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승한의사의 건강칼럼(133)

심혈관질환 ➀

심장병 치료는 예방과 조기발견이 최선이다. ‘모르면 죽고 알면 사는’ 질환이 바로 심장병인 것이다. 생명활동을 위해서 심장은 계속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에는 사망률 1위가 심장병이었는데 요즈음은 암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더 많아져 2위로 밀려났다. ‘심근경색’같은 심장병은 골든타임을 놓치면 생사를 달리하는 엄중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옛날에 시골에서는 사람이 아파도 병원에 간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이웃들이 일러주는 단방약에 의존하다가 운명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참 많이 보아왔다. 몸이 아파도 그러려니 생각하고 살다가 갑자기 急死(급사)를 했는데도 원인은 모르는 체 흔히들 “귀신이 잡아갔다” 라고도 말하며 넘긴다.

어디를 다녀오다가 길에서 客死(객사)를 하는 사람도 많았고 잠을 잤는데 이튿날 일어나지 못한 사람들한테 틀림없이 귀신이 데려갔다라고 말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갑자기 죽었던 사람들은 심장병이 원인이 아니었었나 하는 생각을 한다.

심장병을 예방한다는 것은 심장이 쉬지 않고 수축운동을 잘 해서 혈액순환이 원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보호해 주는 것을 말한다. 심장은 자동차의 엔진과 같아 노화되면 성능이 나빠지고 털털거리는 소리까지 나지만 엔진처럼 교체하지는 못한다. 조물주가 한번 준 심장을 오랫동안 관리를 잘 해서 보존하는 방법뿐이 없다.

요즈음은 의학이 발달되어 몇 주 전에는 미국에서 돼지 심장을 이식을 해서 사람을 살려낸 첫 성공의 사례가 있었지만 만일 우리가 스스로 모든 병을 예방하면서 살 수 있다면 그 이상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혈을 동맥을 통해서 말단 모세혈관까지 보냈다가 정맥을 통해 다시 되돌리는 힘이 현대의학에서는 심장의 힘이라고 하지만 동양의학에서는 氣血同源(기혈동원)이라 하며 기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평소에 원활한 혈액순환을 위해서 혈액을 묽게 관리를 하고 기를 잘 관리해서 혈관이 막히지 않고 순환을 원만하게 하는 것이 근본적인 예방책이라는 말이 된다.

심장이 수축력이 떨어지고 기가 약해지면 한번 박동하는데 충분한 혈액량을 품어내지 못한다. 심장은 하루에 평균 1만 리터 정도 혈액을 심장에서 품어내는데, 한번 품어 내는 량이 적을 경우 심장은 頻度數(빈도수)를 높여서 그 량을 채우려 한다. 심장의 빈도수 증가로 나타나는 증상들도 일종의 심장병에 속한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사소한 자극에도 반응이 심하며 驚悸(경계) 怔忡(정충) 증상들이 나타난다.

동양의학에서는 심장은 혈액을 주관하고 인간의 정신과 정서를 주관한다고 한다. 때문에 심장이 이상이 생기면 사람이 안정되지 못하고 恐惶(공황)증이나 우울증이나 실면 등 정신질환도 초래한다.

우리들의 일상적인 용어 중에 심기가 불편하니, 심성이 좋은 사람이니, 심보가 나쁜 사람이다 는 말은 심장과 우리들의 정신적인 관계를 잘 나타내고 있다. 심장이 기가 부족하면 빈도수를 높여 혈액순환 량을 채우려고 힘을 써도 말단까지의 혈액순환은 여전히 비정상이서 사지가 항상 차고 저리며 마비증상이 있다고 호소한다. 심장이 빈도수를 높여 일을 하다보면 심장활동이 과잉되어 發熱(발열)증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심장의 虛熱(허열)이이다.

이렇게 시작된 열은 胸部(흉부)와 얼굴로 상승되어 외견상으로는 얼굴이 달려오는 듯이 보인다. 그리고 흉부에 축척된 열은 손발바닥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가끔 손발이 화끈거리고 열이 입안으로 몰려들어 입안과 혀가 따갑고 헐어서 음식을 먹기도 힘든 경우가 생긴다.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陰虛(음허)증상들이다.

생물학적인 발견에 의하면 포유동물은 살아있는 동안 평균 심장이 6억 번을 박동하는데 비해 인간은 20억 번을 박동한다고 한다. 동물의 모든 신진대사 속도는 자신의 체중과 비례해서 큰 동물일수록 성장이 느려진다. 다시 말하면 수명을 비롯해서 어른으로 성숙되는 시간, 성적으로 성숙되는 시간, 새끼가 모체의 자궁에서 머물러 있는 시간이 모든 체중과 비례한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활동시간도 마찬가지다. 숨 쉬는 시간, 심장박동간격, 혈액이 체내를 한 바퀴 도는 시간,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온 물질이 다시 밖으로 내보지는 시간 등이 느리다. 체중이 가벼울 수록 몸도 금방 데워지고 빨리 식는데 비해 체중이 무거울수록 모든 행동이 느려지고 신진대사가 느려지는 것이다.

이것에 비례해서 심장 박동 수는 같은데 쥐와 코끼리의 수명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느긋한 코끼리와는 달리 항상 민첩하게 행동하고 쫓겨 다니며 불안한 생활을 하는 쥐는 2-3년 밖에 못사는 반면 코끼리는 5-60년을 산다고 한다. 항상 불안하게 쫓겨 다니며 빨리 뛰는 심장의 박동 수가 2-3년 안에 6억 번을 다 해버리는 것이다.

같은 종류인 사람들끼리 삼장박동수가 다르다면 무슨 의미일까?

유난히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과잉 항진하는 것으로 몸이 쓸데없이 바쁘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바쁘게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그것은 곧 우리가 우리의 생명을 빨리 마감하는 길로 걸어가고 있는 점이다. 될 수 있다면 고민을 덜고 욕심 부리지 않으며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것이 장수하는 길이며 불로장생하는 명약이다. 옛 동양의학가들은 ‘안정되고 평안한 마음으로 억지 일을 만들지 말고 뜻을 한가하게 가져 욕심을 줄이는 것이 바로 장수하는 도리’라고 지적하였다.

사람이 평생 동안 하는 그 많은 걱정 중에서 4%만이 필요한 걱정이고 나머지는 다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한다. 도를 닦고 수양을 쌓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결론적으로 자신을 내려놓고 걱정을 덜어내는 연습을 하는 거라고 말한다. 자신을 내려놓는 연습을 통해 자신이 성숙되어 가지 않나 생각이 든다.

중년인 사람이 별다른 이유 없이 갑자기 심장의 박동 수가 증가하여 100번 이상 지속적으로 뛰면 중풍이 올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심장박동수가 증가하는 이유는 완전한 수축과 이완을 못하는 상태를 보상하는 작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치 주먹을 절반만 쥐었다 놓았다가 하는 형태다. 이렇게 되면 심장의 내부에 잔류하는 혈액이 생기고 잔류하는 혈액은 조그만 알맹이로 굳혀져 血栓(혈전)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혈전이 혈관을 타고 뇌 속으로 들어가 뇌 속의 작은 혈관을 막으면 혈액의 흐름이 장애를 받거나 막혀서 뇌일혈이 일어나고 이 혈전이 심장의 관상동맥을 막으면 심장마비나 장애가 있을 경우는 협심증이 일어난다.

심장마비가 일어나서 골든타임을 놓치면 우리의 생명은 끝이 난다. 생리적이 아닌 불필요한 心悸亢進(심계항진)이 우리의 생명을 단축한다는 말이 된다. 결국 20억 번의 심박동수를 좋은 생활습관으로 얼마를 유지 하느냐가 우리의 수명을 결정해 준다는 말이 된다.

다음 호에서는 구체적 사례로 치료와 예방을 살펴본다.

1256호 25면, 2022년 2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