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문화사업단의 문화이야기 (81)

미술관 밖의 미술, 공공미술 (3)

길을 가다 무심코 지나치는 구조물들, 최근 지은 빌딩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그림이나 조각들, 지하철역이나 골목길 등에서 우리 눈을 밝게 해주는 벽화들과 같이 오늘날 도시는 시민들에게 휴식공간과 심적 풍요로움을 선사하고 있다.

이렇듯 미술관이 아니라 우리 주변 공공 장소에서 만나는 미술작품들이 바로 공공미술(Kunst im Öffentlichen Raum)이다.

“문화사업단의 문화이야기”에서는 ‘공공미술’을 주제로 공공미술이 무엇이며,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또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문 밖에 있는 모든 예술은 공공적인가? 공공미술의 역할과 기능

지난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공미술은 다양한 범위를 가지고 있는데, 그렇다면 “문 밖에 있는 모든 미술은 공공미술인가?” 라는 의문이 들게 마련이다.

이에 대해 흥미로운 조사가 미국에서 진행된 적이 있다. 대부분 의 공원들이 미술작품으로 치장을 하고 있는 것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도시설계가 윌리엄 H. 와이트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공원을 조사해 1등상을 뉴욕의 소형공원 팔리 파크(Paley Park), 그린에이커 파크(Greenacre Park)에게 주었다. 그런데 이 두 공원 모두 미술작품이 하나도 없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움직일 수 있는 의자, 벽천, 나무 등 3가지가 공원 구성요소의 전부이다. 이런 사실은 “모든 미술은 공공적인가?”, “공공미술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인가?”하 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공공미술의 기능은 크게 장식과 개입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장식은 건축물을 만들 때 미술을 도입해 미술적 장식효과를 높였던 유럽 건축물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번안한 것일 것이다. 의자, 휴지통, 가로등 등 이른바 거리 설치물이 대표적이며 이는 단순 장식이 아니라 다기능적 장식을 미술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또한 창작의 목표를 사용자 중심에 두고 미술의 쓰임새를 사람과 공간의 정서를 어루만지면서도 기능(의자, 방향지시, 시계 등)을 수행하는 데까지 확장한다.

개입은 미술작품을 단순히 미적 대상으로서의 제한된 기능으로 보지 않고 사회적 비판과 미술적 비전제시의 적극적인 표현매체로 사용하는 경우다. 에이즈 문제로 촉발 된 AIDS 미술을 비롯해 최근 ‘새로운 장르의 공공미술’은 모두 개입을 중요한 개념으로 설정하고 있다. 개입은 미술을 사회에 개입시킨다는 의미 말고도 작품의 제작과정을 작품의 완결된 결과 못지않게 중요시하고 그 과정에서 관람객들의 참여를 매우 중요시 한다. 즉 일상생활 공간과 일상적 이슈에 대한 창의적 개입과 관람객의 소통적 참여를 공공미술의 중요한 개념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 두가지 개념은 미술이 사회를 어떻게 만나고 사회에 대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느냐 하는 고민의 결과물이다. 미술이 사회와 어떻게 만나고 어떤 역할을 하느냐 하는 고민에 따라 전통적인 건축, 미술 개념을 떨쳐내고 새로운 모습을 찾은 것이다. 사회적인 단어로 얘기하자면 참여 민주주의가 미술, 건축적으로 적용된 것이 공공미술인 것이다.

오늘날 도시 환경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공공 공간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써 공공미술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공공미술이 도시 환경에서 장소와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환경성, 공공성, 상징성, 예술성, 형태성의 구성요소가 필요하다.

환경성: 공공미술은 관객들이 모든 방향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특성을 가지며 둘러싸여 있는 공간 속에서 존재되는 것으로 환경과의 조화로운 질서를 만들어 낸다. 조화로운 질서를 위해서는 조형물을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곳에 배치하고 방향을 설정할 때에는 관객의 움직이는 거리와 속도, 작품의 높이, 빛의 방향각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

공공미술은 작품 그 자체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의 공간적 관계성이 중요하다.

공공성: 도시 공간에서 공공미술의 특징은 대중과의 관계이다. 과거의 위압적이고 기념비적인 위치로 설치되었던 공공미술품은 현대에는 대중을 감상 주체로서 고려하여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 다. 대중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미적이고 실용적, 혹은 기능적 측면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대 중문화 속에서 대중과 소통 가능한 시각 언어로 표현된 환경 조형물은 대중과의 원활한 소통을 이루어 공공성을 유지하게 된다.

상징성: 작품이 공공 공간에 놓여지고 조화를 이루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전의 공공미술은 작품 자체의 조형성과 미적 가치에 중점을 두었다면, 현대의 공공미술은 상징적인 측면이 중요하게 추구되고 있다. 공공 공간속에 놓여진 작품은 시각의 인상을 단순화하여 랜드마크나 공간의 지표 등으로 상징되고 이러한 효과는 공간의 성격을 분명하게 하고 작품의 존재감을 갖게 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예술성: 구체적인 주제 분석에 의한 작가의 개념은 기존 작품들과는 달리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 전개가 필요하다.

형태성: 면, 표면, 볼륨, 양감, 색채, 비례 등 기본적 요소들의 질서와 혁신의 관계가 시각적 미적 효과를 나타내야 한다.

이렇듯 도시 공간에서 인간과 공공미술의 유기적 관계란 전체 안 에서 각각의 요소들이 조화롭게 구성되어지는 것을 말하며, 한 요소가 제거되면 이는 그 부분이나, 혹은 전체를 파괴하고, 조화도 깨어진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공공미술은 인간과 장소, 인간과 인간, 인간과 오브제가 서로 유기적 관계를 가질 때 인간과의 조화와 질서로서 환경의 친인간화, 예술화를 추구할 수 있다.

1256호 23면, 2022년 2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