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5)

비스 순례 성당(Wallfahrtskirche „Die Wies“)

교포신문사에서는 2022년 특집 기획으로 “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매주 연재한다.

독일은 서독 시절이던 1976년 8월 23일 유네스코 조약에 비준한 이래, 48건의 문화유산과, 3건의 자연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와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아픈 역사도 갖고 있는데, 2009년 현대적 교량 건설로 인해 자연 경관이 훼손됨을 이유로 드레스덴 엘베 계곡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서 제명된 것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제명된 첫번째 사례였다.

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등재일 기준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1983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비스 순례 성당(1745〜1754)은 알프스 협곡의 아름다운 자연에 놀라울 정도로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건축가 도미니쿠스 치머만(Dominikus Zimmermann)이 설계한 성당으로, 생동감 넘치는 장식 다채로운 색채, 경쾌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바이에른 로코코 양식의 걸작이다.

비스 순례 성당은 창조적인 재능으로 만들어진 바이에른 로코코 양식의 완벽한 걸작인 동시에, 사라진 문명을 보여주는 극히 이례적인 증거인데, 이 이 성당 건립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바이에른의 슈타인가텐(Steingaden) 근처에 있는 비스의 작은 마을에서는 1738년에 기적이 일어났다.

여기에는 목각 예수상이 있었는데 프레몽트레 수도회 (Premonstratensians)수사들은 이를 더는 경배하지 않고 방치했다. 그런데 원형 받침대 위에 있던 소박한 목각 예수상이 몇몇 신실한 신도에게는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들판에 지은 목조 성당이 얼마 동안 이 기적의 조각상을 전시하였다.

독일·오스트리아·보헤미아, 심지어 이탈리아에서 찾아오는 순례자들이 크게 늘어나자, 슈타인가텐의 프레몽트레 수도원장은 훌륭한 성소를 짓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1745년에 유명한 건축가 도미니쿠스 치머만의 지휘 아래 비스 순례 성당을 짓기 시작하였다. 도미니쿠스 치머만은 알프스 산기슭의 목가적인 배경에 가장 세련된 바이에른 로코코 양식의 건축물을 세웠다. 성가대석은 1749년에 봉헌되었고 나머지 부분은 1754년에 완공되었다. 그해에 도미니쿠스 치머만은 거주하던 란츠베르크 시를 떠나 자신의 걸작이 가까이 있는 비스에 정착해 살다가 1766년에 사망하였다.

비스 순례 성당은 타원형으로 설계되어 있고, 서쪽 앞부분에는 반원형 현관 홀(narthex)이 있다. 내부는 쌍주(雙柱)를 벽 앞에 배치해 불규칙하게 마름질한 처마 돌림띠(cornice)와 목조 아치형 천장에 편편한 윤곽을 지지한다. 이 윤곽은 창문과 둥근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직간접적으로 교묘하게 흩어지는 두 번째 용적을 분명히 나타낸다. 동쪽으로는 길고 깊은 성가대석이 상·하단 갤러리로 둘러싸였다.

천장화의 놀라운 치장 벽토(stucco) 장식은 바이에른의 선제후 막스 에마뉴엘(Max-Emmanuel)의 화가이자 도미니쿠스 치머만의 형인 요한 밥티스트 치머만(Johann Baptist Zimmermann)이 1720년부터 도미니쿠스 치머만을 도와 작업한 작품이다. 보는 이를 천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듯한 천장화의 주제는 신의 자비와 예수의 속죄를 통해 얻은 세계 평화이다. 천장을 장식한 프레스코화는 ‘예수의 재림’을 표현하고 있다.

생동감 있는 색채는 조각된 세부 양식을 돋보이게 한다. 상단에는 프레스코화와 치장 벽토 세공이 완전히 스며서 전례 없는 풍요로움과 세련미를 지닌 밝고 생기 있는 실내 장식을 만들어낸다.

풍부한 주제와 인물, 선의 유려함, 외관의 능숙한 개방, ‘빛’은 보는 이에게 끊임없이 신선한 놀라움을 준다. 진짜처럼 그린(trompe-l’œil) 천장은 천사들이 가로질러 날아가는 무지갯빛으로 영롱한 하늘로 열린 듯 보이는데, 이 또한 전체 공간을 밝히는 데 이바지한다.

비스 순례 성당은 완벽한 상태로 보존되었다. 색채가 모두 생생하며, 성가대석의 인상적인 비대칭 철제 부품, 신실한 이들을 위해 조각한 목조 신도석, 설교단, 건축물에 있는 우아하고 정교하게 만든 성자들을 포함한 교회 전체가 로코코 양식을 보여준다.

비스 성당은 1985~1991년에 세심하게 복원되었다. 성당의 소유자인 바이에른 주가 이 작업에 소비한 비용은 1050만 마르크가 넘었다. 덕분에 성당은 건설 당시의 색채를 거의 완벽하게 되찾았다.

바이에른에 있는 로코코 양식의 성당 대부분이 오랜 세월에 걸쳐 덧칠과 개축이 이루어져 변형된데 비해, 비스 성당은 지금도 건설 당시의 모습 그대로 빛나고 있다. 이 성당을 찾는 순례자와 예술 애호가들은 해마다 100만 명이 넘는다.

1253호 31면, 2022년 2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