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35)

함부르크의 창고 도시와 칠레하우스가 있는 콘토르하우스 지구

(Hamburger Speicherstadt und Kontorhausviertel mit Chilehaus)

교포신문사에서는 2022년 특집 기획으로 “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매주 연재한다.

독일은 서독 시절이던 1976년 8월 23일 유네스코 조약에 비준한 이래, 48건의 문화유산과, 3건의 자연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와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아픈 역사도 갖고 있는데, 2009년 현대적 교량 건설로 인해 자연 경관이 훼손됨을 이유로 드레스덴 엘베 계곡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서 제명된 것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제명된 첫번째 사례였다.

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등재일 기준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2015sus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슈파이허슈타트(Speicherstadt)와 인접한 콘토르하우스(Kontorhaus, 사무용 빌딩) 지구는 항구도시인 함부르크 중심부의 빌딩 숲이 빽빽하게 들어선 도시에 위치한다.

“창고 도시”를 의미하는 Speicherstadt는 독창적이면서도 예스러워 보이는 외관에 첨단 기술 설비와 장비가 들어선 총 15개의 대규모 창고 구역과 6개 동의 부속 건물, 그리고 이 시설들을 연결하는 도로·운하·다리 등의 연결망으로 이루어져 있다.

슈파이허슈타트는 본래 1885년부터 1927년 사이에 엘베(Elbe) 강에 있는 몇 개의 작은 섬들 위에 개발되었고, 1949년부터 1967년까지 부분적으로 재건축되었다.

슈파이허슈타트는 300,000㎡로 항구에 있는 창고 시설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이고 일정한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이 역사적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총 15개의 대규모 창고 구역과 함께 6채의 부속 건물, 그리고 이 시설들을 연결하는 짧은 운하망이 유산에 등재되었다.

현대적인 칠레하우스(Chilhaus) 사무용 빌딩이 있는 콘토르하우스 지구는 5㏊가 넘는 규모이며, 192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항만 사업과 관련된 사업체들을 수용하기 위해 건설된 거대 규모의 사무 단지 6개가 속해 있다.

가장 유명한 칠레하우스를 중심으로 콘토르하우스 지구 내 육중한 사무용 건물들은 근대 초기의 벽돌 마감 건축물로서 통일된 기능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칠레하우스, 메스베르크호프(Messberghof), 스프링켄호프(Sprinkenhof), 몰렌호프(Mohlenhof), 몬탄호프(Montanhof), 옛 우체국(Niedernstrasse 10), 콘토르하우스 부르차르드스트라스 19-21(Kontorhaus Burchardstrasse 19-21) 및 미라마르하우스(Miramar-Haus) 등은 20세기 초에 등장한 건축 및 도시 설계의 개념을 표현하는 건축물들이다.

기능적으로 상호 보완적인 이 두 지구의 뛰어난 건축물들과 복합단지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국제무역의 급속한 성장이 가져온 효과를 실재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선정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그 등재 이유를 밝히고 있다.

‘슈파이허슈타트와 칠레하우스를 포함한 콘토르하우스 지구’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국제무역의 급속한 성장이 낳은 결과를 요약해서 보여주는 건축물과 산업단지 유형이 있는 탁월한 사례이다. 각각 역사주의와 모더니즘이라 불리는 수준 높은 디자인과 기능적 건축물들은 해변에 세워진 창고 건물과 현대적 사무용 건물 단지라는 특별한 사례를 구현했다.

완전성

슈파이허슈타트와 콘토르하우스 지구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에 이룬 국제무역의 급속한 성장이 낳은 전형적인 결과물이다. 유산의 수준 높은 디자인과 기능적 건축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건축물, 공간, 구조물, 수로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표현하기에 충분한 모든 요소를 갖추었다.

26.08ha의 규모는 유산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특징과 과정을 완벽하게 소개하기에 적절하며, 개발이나 방치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진정성

슈파이허슈타트와 콘토르하우스 지구는 위치, 배경, 형태와 디자인, 건축 자재라는 관점에서 수준 높은 진정성을 지녔다. 주변의 도시 경관이 현저하게 변화하기는 했지만 해변에 면한 지역은 바뀌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슈파이허슈타트가 심각하게 훼손된 적이 있지만 유산의 가치에 대한 이해를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다. 유산의 전체적인 형태와 디자인, 그리고 건축 자재는 대체로 그대로 유지되었다. 콘토르하우스 지구 또한 오늘날까지 본래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구성 요소 사이의 연관성에는 진정성이 있으며 그 특성은 유산의 가치를 충분히 전달한다.

보존 및 관리체계

여러 공익 단체와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이 유산은 함부르크 보존등록부(Hamburg Conservation Register)에 등재된 지역 안에 위치한다. 슈파이허슈타트는 1991년 함부르크유산보호법에 의거하여 보호받고 있으며, 콘토르하우스 지구는 1983년과 2003년에 동법에 의거하여 보호받고 있다. 2012년 개정 때 이 법에는 세계유산협약에 대한 준수 의무가 포함되었다.

함부르크의 지역문화부 산하의 유산보존청이 법의 이행을 관할하는 관리 기관이며, 전문가, 시민, 기관으로 구성된 유산회의가 해당 기관에 자문한다.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진정성, 완전성 유지와 완충지역 보호를 목표로 삼고 있는 관리 계획이 2013년부터 발효되었다.

슈파이허슈타트와 콘토르하우스 지구를 장기적이면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건축물, 슈파이허슈타트와 콘토르하우스 단지 전체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분위기, 도시 경관 내에서의 전형적인 외관을 보존해야 한다.

동시에 정체성 수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이 도시의 문화 및 역사적 발전에 관한 고유한 증거를 보존하고,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함양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함부르크 시민들의 삶의 질이 지금의 수준으로 유지되거나 더욱 향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1285호 31면, 2022년 10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