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38)

나움부르크 대성당(Naumburger Dom)

교포신문사에서는 2022년 특집 기획으로 “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매주 연재한다.

독일은 서독 시절이던 1976년 8월 23일 유네스코 조약에 비준한 이래, 48건의 문화유산과, 3건의 자연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와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아픈 역사도 갖고 있는데, 2009년 현대적 교량 건설로 인해 자연 경관이 훼손됨을 이유로 드레스덴 엘베 계곡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서 제명된 것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제명된 첫번째 사례였다.

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등재일 기준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2018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나움부르크 대성당은 작센 안할트주 남쪽에 있는 작은 도시 나움부르크(Naumburg)에 있는 대성당으로 오늘날에는 개신교 교회로 사용되고 있다.

1000년경 마이센 백작 Ekkehard 1세는 신성로마제국 동쪽 변방에서 가장 권력이 막강한 인물이었고, 당시 황제인 오토 3세의 후원을 받고 있었다. 그는 Saale 강 동쪽에 저택과 성을 잣고 새로운 성(Neuebrg)이라 명명하였는데, 이곳이 후에 나움부르크(Naumburg)가 되었다. 그의 아들인 Ekkehard 2세는 1021년 성 주변의 작은 교구교회를 지어 성모마리아에게 봉헌하였다.

이후 교구권한이 인근 Zeitz에서 나움부르크로 옮겨옴에 따라 1044년 Hunold주교 재임기간에 기존 성당의 동쪽에 50m 높이의 초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을 건축하기 시작하였고, 베드로와 바울에게 봉헌하였다.

Engelhard 주교는 1210년부터 초기 고딕양식을 도입하여 새로운 성당건축을 시작하는데 1260년까지 주요부분이 완성된다.

이렇듯 나움부르크는 11세기에 창립되었으며 도시로 인정받은 것은 1142년이었다. 이 도시는 중세의 성벽 일부와 16세기에 이용된 시청사, 고딕 시대의 빼어난 조각 건축물인 13∼14세기의 성당 등이 남아 있다.

나움부르크 대성당은 1010년부터 시작해 여러 번에 걸쳐 건축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이 건축물은 여러 양식을 담고 있다는 점과 보전 상태가 좋아 후대가 과거의 발자취를 탐구하기에 매우 좋은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나음부르크대성당은 전체적으로 동쪽과 서쪽에 각각 2개의 찹과 동쪽과 서쪽에 두 개의 제단부가 있는 전형적인 독일 로마네스크 건축양식이다. 서족에 위치한 2개의 탑은 사각형 3층으로 구성되고, 각 모서리에 작은 탑이 에워싸는 독특한 양식이다. 꼭대기에는 큰 중앙첨탑을 중심으로 4개의 작은 첨탑이 호위하는 형상이다.

1260년에서 15세기까지 지속적으로 올려진 탓인지 층마다 창문 양식이 다르다. 동쪽에 위치한 2개의 탑은 팔각형 모양인데 주로 불라인드 아치로 장식되어 있다. 1532년 성당 화재후 건축되었고, 18세기에 바로크영식의 둥근 돔이 추가되었다.

나움부르크 성당 서쪽 제단에 위치한 우타 입상

나움부르크 대성당에서 세상에 잘 알려진 조각상은 우타 백작 부인의 조각상이다.

우타(Uta von Ballenstedt)라는 여성은 1000년 발렌슈테트에서 태어났으며 1046년 10월 23일까지 살았던 것으로 역사에 기록돼 있다. 마이센의 ‘에케르트 2세’라고 하는 백작과 결혼을 했기 때문에 ‘우타 백작부인’이란 이름으로 불렸을 것이다.

우타가 주목을 받는 것은 그녀가 백작부인이었고 나움부르크 성당 건립의 기부자 혹은 건립인 -이들은 12개의 조각상으로 변해 나움부르크 성당에 모셔져 있다- 중 한 사람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독일인들은 중세시대의 고귀하고 아름다운 미의 전형을 예로 들 때 우타 폰 발렌슈타트의 모습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비록 조각상으로 남은 모습뿐이지만 그녀는 차갑고 귀족적이고 도도함이 느껴질 정도로 당당하지만 또 한없이 여린 모습으로 우리를 매혹한다.

우타 폰 발렌슈테트의 기사를 특집으로 다룬 독일의 한 기자는 그녀의 모습을 조각상으로 남긴 한 예술가의 기발한 착상이 세계인들에게 선입견처럼 작용하고 있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독일적 정신의 한 면을 창조해 냈다고 서술했다.

우타는 디즈니 만화영화인 ‘백설공주’의 계모의 모습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나치는 그녀를 프로파간다에 악용하기도 했다.

《장미의 이름》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이자 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 역시 유럽 미술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 가운데 누구와 저녁 식사를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다른 누구보다도 먼저 나움부르크의 우타와 함께하고 싶군요.” 라고 말할 정도로 우타 백작 부인의 조각상은 큰 매력을 지니고 있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

‘나움부르크 대성당의 전체적인 도상학적 개념, 그리고 건축, 조각 작품, 스테인드글라스의 조화로운 결합은 13세기의 종교적 실천과 시각 예술의 변화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반영하고 있다.

특히 대성당과 그에 따른 건축학적 요소들, 조각상들, 예술작품들, 그리고 보존된 본래의 레이아웃 등 모든 것이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속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13세기의 구조적 요소는 잘 보존되어 있고, 개발 또는 방치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았다. 시각적 연계 요소들, 그리고 주변의 도시 및 문화경관과의 기능적 관계는 훼손되지 않았다.

나움부르크 대성당의 진정성은 중세성기의 성당과 부속 건물들, 예술작품, 조각상 등의 훼손되지 않은 자재와 형태에 그대로 나타난다. 수리 작업에는 대성당 공사 때마다 쓰인 원래의 채석장에서 가져온 석재를 사용했으며, 복원 작업은 19세기 이후부터 진행되었다. 건축물은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미사가 열린다. 나움부르크 구시가의 한 가운데에 있는 대성당의 위치와 입지는 변경되지 않았고 유산의 보전 상태는 전반적으로 훌륭하다.

1288호 31면, 2022년 10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