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독일한국문화원 차혜림 개인전 <셀레베스> 개최

베를린의 지하 세계 및 역사와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

주독일한국문화원(원장 이봉기)은 오는 5월 20일부터 6월 26일까지 문화원 내 갤러리 담담에서 차혜림 작가의 개인전 “셀레베스”를 개최한다.

차혜림은 작년 독일 퀸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이 주관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하는 국제 예술가 레지던시의 2019년 참가작가로 선정되어 1년간 베를린에서 작품 활동을 하였다. 동시대 미디어와 매개되는 커뮤니티 및 사회와 개인과의 관계를 다루는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현지에서 제작한 신작들을 공개할 예정이며 주제는 베를린의 지하세계 및 역사와 예술가의 역할이다.

본 전시는 작가의 레지던시가 종료된 2020년 개최하는 것으로 계획되었으나 코로나 판데믹으로 인해 2021년으로 연기되었다. 전시는 현지 코로나 규정을 반영하여 온라인에서 먼저 소개될 예정이며, 향후 베를린시의 봉쇄완화 방안에 따라 갤러리 오픈도 추진할 계획이다.

중의적인 전시 제목 셀레베스

이번 전시 제목 “셀레베스”의 첫 번째 의미는 인도네시아에 있는 술라웨시 섬의 옛 이름이다. 이곳에는 한국의 ‘선녀와 나무꾼’과 비슷한 내용의 설화가 전해져 내려온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대부분의 설화처럼 등장인물들이 서로 연결되는 도구로서 금기가 등장하는데, 주인공이 금기를 깨면서부터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번째로는 셀레베스는 막스 에른스트의 1921년도 유화 작품 “셀레베스의 코끼리(The Elephant Celebes)”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화폭 안에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사물들이 어우러져 코끼리의 형태를 띠는 그림으로, 에른스트가 수단의 곡물저장용 탱크를 촬영한 사진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차혜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베를린의 맥주 저장소는 시멘트로 채워져 벙커로 활용되었다. 그의 그림 속에 연결고리가 없는 여러 물체가 결합하여 만들어낸 커다란 덩어리가 베를린의 벙커들을 연상시켰다”라고 설명하였다.

역사의 잔재 위 존재하는 현실 그리고 인터페이스

차혜림은 2019년 3월부터 1년간 베를린에서 활동하면서 베를린 지하세계에 남아있는 역사적 파편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접할 수 있었다. 현재는 역사의 잔재들 위에 지어졌으며 미래 또한 이 위에서 전개될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들이 작가에게는 덧씌우고 지우고 그 위에 다시 글을 쓸 수 있도록 만든 고대 문서인 복기지(Palimpsest)와 유사해 보였다. 복기지에는 여러 흔적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데 이는 다양한 시공간이 함께 담겨있는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비밀스러운 지하세계 위에 지어진 도시 베를린과도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베를린에서 수집한 자료 및 경험한 사건들을 이번 신작의 소재로 사용하였다. 예를 들어 그는 베를린 서쪽 끝에 위치한 악마의 산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토이펠스베르크에 대한 이야기도 작품 속에 담았는데, 이곳은 2차 세계대전 후 도시에 남은 전쟁의 잔해가 쌓여 만들어진 산이다. 그리고 1950년대부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까지 미군이 동독을 감시하는 데에 사용된 장소이다. 또한 작가는 요가의 형태, 탱고의 리듬감, 반도네온의 구조 및 신화적 모티브를 차용하여 회화, 오브제 및 설치 작품을 완성하였다.

* 반도네온은 일종의 아코디언으로 독일에서 처음 제작되었으며 처음에는 교회음악 연주 에 주로 사용되었으나 현재에는 탱고에서 애용하는 악기이다.

만화와 같이 장면과 장면 사이 숨겨진 공간의 틈을 벌려 이야기를 확장시키는 차혜림은 베를린에서 세 번째로 개최되는 개인전 “셀레베스”를 준비하며 “관람객들이 이 공간 속에서 각자 자기 자신만의 이야기를 무한히 펼쳐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하였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역사의 잔재들과 공존하는 다양한 관계의 개념적 접점들을 발견하고, 그 과정에서 치환 불가능한 개체들을 외부로 꺼내어 다양한 내러티브들이 생성되는 공공영역을 구축하고자 한다.

□ 행사개요
ㅇ 전시명 : 셀레베스(Celebes)
ㅇ 전시작가 : 차혜림
ㅇ 전시기간 : 5. 20. ~ 6. 26.
ㅇ 장소 : 주독일한국문화원(1층 갤러리 담담) 및 온라인
ㅇ 주최/주관 : 주독일한국문화원
ㅇ 주제 : 베를린의 지하세계 및 역사와 예술가의 역할

□ 작가 약력

ㅇ 이름 : 차혜림 Hyelim Cha
ㅇ 출생 : 1979년(인천)
ㅇ 학력 : 계원조형예술대학 매체예술과 졸업

ㅇ 전시 경력(요약)

– 개인전
2020 Bellows Hill, 퀸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 베를린, 독일
2018 대체극장들 SUBSTITUTE THEATERS, 금천예술공장, 서울, 한국
2017 Tuning pegs : 어둠의 설계자들, 갤러리 마크, 서울, 한국
2016 The Coconut Girl, NON Berlin, 베를린, 독일
2015 Birthmark:Benandanti trail, 갤러리 마크, 서울, 한국
2014 야금술 Metallurgy, 갤러리 현대 윈도우 갤러리, 서울, 한국
2013 밤의 무기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 서울, 한국
2012 달의 도장_노란선을 따라서, 藝術基地 땅굴, 서울, 한국
2011 교환 X로서의 세계, 잠원동 10-32번지, 서울, 한국
2010 중간 스토리 paraxis:intermediate story, 공간 해밀톤, 서울, 한국

– 그룹전
2017 송은수장고: Not your ordinary art storage, 송은수장고, 서울, 한국
2016 DIE NEUE WAISENBRÜCKE, Märkisches Museum, 베를린, 독일
2015 APMAP_researcher’s way,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경기도, 한국
2014 시대의 눈-회화 :Multi-Painting, OCI 미술관, 서울, 한국
2013 송은미술대상전, 송은아트스페이스, 서울, 한국
2012 Phantasma Korea,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난지갤러리, 서울, 한국
2011 Being with You, BE-HIVE, 서울, 한국
2010 Ctrl+V 展, 경기대학교 박물관, 수원, 한국
– 수상 및 레지던스 경력(요약)
2020 국제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 퀸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
2017 금천예술공장 입주 작가
2015 AIAV(Akiyoshidai International Art Village), 일본
2014 경기창작센터 2014년 입주작가
2016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 교류 지원 작가 (베를린, 독일)
2013 제 13회 송은미술대상 우수상, 송은문화재단
2012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6기 입주작가
2011 서울시창작공간 홍은예술창작센터 1기 입주작가
2010 서울시립미술관 SeMA 전시지원 작가 선정

1219호 10면, 2021년 5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