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동포 여러분, K-한류의 원천인 문화유산의 회복에 함께하여주십시오.

안녕하십니까?

이상근 이사장

모처럼 교포신문을 통해 인사드리는 국회등록법인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이상근입니다.

기억하시나요? 2015년, 일본산업유산 등재저지 활동.

저는 지난 2015년 본에서 열린 유네스코 총회 당시, 일본 군국주의를 대표하는 유산인 “메이지시기 산업시설 세계문화유산 등재저지 운동”에 동포분들을 모시고 함께 활동한 바 있습니다. 당시 수 백km 떨어진 곳에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시어 오신 어르신들과 꼭 참석하고 싶어 왔다면서 유인물을 나눠주던 청소년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39도에 이르는 폭염의 풀 한 포기 없는 광장에서 “조선인 강제노동 인정과 사과 없는 등재거부”의 목소리에 하나둘 세계인의 눈길이 쏠렸고, 총회장에서 우리들의 외침은 뜨거운 논쟁이 되었다는 프랑스, 베트남, 영국 등 수 많은 관계자들의 전언과 힘내라고 놓고 가는 초코릿, 바나나, 음료수에 우리는 희망을 나누곤 하였습니다.

7월 3일 일본의 등재요청 안건이 보류되면서, 한때 등재 유보로 인한 실패로 이어질 것이라는 국내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그날 저녁 한국정부가 조건부 합의 소식에 한탄과 안타까움의 밤을 보낸 바 있습니다.

7월 4일, 세계유산 등재 심사과정에서는 유례없이 축하 인사 한마디 없이 일사천리도 진행된 회의에서 일본 정부는 “강제노동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겠다”고 약속하였지만, 유네스코가 권고한 “강제노동 사실 기록”은 일본 정부의 거부로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명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등재가 확정되고 일본 측의 축하 함성이 마무리되기 전에 엄청난 먹구름이 몰려고 천둥과 우박이 쏟아졌습니다. 그것은 바로 억울한 희생자들의 통곡과 비통의 눈물이었을 것입니다.

제가 이처럼 그때의 일을 상기하는 이유는 당시 활동에 아낌없이 동참하신 동포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또한 문화유산이 이처럼 역사 왜곡에 악용되기도 한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이런 이유로 문화유산이 간직하고 있는 올바른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미래세대에 전승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됩니다. 또한,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힘을 함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 하지 않으면 지속력이 상실됩니다. 사명감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확장성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문화유산의 회복 운동은 문화 의병의 힘으로..

이런 이유로 문화유산의 회복과 문화자산으로 가치발굴·확산은 “스스로의 힘”이 중요합니다. 정부는 기한이 있고, 공무는 한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의 힘”은 기한도 한도도 없이 무한향상할 수 있습니다. 저는 “스스로의 힘”을 “문화 의병”이라 이름 짓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일에도 “문화 의병”들이 계십니다. 김베커스(영자)교수님, 교포신문 조인학편집장님, 조윤경 발행인님, 조윤선 문화사업단장님, 정지희선생님, 윤재원박사님 등이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일에는 일본,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문화재가 많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조사결과로는 13,309점이 있다고 발표되었지만, 아직 조사하지 못한 기관이나 개인 소장품 등을 헤아리면 그 수는 증가할 것입니다.

저는 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7일까지 독일을 방문하여, 김베커스영자님이 일생을 거쳐 수집하신 귀중한 한국 유물과 기록물 등 100여 건을 기증받아,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또 독립운동가 안봉근 선생의 자료 목록을 전달받고, 이미륵 선생의 묘소에 참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등 매우 뜻깊은 일정을 함께하였습니다.

문화유산회복재단은 이처럼 국내·외 뜻을 함께하는 문화 의병들의 결집체입니다. 현재 국내 10곳의 지부가 있고 국외에도 11곳의 지부가 있습니다.

문화유산회복재단,“ 지속성·확장성·계승성중점

활동의 지속성은 여전히 과거 상처 입은 문화유산이 원상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문화재 피탈의 문제가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로 한국사회가 주도적으로 저개발국가의 문화유산 회복을 지원·협력하자는 것이며, 이러한 활동이 미래세대로 계승되어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문화유산회복재단은 이를 위해 두 가지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첫째는 동포분들의 수집품을 소개하고 청소년들의 교육장으로 활용한 <수집가들의 박물관 마을 조성>입니다. 지금 세계유산도시인 충남 부여군에 부지를 마련하고, 약 5만여 점의 수집품을 기증·기탁받아 전시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수집가들의 수집본능과 계승본능을 발현할 공간으로 동포분들의 고국 사랑을 선보일 장소가 될 것입니다.

둘째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를 설립하는 일입니다. 피탈문화재를 다루는 국제기구로 유네스코가 있지만, 그 역할이 극히 제한적이고 1970년 이후 도난 문화재를 주로 다루고 있어, 식민지배 경험이 있는 다수의 저개발국 등의 입장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간 1조 원에 가까운 ODA 기금을 활용한 방안으로 문화유산의 회복을 전담하는 유엔산하 국제기구 설립을 목표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으니, 동포분들의 관심과 성원 당부드립니다.

끝으로 유랑하던 한국 유물을 소장하고 있거나, 주위에 소장품에 관한 애로점을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면 독일지부인 교포신문에 알려주시면, 두 가지 길을 이루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독일 정부는 과거 피탈 문화재에 있어 원상회복을 원칙으로 원산지로 돌려주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1945년 이후 약 723점의 문화재가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독일 정부의 문화유산회복 노력에 감사를 표합니다.

또한 동포분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K-한류가 더욱 발전·확산되어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1249호 30면, 2022년 1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