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승한의사의 건강칼럼(127)

소화 장애 ➀

한 해 동안 공들였던 수확물들을 걷어 들이는 풍성한 시기다.

예로부터 인간의 樂(낙)중 먹고 싸는 낙이 제일이라고 하는데, 낙을 만끽하지 못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소화불량 환자들이다.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되고 조금만 먹어도 팽만감이 느껴지며 더부룩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이에 속한다. 그런데 더 속상한 것은 이들일수록 위내시경이나 위, 대장검사를 받아도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는다는 것이다. 분명 소화불량인데도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하니 마음만 불안하다.

소화불량이란 위와 십이지장 기능 저하에 의해 생기는 질환으로 환자마다 포만감, 식후 상복부 팽만감, 속쓰림, 통증 등의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여기에 생활하는 동포들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 몸의 오장육부도 같이 쇠퇴해 가는 순리를 거부할 수는 없으니 많은 사람들은 그런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한다.

필자가 소화기 장애를 가진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쏙쓰림, 트림, 복부팽만감이다. 물론 위염이나 다른 소화기 염증으로 식사 후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환자들도 있지만, 소화기 기능이 약해져서 찾아오는 소화기 장애는, 그저 섭취한 음식을 시원하게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기분 나쁘게 속이 더부룩하고, 복부가 팽만감이 있는 것이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소화 장애로 내원하는 환자들 중 매우 흔한 질환으로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스트레스와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잘못된 생활습관 등을 들 수 있다. 그중에도 스트레스가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어떤 이유로든 스트레스를 받고 걱정거리가 많으면 우리는 속을 끓이고 속이 상한다고 말한다. 한방에도 思傷脾(사상비-생각이 많으면 비위가 상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들의 정서적인 영향이 우리 소화기에 미치게 된다.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서 즐겁지 않은 식사는 위 배출기능을 떨어뜨리며 바쁜 일과 때문에 급하게 밥을 먹고 바로 업무에 돌입하는 사회인들의 경우 위의 이완 기능을 약하게 만들어 트림, 복부팽만감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같은 증상이 지속되면 위 무력증과 위하수증을 유발시킨다.

위 무력증이란 말 그대로 위의 기능이 무력해진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항시적으로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며 속이 더부룩하여 트림을 많이 하게 된다. 위에서 소화 효소 분비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이므로 음식물이 위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로 인해 위가 밑으로 쳐지는 위하수증까지 이르게 된다. 위무력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 대다수가 위하수증을 동반하게 된다.

소화불량 환자들은 대부분 섭취하는 음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섭취하게 될 경우 증상이 나빠지며, 대체적으로 고지방음식은 위 배출 기능을 떨어뜨리므로 소화 불량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경우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카페인이나 알코올 등도 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니 섭취를 줄이고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은 제한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을 신진대사를 통해 생명활동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에너지를 만드는데 소화기능이 약해지는 것이 우리에겐 여간 고통스럽지 않을 수 없다. 생명의 에너지, 다시 말하면 생명의 기는 폐가 호흡해서 얻어지는 冲氣(충기)와 음식물에서 얻어지는 營氣(영기)로 형성이 된다고 동양의학에는 말한다. 사람의 에너지는 먹고 숨 쉬는 것으로부터 얻어지는데 맑은 공기, 좋은 음식이 생명의 근원이라는 말이다.

태어나면서 부모로 부터 받은 선천적인 元氣(원기)가 있지만 이 원기를 오래 동안 보존하기 위하여 우리는 후천적인 기를 무수히 보전하고 얻어내야 한다. 우리는 항상 기와 함께 생활하고 있으면서 기라는 존재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하는 말들 속에 우리는 기와 같이 생활하고 있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기분(氣分)이 좋다는 말은 기가 몸에 분배가 잘 되어 있다는 말이 아닌가? 기를 쓴다. 기가 막힌다. 기를 죽인다. 기가 세다 등 우리 일상생활 속에 통용되고 말들이지만 우리는 그런 의미를 모르고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가 氣絶(기절)하면 생명활동도 끝난다. 이런 생명활동을 위하여 필요한 기가 소화기능이 약해지면 얻어지지 못하니 우리 생활이 힘들어 지게 된다.

소화기 질환의 종류를 나열하자면 너무나 많아 전부 소개할 수가 없지만 크게 분류를 하자면 식도질환, 위장질환, 소장 대장질활, 간과 담질환, 췌장질환 등인데 여기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위주로 살려보기로 하자.

▶ 복통

장기 자체에서 오는 동통이나 외상이나 염증에서 오는 통증으로 원인이 다양하다. 진단이 쉽지 않으며 복통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복통에 대한 상식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복통의 위치를 알면 30가지 이상 질병을 알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복통은 복강에 있는 위, 소장, 대장, 간, 담낭 및 췌장 같은 소화기관 이상으로 주로 생기지만 간혹 심장, 폐, 콩팥, 자궁, 난소 등 복강 외에 위치한 기관에서 유발되기도 한다. 반대로 심장의 협심증 증상이 췌장이나 위통의 증상과 비슷해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 嘔逆(구역), 惡心(오심)

구토를 동반하는 경우와 동반하지 않은 경우가 있으며 원인은 식도의 확대, 위장 관의 폐쇄, 급성경련, 장 내압상승, 장의 역연동이나 시각, 후박, 미각의 불쾌한 자극이나 약물자극 등으로 올 수 있다. 특히 췌장질환이 있을 경우 심한 惡心(오심)을 격을 수 있다.

▶구토

-소화기 자체 내의 병변이나 자율신경조절상태, 정신장애가 그 원인이다. 편두통이나 眩暈(현운-어지러움)증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머리를 다친 후나 갑자기 심하게 어지러우면서 구토가 있으면 빠른 뇌의 진단이 필요하다.

1244호 25면, 2021년 11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