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22)

데사우 뵐리츠 정원(Gartenreich Dessau-Wörlitz)

교포신문사에서는 2022년 특집 기획으로 “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매주 연재한다.

독일은 서독 시절이던 1976년 8월 23일 유네스코 조약에 비준한 이래, 48건의 문화유산과, 3건의 자연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와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아픈 역사도 갖고 있는데, 2009년 현대적 교량 건설로 인해 자연 경관이 훼손됨을 이유로 드레스덴 엘베 계곡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서 제명된 것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제명된 첫번째 사례였다.

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등재일 기준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2000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데사우 뵐리츠(Dessau-Wörlitz) 정원은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의 조경 설계와 계획을 살펴볼 수 있는 뛰어난 곳이다. 빼어난 건축물, 영국식으로 설계 조경한 정원과 공원, 섬세하게 조성한 넓은 농지 같은 다양한 구성 요소의 데사우 뵐리츠는 미적·교육적·경제적 목적을 반영한 모범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데사우 뵐리츠 정원은 예술·교육·경제를 조화롭게 통합하는 계몽주의 시대의 철학적 원칙을 조경 설계에 적용한 뛰어난 사례이다.

조경 설계의 첫 번째 시도는 1683년 이래 도시·궁전·공원을 통합하는 설계 아래 오라니엔바움(Oranienbaum)을 세운 것에서 시작하였다. 그 결과 설계자인 코르넬리스 리크바에르트(Cornelis Ryckwaert)에서 비롯한 네덜란드의 영향과 완전한 바로크 양식의 조화는 오늘날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1700년경에 엘베(Elbe) 강 연안의 습지를 매립해 신도시와 농장을 만들면서 이러한 양식에 따른 추가적인 개발을 하였다.

안할트데사우(Anhalt-Dessau)의 왕자 레오폴드 3세 프리드리히 프란츠(Leopold III Friedrich Franz, 1740~1817) 치세 때인 1765년경에 광범위한 조경 설계 계획을 전 공국 영토에 걸쳐 시행하였다. 이 야심찬 계획은 건축가이자 예술 이론가 프리드리히 빌헬름 폰 에르트만스도르프(Friedrich Wilhelm von Erdmannsdorff, 1736~1800)의 긴밀한 협력 아래 시작되었다.

조경 설계, 공교육, 예술 진흥이 이 계획에 밀접하게 통합되었다. 뵐리츠는 영국식 정원과 신고전주의 양식 건축을 광범위하게 개선한 출발점이 되었다. 1764년에 시작하여 40년 동안 112.5㏊의 규모의 정원을 조경하였으며 이는 유럽에서 처음 설계되는 조경 계획이었다. 장 자크 루소(Jean Jacques Rousseau)와 요한 베른하르트 바제도(Johann Bernhard Basedow)의 영향을 입은 교육 주제와 조경을 통합한 계획아래 건물, 정원, 예술 작품을 배치하였으며 이는 모범적인 실행 사례로 남았다. 이 조경 계획은 계몽주의를 유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1769년~1773년에 지어진 뵐리츠궁전(Schloss Wörlitz)은 처음부터 방문객에게 개방되었다. 독일에 건립된 최초의 신고전주의 양식 건물로 카를 프리드리히 싱켈(Karl Friedrich Schinkel)보다 두 세대 앞선 시도였다. 이곳의 고딕의 집(1774)은 유럽 전역에서 고딕 복고풍의 건물을 유행시켰다.

이 시기부터 여러 조경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가장 혁신적인 조경은 오라니엔바움의 중국 정원(1790)인데 영국인 건축가 윌리엄 체임버스(William Chambers) 경의 계획에 근거하였다. 기반 시설 발달에 필수적인 도로와 제방에는 유실수를 심어서 장식적 효과를 주었다. 프란츠 왕자가 사망한 1817년에 이르자, 공국의 거의 전체는 하나의 통일된 정원으로 바뀌었다. 1900년 이후 산업화와 그에 따른 데사우의 확장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경관의 특성은 유지되었다.

데사우 뵐리츠 정원은 엘베 강과 물데(Mulde) 강의 목초지에 있고, 강의 범람원은 공원과 접해 있다. 정원의 핵심 시설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정원, 정원 내의 건축물 그리고 조소 작품들이다. 정원 구역과 더불어 제방의 감시탑·여관·동상·교량 같은 신고전주의 양식과 신 고딕 양식의 구조물이 넓게 분포되어 전체 풍경의 주요한 특징을 이루고 있다.

들판, 목초지, 과수원 같은 농지 구역에는 관상수를 심어 전체 경관을 미적으로 향상시켰다. 서쪽 구역에는 퀴나우어(Kühnauer) 공원, 게오르기움(Georgium), 베케르브루흐(Beckerbruch)가 있다.

퀴나우어 공원은 퀴나우어 시 남쪽 호수 기슭에 있다. 이곳은 호수와 섬을 볼 수 있는 좁고 긴 형태의 정원으로 1805년에 설계되었다. 이곳의 과수원과 포도원은 부분 복원되었다. 눈여겨볼 곳은 포도원의 집(Vineyard House)인데, 이는 1818년~1820년에 지은 이탈리아식 고전 건물이다. 나머지 건물들은 신고전주의 양식의 슐로스 퀴나우(Schloss Kühnau, 1780)와 로마 비잔틴 양식의 교회(1828~1830)가 있으며, 게오르기움 또는 게오르겐가르텐(Georgengarten)은 21.3㏊의 영국식 정원 안에 있는 신고전주의 양식의 작은 별장이다.

이 공원에는 로마식 유적과 개방형 원형 사원을 포함한 건물과 기념물이 다수 있다. 베케르브루흐의 인접 지역은 습지와 목초지로 비교적 자연 상태로 유지되었고, 동상 몇 개와 작은 구조물만 있다. 이곳은 점진적으로 게오르겐가르텐과 병합되도록 설계하였다.

중앙 구역에는 뤼이지움(Luisium), 지글리처베르크(Sieglitzer Berg), 티어가르텐(Tiergarten, 부분)과 밀덴제(Mildensee)와 발더제(Waldersee) 마을이 있다. 데사우 북동쪽의 습지는 중앙 구역에 속한다. 물데 강의 굽은 곳의 목초지대는 원래 데사우를 둘러싼 제방의 일부분으로 정원 풍경으로 설계하였으나 현재는 실러 공원이 되었다.

데사우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손실을 입었지만 정원은 다른 곳보다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지역 경계선을 제거하고 축산용 대형 건물이 들어서면서 농촌 경관은 어느 정도 파괴되었다. 그러나 발전소와 1970년대에 세워진 포케로데의 온실 단지가 1994년~1995년에 폐쇄되자 결과적으로 생태 안정화 과정에 들어갔고 데사우 뵐리츠의 정원에도 도움이 되었다.

1270호 31면, 2022년 6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