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돌아와야 할 우리 문화유산

-잃고, 잊고 또는 숨겨진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4)

일본에는 있지만 정작 백제에는 없는 반가사유상

백제의 왕도 부여에 남은 하반신 반가사유상

하반신 반가사유상(국립부여박물관 소장)

왼쪽 사진을 보라. 하반신만 있다. 충남 부여 부소산에서 발견된 하반신만 남은 반가사유상은 현재 백제의 왕도였던 부여에 남아 당시 백제의 문명을 증언하고 있다. 하반신의 높이가 13.3센티미터이니 전체 모습은 25센티미터 남짓으로 추측하고 있다. 작지만 돌에 새긴 손이며 옷자락이 섬세하다. 비록 반밖에 남지 않았지만 백제 땅에서 발견된 확실한 백제 불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럼 온전한 반가사유상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서울 용산에 있는 국립박물관에 있다. 국보 제78호이다. 1912년에 일본인이 입수하여 조선총독 데라우치가 은밀히 보관하다가 1916년, 조선총독부박물관에 기증했다. 광복 후 국립중앙박물관이 인수하여 전시하고 있다.

국보 제78호는 머리에는 화려한 관(冠)을 쓰고 네모꼴에 가까운 얼굴에 광대뼈가 나왔다. 살짝 미소 띤 얼굴이 깊은 사색에서 막 깨어난 듯한 모습이다. 상체는 당당하고 하체는 우아하다. 오른발을 왼쪽 다리 위에 올린 반가(半跏)의 형태로 한국적 보살상의 전형이라 평가한다. 6세기 중엽에 제작된 것이다.

국내에 있는 백제계 반가사유상은 국보 제84호 서산 마애여래삼존불에 있는 마애반가사유상, 김제 동판반가사유상이 있으며 보물 제331호 방형대좌 반가사유상과 백제 멸망 후 제작된 보물 368호 연기 비암사의 반가사유상이 있다. 김제 동판반가사유상과 방형대좌 반가사유상도 국립중앙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다.

결국 백제의 왕도였던 공주와 부여에는 온전한 반가사유상은 없고 하반신만 남은 반가사유상만이 남아 있다. 왜 그럴까

금동미륵반가사유상, 오구라가 반출하다

백제계 반가사유상은 일본에 11점, 프랑스에 1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3점이 있고, 대마도 정림사, 나가노 관송원, 도쿄예술대학 등에도 있다.

일본에 있는 반가사유상 중에 눈에 띄는 불상은 일제강점기 당시 오구라가 반출해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한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다. 높이 16.4센티미터의 반가사유상은 오구라 컬렉션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현재는 도쿄박물관을 대표하고 있다.

국외 소재 문화재재단이 발간한 『오구라 컬렉션』 자료에 따르면, 조선총독부가 한국 문화재의 대표작들을 집대성하여 편찬한 도록인 『조선고적도보』에도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 실려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 고적도보』에는 이 작품이 오구라가 아닌 경성공소원 판사 미야케 조사쿠(三宅長策. 1868~1969)의 소장품으로 나와 있다.

1941년 일본 고고학회에서 펴낸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소장품 전관목록』에 따르면 이 사유상은 충청남도 공주 부근 산성의 탑 가운데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구마가야도서관에 있는 1960년 오구라 컬렉션 목록에도 미야케의 소장품으로 『조선고적도보』에 실려 있다는 기록과 함께 “미야케가 사들여 메이지 연간(1868~1912)에 일본에 들여온 것”이라고 적혀있다.

이는 반가사유상의 유통경로를 더욱 구체적으로 추정할 수 있게 해준다. 오구라가 입수한 시기와 관련하여 1941년 도쿄에서 열린 소장품 전시목록에도 실린 것으로 보아 그 이전일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오구라 컬렉션의 환수는 국민 염원

금동미륵반가사유상,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오구라 컬렉션은 1965년 한일문화재 반환협상에서도 한국 정부가 반환을 요구한 것으로 당시에는 일본 정부가 개인 재산이라는 이유로 거부했지만 현재는 국립도쿄박물관에 기증한 상태로 불상에 관한 소유권이 일본 정부에 있다.

따라서 소유권이 개인에서 일본 정부로 넘어간 점을 반영해 추가적인 반환 요구가 이뤄져야 한다. 이제 반가사유상의 출토지인 충남 공주시를 중심으로 불상에 대한 반환을 일본 정부에 적극 요구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국보로 지정된 반가사유상은 고구려, 백제, 신라를 대표하는 금동불 3점과 돌에 새긴 마애불 2점이 있다. 그만큼 수준 높은 고대 문명과 예술을 밝혀 주는 지표이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야스퍼스도 극찬한 한국의 반가사유상은 인류 문명의 소중하고도 위대한 자산이다.

백제의 미소를 상징하는 반가사유상이 정작 백제의 왕도인 공주와 부여에 완전체가 없다는 사실은 문명의 단절을 의미하고 민족의 자존감에 상처를 입힌다. 이것이 백제의 미소를 하루빨리 되찾아 와야 하는 이유다.

1253호 30면, 2022년 2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