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전시] 미르셀 뒤샹(Marcel Duchamp) 전시회

4월 1일 – 9월 18일까지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MUSEUM FÜR MODERNE KUNST, MMK)


교포신문사는 “이달의 전시/ 독일의 Museum 소개”란을 신설, 첫 주에는 이달의 전시, 둘째, 셋째, 넷째 주에는 독일의 Museum(박물관, 미술관)을 소개한다. – 편집자주


20세기 개념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의 전사회가 4월 2일부터 9월 18일가지 프랑크푸르트에 위차한 현대미술관(Museum Für Moderne Kunst, MMK)에서 열린다.

마르셀 뒤샹은 프랑스와 미국을 포함은 한 국제 미술무대에서 활동하던 아티스트로, 오늘날까지 현대미술의 신화처럼 존재하는 작가이다. 뒤샹은 미술의 창조와 해석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다.

현대미술에 대한 책을 읽으면 뒤샹에 대한 이야기가 반 이상은 차지하는 듯하다. 넓게는 인상주의부터 시작되는 현대미술의 계보는 뒤샹을 빼놓고는 논할 수 없다. 현대미술의 전위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라서 그럴까. 예술에 있어 전위는 수도 없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뒤샹의 전위는 유독 특별하게 여겨진다.

뒤샹의 전위의 본질은 ‘예술을 하지 않은 것’, 즉 반예술에 있다. 기존의 전위는 예술의 범위 내에서 일어났다면 뒤샹은 아예 그 틀을 깨며 동시에 예술의 범위를 확장시켰다. 전위로 등장한 개념들이 전위의 의미를 망각하여 금세 타파해야 할 인습으로 전락했던 것과 달리, 기존의 것이 무엇이든 그것에 대해 가차 없이 반격을 가하는 뒤샹의 반예술 정신은 지금까지도 남아 안티테제로 작동하며 현대미술의 장을 환기시킨다.

일상용품을 예술 작품으로

100년 전만 해도 예술이란 예술가의 손을 거쳐 만들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법칙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술은 대상을 만드는 게 아니라 개념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마로 마르셍 뒤샹(1887~1968년)이다.

틀에 갇힌 창조와 해석의 미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던 뒤샹은 ‘개념미술’이라는 새로운 예술 세계를 열며 현대 미술의 선구자가 된다. 변기를 작품으로 만드는 기발함이 지금에 와서는 레디메이드(기성품) 개념을 최초로 예술에 도입한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지만, 여기에 작품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회화로 표현한 움직이는 신체

뒤샹은 어릴 때부터 조형물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그렇다고 회화 작품을 그리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특히 뒤샹이 살던 20세기 초 서양 미술은 폴 세잔이 초석을 다듬기 시작해 파블로 피카소가 전성기를 이끈 ‘입체파(큐비즘)’ 미술 사조가 지배하고 있어 너도 나도 기하학적이고 입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뒤샹도 예외는 아니었다. ‘계단 위를 내려오는 누드’라는 작품은 누드 형상을 마치 움직이는 기계로 묘사했는데, 공간을 기하학적으로 구성하고 한 공간에서 여러 시간을 한꺼번에 재현해 내는 기법, 누가 봐도 입체파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다만 뒤샹은 입체파가 요구하는 그림에 다소 거리를 두고,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다. 바로 ‘움직임’이었다. 당시 신기술인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뒤샹은 움직이고 있는 신체의 연속 이미지를 한 번에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현대의 3D 모델링처럼 사람에게 딱 붙는 옷을 입힌 뒤, 관절을 표시해 사진을 찍어서 신체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렇게 뒤샹은 기하학과 차원이라는 수학 개념과 운동을 재현하는 과학적인 발상을 결합해 작품을 만들게 된 것이다.

25세 마르셀 뒤샹, 회화와 결별

이렇듯 ‘새로운 관점’을 중시했던 뒤샹은 어느 예술가와도 비교되고 싶지 않았다. 그가 25세 되던 해, 뒤샹은 ‘유사 세잔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며 붓을 놓기로 선언한다.

“시각적인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가 붓을 놓다니, 이해가 쉽게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발언 이후 뒤샹은 현대 미술사를 흔들게 된다. 뒤샹은 예술가가 의지만 있으면 진부한 물건이나 대량 생산된 일상용품, 즉 레디메이드도 얼마든지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관습적인 미의 기준을 무시하고 작품과 일상용품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 첫 작품이 1913년 작품 ‘자전거 바퀴’이다. 같은 맥락으로 만든 작품이 그 유명한, 뒤샹하면 떠오르는 작품 ‘샘’이다.

샘은 1917년에 열린 미국 뉴욕의 독립예술가협회의 첫 전시에서 등장했다. 뒤샹은 과연 독립예술가협회가 수용성이라는 가치를 얼마나 반영하는지 시험해보기로 했다. 시중에 파는 남성 소변기에 ‘샘’이라는 재치 넘치는 제목을 붙이고 무명의 예술가 알 뮤트의 서명을 적어 물품을 제출한 것이다.

조직위원회는 이 작품을 전시하지 못하게 전시장의 한 구석으로 치워버린다. 이때 분실돼 버리는 바람에 처음 출품한 작품은 영원히 사라지게 되고, 이후 뒤샹은 직접 17개의 복제품을 만들어 전시했다.

이처럼 일상용품에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고, 원래 의미를 상실하는 장소에 둬버리는 그의 작업은 ‘반회화주의’의 선봉에 나섰고, 그렇게 뒤샹은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그리고 개념미술이라는 다양한 미술사조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의 선구자로 여겨지는 뒤샹을 오늘날의 동시대적 맥락에서 바라보고 지금까지 행해지는 현대미술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의 장이 될 것이다.

MUSEUM MMK FÜR MODERNE KUNST

Domstraße 10, 60311 Frankfurt

DO-SO: 10-18 Uhr / MI: 10-20 Uhr

1261호 28면, 2022년 4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