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문화사업단의 문화이야기(70)

세계를 호령하는 한류 (8)

우리문화인 한류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일본·동남아 등 아시아권에서의 문화주류로 세를 과시하던 한류가 이제는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이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차트를 석권했고, 영화 ‘기생충’이 칸과 아카데미 영화제를 연달아 석권하며 한국 영화의 뛰어남을 세계에 뽐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의 부상과 함께 ‘킹덤’ 등 드라마와 영화가 아프리카·중동에서도 인기를 끌고 애니메이션과 웹툰 등 신(新)한류 콘텐츠도 시장을 주도한다.

오래와 영화, 드라마를 넘어 이제는 K-Food. K-Beauty, K-Game등이 이곳 유럽에서 자리잡아가고 있다.

교포신문 문화사업단에서는 세계를 호령하는 한류를 각 부분별로 살펴본다.

한류 20, 성과와 미래 전략

◈ 한류 20년의 의미

2019년 BTS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자, 미국 CBS TV의 인기 토크‧버라이터 프로그램, The Late Show에서 비틀즈의 미국 데뷔장소인 에드 설리반 극장에 BTS를 출현시키고 비틀즈 오마쥬 무대를 꾸몄다. 팝의 본고장에서 BTS가 비틀즈의 뒤를 잇는 시대의 아이콘임을 전 세계에 선포한 것이다. 한류 시작 초기 ‘한국 대중음악이 비틀즈라도 되나?’라는 냉소적인 비판을 들었기에 BTS의 비틀즈 오마쥬 무대는 한류 성공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한류’가 세상에 알려 진지도 어언 20년이 지났다. <사랑이 뭐길래>, <별은 내 가슴에>가 아시아의 수백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으고, 클론’과 HOT가 이 지역 청소년들의 패션 스타일을 바꾸어 놓으면서 한류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초기에 한류를 바라보는 시선은 대부분 비관적이었다. ‘한류는 곧 홍콩 영화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곧 끝날 것을 갖고 너무 호들갑 떠는 거 아닌가?’ 등의 비판이 줄을 이었다. 이런 비판가들은 한국 콘텐츠의 해외 진출이 살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는 점을 과소평가했다. 유명 기획사 대표는 “우리의 세계 진출은 한국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다. 누군가가 도와주어서, 아니면 여건이 좋아서 해외에 진출한 것이 아니라, 당시 열악했던 국내 상황 속에서 문화콘텐츠산업의 생존을 위해 해외 진출을 모색했던 결과가 지금의 한류열풍이라고 할 수 있다.

이뿐이 아니다. <겨울연가>나 <대장금> 같은 빅 히트작이 나올 때면 언론에서 한류의 성공을 떠들다가도, 붐이 조금이라도 수그러들면 ‘그것 봐라,’ ‘결국은 쉽게 꺼질 거품이었다’라는 비판을 가하였다. 하지만 한류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한 단계씩 도약하였다.

<겨울연가>, <대장금> 직후 ‘한류는 이제 끝났다’라고 할 때, 일본에서 카라와 소녀시대를 중심으로 K-pop 붐이 일었다. 일본 음악 시장 진출로 목표를 달성한 줄 알았던 K-pop은 프랑스 SM Town 공연의 성공과 싸이의 등장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서구 진출을 시작하였다.

한류의 핵심 콘텐츠가 K-pop으로 쏠렸다고 생각될 때, 한동안 잠잠하던 드라마에서 <별에서 온 그대>와 <태양의 후예>라는 킬러 콘텐츠가 나타났다. 그리고 이후 소강상태를 거친 한류 콘텐츠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맹위를 떨치게 되었다.

◈ 한류의 미래전략: 해결해야 할 과제

한국의 문화콘텐츠산업은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아직 열악한 부분이 많다. 한류의 빠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한류를 선도하는 문화콘텐츠 기업들은 아직까지 글로벌 콘텐츠 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고 기업 안정성이 낮다.

한류 산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현실이다. 그러나 자유분방함 속에서 성장하는 문화산업의 특성상 정부의 시장 개입이나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최소화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콘텐츠 기업이나 콘텐츠 제작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는 산업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예컨대 K-pop이 세계를 휩쓸고 있어도 우리는 아직 제대로 된 아레나(Arena)급 대형 공연장이 없다. 또 한류의 주역인 드라마를 즐기고 체험하는 기념관이나 박물관도 없다. 유럽의 유명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어도 영화박물관은 열악하기만 하다.

해외의 한류 팬들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 K-pop에 매료되어 한국을 방문해도 한류를 즐기고 체험할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드라마 박물관이나 K-pop 박물관, 영화박물관은 그 자체로서 우리 대중문화의 역사의 장이자, 외국인들에게는 한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관광 인프라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준비가 너무 미흡한 상황이다.. 사업의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치하고자 하는 지자체들의 경쟁과 갈등으로 인해 아직까지 국가적인 대중문화 인프라 사업들이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류를 둘러싼 세계 문화산업의 환경은 하루하루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OTT 플랫폼 기반의 콘텐츠 소비로 영화와 드라마의 장르 구분이 모호해지고, 콘텐츠 유통의 국가 간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한편 AR, VR, 메타버스 등 콘텐츠를 둘러싼 기술은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탄생시키고 있다. 시리즈물 콘텐츠과 함께 숏 폼 콘텐츠도 대 유행이다.

지금까지 우리 문화산업이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 환경에 잘 적응하면서 한류를 만들어 냈다면, 한류의 지속을 위해서는 그 변화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를 주도하기 위한 콘텐츠 산업 선진화를 위한 지원도 강화되어야 한다.

한류는 지난 20여 년 간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전쟁터에서 살아남아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앞으로 한류가 국제무대에서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류가 지금껏 이룩해 놓은 성과에 대한 존중과 인정, 그리고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사랑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제는 ‘한류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1244호 23면, 2021년 11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