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병(Lyme-Borreliose) ②
필자를 찾아온 환자들을 보면 상상치 못한 증상들이 나타나는 경우가 꽤 많다. 심한 관절염으로 인해서 연골이 녹아내려 신체 여러 군데 수술을 28번이나 받은 환자가 있었는가 하면 진드기에 물리고 나서 15년 후에야 심한 우울증과 전신 관절, 근육통이 시작되었으며 우울증으로 인하여 자살까지 시도했던 환자들도 있었다. 필자를 찾아와 한약을 복용하고 나서 완치가 되어 지금은 감기만 들어도 西醫(서의)한테 가지 않고 꼭 필자를 찾아오는 환자도 있지만 치료효과가 늦는 환자도 있다.
물리치료사인데 취미로 金(금)을 캐러 다니다가 감염되어 수년 동안 치료를 하고 있지만 워낙 오랫동안 병이 발전되고 증상이 심해, 요즈음은 근육이 경직되고 四肢(사지)에 마비감이 오면서 신경통과 두통이 생겨나고 정신이 산만하여 도저히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뇌막염 같은 병도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감염되지만 진드기로도 감염되는데 발병 되고나면 생명이 위독한가 하면 치료가 된다 하더라도 뇌의 손상으로 불구가 되거나 정신적인 이상이 와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얼마전에는 10대의 젊은 여성이 어렸을 때 Zecke로 감염된 라임병이 만성이 되어, 치료되지 않아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을 호소하며 울먹이는 것을 보고 참 안타까웠다. 우리와 같이 독일에 온 한 지인도 진드기에 물린 후 뇌막염으로 발전되어 생명을 잃은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어떤 병이든지 최고의 치료방법은 예방이다.
제일 좋은 예방은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다. 진드기가 많은 위험지역에는 가지 않는 게 상책이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산이나 들에서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긴 양말과 긴 바지, 긴팔의 옷들을 입는 것이 중요하다. 직접 진드기에 물리지 않았다고 해도 옷에 붙은 진드기나, 사슴, 토끼 등의 짐승과의 접촉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그러므로 야외에 나가 있을 때는 옷을 풀밭이나 짐승의 접촉이 가능한 자리에 두지 말고, 다녀온 후에는 바로 몸을 씻고 그 날 입었던 옷을 샅샅이 확인하는 것이 좋다. 진드기에 물렸다면 속히 핀셋으로 피부 속에 박혀있는 진드기 침까지 완전히 제거해야한다.
진드기 위험지역도 전처럼 남독에만 국한되지 않고 자꾸 독일 전체로 넓어지니 안심지역이라도 조심하는 것이 좋다. 필자도 작년엔가 저녁을 먹고 아내와 집 주위를 산보삼아 한 바퀴 돌고 왔는데 생각 없이 반바지를 입고 나갔다가 허벅지에 진드기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제거를 한 적이 있다. 필자의 지인 부인도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주말농장(Schrebergarten)에서 진드기에 물렸는데 모르고 있다가 다음날에야 제거한 적이 있다고 말한다. 꼭 산에만 진드기가 있는 것이 아니고 들에도 진드기가 노출되어 있다는 말이다.
피부에 박혀있는 진드기를 제거할 때는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가지고 있는 핀셋으로도 가능하다. 약국에 가면 진드기를 제거하는 진드기용 핀셋을 판매하지만 준비되지 않았을 경우 집에 있는 핀셋을 이용해 빨리 제거를 하는 것이 상책이다. 핀셋을 되도록 피부에 가깝게 대고 박혀있는 진드기를 핀셋으로 살짝 집어 올려 방향에는 관계없이 천천히 돌리면서 제거하면 된다. 진드기 몸이 잘려서 침까지 제거가 되지 안했다면 침까지 꼭 제거를 해야 된다. 진드기의 침이 피부에 박혀있는 상태에서는 진드기를 죽이겠다고, 또 쉽게 빠지게 하겠다는 생각에 기름 종류나 알코올 종류를 부위에 바르는 금물이다. 어떤 이물질을 접할 때 독을 내 품는 진드기 때문에 심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벌레 물린 것쯤’ 하고 내버려두었다간 후에 큰 병으로 발전될 수 있으므로 즉시 필요한 조치가 필요하다. 물리고 나서는 빨리 진드기를 제거하고 나서 아무런 증상이 없으면 다른 치료는 할 필요가 없다. 제거가 늦어 초기 감염 증상인 몸에 과녁 모양 자국이 남으면 서둘러 병원에 가서 항생제 치료를 받는 것이 빠른 치료방법의 하나다. 하지만 병이 치료되지 않고 악화되어 만성으로 발전되고 되었다면 항생제 치료도 효과가 없다. 대체적으로 진드기에 물린 사람들 중 1% 정도가 전염이 된다고 하지만 그 1%가 누구한테 적중될 줄을 모르니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
필자는 물려도 감염되지 않게 예방주사를 맞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라고 권하고 싶다.
다른 예방주사는 권하지 않지만 우리 한의원을 찾아온 많은 라임병 환자들을 치료해 보고 예방주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0, 1, 12개월 3회에 걸쳐서 접종을 하는데 2회를 접종하면 49%, 3회를 접종하고 나면 예방 율이 76%가 넘는다 한다. 3회를 접종하고 나서는 8년마다 1회씩 접종하면 된다. 특히 진드기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다.
한의사가 항생제나 예방접종 이야기를 하니 이상하다는 독자들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한두 번의 예방접종으로 그 병으로부터 자유스러워 질 수 있다면 권할 사항이 아닌가? 모든 병은 현대의학이냐, 전통의학이냐? 를 따지는 것 보다 효과적이고 완전한 방법을 택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과 한번 감염되고 나면 너무 심한 고생들을 하는 것을 보아왔고 치료를 오랫동안 해야 되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이다. 우리 가족도 다른 예방접종은 한 적은 없지만 라임병 예방접종은 하고 있다. 가끔 산행을 하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필자는 라임병이 치유되지 않아 만성으로 오래 고생하는 환자에게 신통축어탕(身痛逐瘀湯)이라는 처방을 쓴다. 瘀血(어혈)증상에 복용하는 대표적인 처방인데 신체의 막혀있는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해독을 시킬 수 있는 처방이다.
조성은 秦艽(진교) 川芎(천궁) 桃仁(도인) 紅花(홍화) 甘草(감초) 羌活(강활) 沒藥(몰약) 當歸(당귀) 五靈脂(오령지) 香附子(향부자) 牛膝(우슬) 地龍(지룡) 蒼朮(창출) 黃柏(황백)으로 이 기본 처방에 氣(기)가 약한자는 黨蔘(당삼) 黃芪(황기)를 加(가)해서 탕약으로 복용을 시킨다. 물론 하루 이틀 사이에 완치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 복용 후에는 분명한 효과가 있다.
위의 처방은 이외에도 많은 痛症(통증)이나 혈전에 효과가 좋다. 나이가 들어 下肢痛(하지통)이 심해서 저녁에 잠을 잘 못자는 증상이나 요즘에 현대의학으로는 도저히 치료되지 않는 다발성 근육통에 효과가 뛰어나다.
1182호 25면, 2020년 8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