1%로 여행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은하의 중심까지 왕복하는 시간은 수백만 년이 걸린다.

◎ 드넓은 우주

태양이 속한 거대한 별의 집단으로 이루어진 은하를 우리은하라고 한다. 우리은하에는 별들이 원반 모양으로 모여져 있으며 가운데 중심부에는 많은 별들이 모여 있어 볼록한 모양을 하고 있다.

태양계의 크기를 1㎝라고 하면 우리은하의 지름은 약 800㎞가 된다. 태양계에 비하여 우리은하는 엄청나게 크다. 하지만 우리은하가 속한 우주는 더욱 크다.

우리은하 이외에 새로운 은하가 존재하는 것이 발견되고 수많은 은하단과 은하들이 존재하는 것이 밝혀지게 되면서 드넓은 우주는 우리은하를 우주 속의 많은 은하중의 하나로 그 위상을 축소시켜 버렸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우리은하는 평범한 은하의 하나이며 우주에는 우리은하와 비슷한 은하가 우리은하에 있는 별의 수만큼이나 많다는 것이다.

우주에는 수천억 개의 은하가 있으며 그 각각의 은하에는 평균 수천억 개의 별이 있다. 지구와 태양은 넓은 우주의 변두리에 위치한 먼지와도 같은 존재이다. 빛의 속도로 가더라도 우리은하를 횡단하는 데에는 10만년 이상이나 걸린다. 지구는 광대한 은하에 비하면 넓은 도화지에 한 점으로도 나타나지 않을 작은 곳이다. 또한 우주의 기나긴 역사에 비하면 사람들의 수명은 여름날 하루살이의 삶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만큼 우주의 크기와 우주의 나이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 생명의 고향, 지구

사람들은 흔히 지구 이외의 다른 곳에도 생물이 존재할 것이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하지만 20세기 들어 다른 행성을 탐사한 결과 지구 이외의 행성은 생물이 살 만한 환경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대기나 물이 없는 수성이나 달 위에서는 생물이 살 수가 없다. 또한 온도가 400도 이상인 금성에서는 생물이 살아갈 수 없다. 관측 결과 화성에서도 생명은 발견되지 않았다. 화성 바깥쪽의 목성이나 토성에는 딱딱한 표면도 없으며 온도도 생명이 살기에는 너무나 춥다.

우리가 만약에 지구의 환경이 지금과 조금만 달라지더라도 여전히 생물들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지구의 중요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태양계에서 물이 발견되는 곳은 지구뿐이다. 그리고 지구의 흙과 비슷한 것을 가진 행성도 없다. 공기를 가진 행성들은 있으나 대기의 구성이 지구와 비슷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지구와 인간은 아주 특별한 존재가 되는 셈이다. 절묘한 환경의 덕택으로 지구상에서 생명과 인간이 태어난 것이다.

생명이 살기 위해서는 생명에 필요한 물질과 적당한 온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생명에 필요한 물질(물과 공기)도 기본적으로는 적당한 온도에서만 가능하다. 지구는 적당한 온도로 인하여 물이 액체로 존재하도록 하고 생명이 발생하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지구의 온도는 대기와 바다만의 작품이 아니라 지구와 태양간의 거리, 자전축의 기울기, 자전속도 등이 모두가 다 알맞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자전축이 적당히 기울어져 있지 않아 태양이 지구의 적도만을 비춘다면 생명이 살 수 있는 면적은 지금의 반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지구의 자전속도가 지금보다 더 느렸다면 낮에는 기온이 너무 뜨거워서 생물들이 타 죽을 것이다.

지구의 크기가 지금보다 10% 정도 더 크거나 작다고 해도 지구는 중력의 변화, 그로 인한 공전운동의 변화, 기후의 변화로 지구의 환경은 지금과는 엄청나게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달라질 때 지구에 과연 생물체가 살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 다시 우주의 중심에 있는 인간

예로부터 사람들은 우리 인간이 자연의 다른 어떤 것보다 특별한 존재이기를 희망해 왔다. 그러한 인간에게 지구는 매우 소중한 존재이어야 했다. 따라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하였으며 모든 별과 태양도 우리를 중심으로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아니라 태양을 중심에 둔 우주모형을 제시하였다. 케플러, 갈릴레이, 뉴턴의 연구를 통해 그의 견해가 옳다는 것이 밝혀졌고 드디어는 지구와 인간은 우주의 중심에 위치한 영광스러운 존재에서 드넓은 우주의 작은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우리들은 그다지 크지도 않는 행성에 살고 있는 생물 중의 하나일 뿐이며, 그 행성 역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평범한 별의 주변을 돌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넓은 우주에서 지구 이외의 곳에서는 단순한 종류의 생명조차도 확인된 바가 없다. 더구나 지구상에 무수한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지만 오로지 우리들만이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이 시점에서 인간은 우주를 인식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우주의 대폭발(Big Bang) 이후 별나라의 연금술에 의해 생겨난 우주의 자손이며 다른 곳의 생명체를 발견할 때까지는 우리가 우주의 가장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비록 우주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이나 별이 회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시 지구와 그곳에 살고있는 생물들은 우주에서 특별한 지위를 부여받는 셈이다. 또한 그 지구와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지켜나가야 할 책임도 우리 인간에게 있음은 물론이다.

1195호 22면, 2020년 1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