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40)

아우크스부르크의 물 관리 시스템(Augsburger Wassermanagement-System)

교포신문사에서는 2022년 특집 기획으로 “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매주 연재한다.

독일은 서독 시절이던 1976년 8월 23일 유네스코 조약에 비준한 이래, 48건의 문화유산과, 3건의 자연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와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아픈 역사도 갖고 있는데, 2009년 현대적 교량 건설로 인해 자연 경관이 훼손됨을 이유로 드레스덴 엘베 계곡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서 제명된 것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제명된 첫번째 사례였다.

독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등재일 기준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2019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아우크스부르크의 물 관리 시스템’은 수공학 분야의 선두 개척자이다. 위생 문제와 관련하여 더러운 물이 여러 가지 질병의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사실로 확립되기 훨씬 전인 1545년부터 식수와 공정용수를 엄격하게 분리하여 공급하였다.

아우크스부르크 구 시가지의 성벽 출입문 중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곳이 몇 곳 있는데, “붉은 문(Rotestor)”도 그 중 하나이다. 아욱스부르크 시청사(Rathaus)를 건축한 엘리아스 홀(Elias Holl)이 건축한 것으로 19세기경 성벽이 철거될 때 붉은 문은 그대로 남겨두었다. 탑의 붉은 장식 때문에 붉은 탑이라 불린다.

그러나 이 붉은 문은 아우크스부르크의 물 관리 시스템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유수 이용과 식수 공급을 위해 사용되었다.

“붉은 문”은 인근의 강물을 끌어다 도시에 식수를 공급하는 급수탑 역할을 463년간 하며, 유럽에서 현존하는 물 관련 건축물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끌어들인 물을 도시로 흘려보내는 운하도 만들었는데, 레흐 지구(Lechviertel)라 불리는 지역은 그 흔적이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곳이다. 물이 흐르는 좁은 골목 사이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명소이다.

더욱이 레흐 지구의 운하는 또 하나의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설계되었는데 바로 수력발전이다. 물의 힘으로 기계를 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운하로서, 주변에는 수공업자와 장인들이 자리를 잡게 된다. 오늘날에도 레흐 지구에서는 손재주를 자랑하는 장인의 공방을 일부 만날 수 있다.

엘리아스 홀이 만든 또 하나의 주목할만한 르네상스 건물은 슈타트메츠크(Stadtmetzg)이다. 독일어로 정육점을 뜻하는 메츠거라이(Metzgerei)에서 파생된 단어로서, 의역하면 “시립 정육점” 정도가 된다.

고기는 신선도가 생명이다. 상하면 버려야 되고, 혹 전염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냉장 기술이 없었던 중세시대 아우크스부르크는 “물의 힘”을 냉장에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운하가 흐르는 곳에 건물을 짓고, 물을 이용해 고기를 냉장하며 신선도를 유지하고자 만든 건축물이 바로 슈타트메츠크(Stadtmetzg)이다.

물을 끌어들여 안정적으로 식수를 공급함은 물론 수력발전으로 기계를 돌리고 고기도 냉장하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다 모인 도시가 바로 아우크스부르크인 것이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여전히 물의 도시로 남아 오늘날 많은 운하들을 통해 재생 가능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이 운하들은 수량을 쉽게 조절할 수 있어서 수력 발전에 특히 적합하다. 또 이곳의 흐르는 물과 여러 작은 다리들은 이 오래된 도시의 풍경을 다채롭게 만든다.

이 건축학적·기술적 기념물들은 인류사에서 중요한 2단계의 시대, 즉 르네상스 시대의 ‘물 예술’과 산업혁명 시대에 이 도시가 우위를 점하도록 해준 물과 관련된 도시 행정과 물 관리에 대해 생생하게 입증하는 연속적인 사회-기술 앙상블이라 할 수 있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

‘아우크스부르크의 물 관리 시스템’은 아우크스부르크 시에 혁신적인 수공학을 적용하여 700년 이상 연속적인 단계로 발전을 거듭하여 모범적으로 수자원을 이용한 지속가능한 물 관리 시스템이다.

‘아우크스부르크의 물 관리 시스템’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있다.

첫째 식수와 공정용수(工程用水, 각종 샘물과 강물)의 원천, 그리고 시스템을 통해 식수와 공정용수를 엄격하게 나누어 공급하는 운하 네트워크와 복잡한 수로, 둘째 15~17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처음에는 수차로 양수기를 구동했지만, 나중에는 아우크스부르크의 역사적 중심지가 있는 고원 지형의 급격한 지형 변화에 대응하는 터빈으로 양수기를 구동한 급수탑(water tower)이다.

셋째 17세기 초에 건설된 수랭식(水冷式) 이용이 가능한 정육점 건물인 슈타트메츠크(Stadtmetzg,), 넷째 특별한 예술성을 지닌 3개의 기념비적 분수 시스템, 다섯째 19세기 후반의 근대 최첨단 수공학을 대표하는 호하블라스(Hochablass) 댐, 여섯째로 지속가능한 전력을 계속 생산하는 수력발전소 등이 이 유산에 모두 포함된다.

완전성

‘아우크스부르크의 물 관리 시스템’의 완전성은 상호 연관된 총 22개의 요소로 이루어진 하나의 통합된 총체로 기능적 통일성과 일체성에 기초한다. 이러한 사실은 장구한 세월 동안 지속된 이 도시의 물 관리 시스템을 증명하는 6가지 유형의 구조물들에 잘 표현되어 있다. 물 관리 시스템을 구성하는 기술 건축의 앙상블은 그 규모가 적절하며 이 유산의 중요성의 근거인 본연의 특성과 과정을 완벽하게 제시하고 있다. 현재 상태 그대로의 유산의 완전성은 700년이 넘도록 계속해서 적응·수정·대체되면서 계승되어온 산물이다.

‘아우크스부르크의 물 관리 시스템’은 중세 이래로 지속되어온 도시의 물 관리 시스템의 발전 과정이 기록된 유산이며, 보존 상태가 매우 훌륭한 구조물이다. 이 시스템의 기능은 운하, 수로, 식수 생산 시설, 수력 기술 구조물, 건축물, 탁월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 3개의 분수, 수랭식 도축과 가공 및 판매 시설, 그리고 다양한 수력 발전시설 등으로 이루어진 잘 보존된 물 관리 기능 앙상블을 기초로 한다.

1290호 31면, 2022년 11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