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엄마가 알려주는 가지가지 독일생활정보 (6)

6가지 : 독, 독, 독일빵을 먹었는데 배가 아파요, 이유는 ?

한국에서부터 독일어 전공자인 나는 독일땅에 도착한 날부터 독일어가 눈에 쏙쏙 들어오는 탓인지 생활하는데 두려울 것이 없었다. 더군다나 한국에서 독일회사를 다녔던 탓에 나름 독일문화를 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나도 “생활” 이라는 것을 독일에서 해보니, 그건 거의 “눈뜬장님”이요, 유치원생보다 못한 “헛 똑똑이”가 아닌가.

한국에서 서양요리책을 사가면 무엇하나, 도대체 생크림은 독일어로 무엇인가?, 독일 요리방송을 보면 무엇하나, Quark은 대체 무엇인가?, 왜 이런 것은 한독/독한사전에 없는가?.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며 사는 독일생활이었다.

이런 나도 이랬는데, 독일어도 모르고, 음식문화도 다른 이 나라에 처음 와서 삼시세끼를 해먹어야할 때의 그 막막함이란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고 절실한 것일까.

우선은 손쉬운 동네슈퍼에 가보자. 독일 빵 맛있다고들 하는데, 빵에 버터를 발라 그 유명하다는 독일 소시지를 얹어 한번 먹어볼까? 그래, 독일에 왔는데 무슨 밥, 독일 빵을 먹어보자. 정말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구나. 고를 수가 없네. 고만고만하게 생긴 애들로 사가자. 독일 빵들은 독일맥주로 만들었나, 색깔이 다 맥주색이네. 아니 저기 한국호빵처럼 생긴 애가 있네. 독일에도 호빵을 먹는가보네. 복실하게도 생겼네. 오늘은 호빵이야.

오늘 이야기는 독일빵이다.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독일슈퍼에서 산 빵을 한동안 먹고 늘 배가 아팠다는 지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오늘은 수필형태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볼까 한다)

이렇게 야들야들 쫀득쫀득한 “독일호빵”을 모셔 와서 나름대로 고명을 올려서 한동안 식사대용으로 드셨다고 한다. 한국의 막걸리 빵 같은 향기도 나서 나름대로의 노스탈지도 느끼면서. 그러나 웬걸, 먹을 때마다 화장실 신세를 면치못했다고 한다. 한국형 내 위장은 독일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독일빵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다이어트를 시키는 것인가, 결국은 나에게 체면불구하고 문의를 해오셨다.

도대체 무슨 빵을 사드셨어요? 같이 가보입시다.

어머나 세상에. 그것은, 그것은, 빵이 되기 직전의 생지. 즉 생반죽의 상태. 요즘도 파는지 모르겠지만, Real이라는 슈퍼의 빵 코너에 생지 6개를 묶어놓고 아주 저렴하게 파는 것이 있었다. 이것은 2차 발효까지 끝난 상태라서 아주 오동통하며 뽀오얀 것이, 진짜 호빵처럼 생겼다.

그러나 호빵이 아니라 독일의 전형적인 대표빵 Normal Brötchen 반죽이었던 것이다. 반죽이니 바로 먹는 것이 아니고 오븐에 구워서 먹는 용이다. 한국에선 지금도 오븐이 있는 집이 잘 없는데 그 당시 오븐에다 빵을 만들어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 생지를 그냥 드셨던 것이다.

아, 그 봉지에는 너무도 선명하게 “Zum Fertigbacken(오븐굽기용)” 이라고 적혀있었다. 그 당시는 요즘처럼 구글 사진번역기 같은 것도 없던 시절이고 그분은 ABC도 모르는 분이시고. 오븐그림이라도 있던지. 저런 당당함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독일사는 모든 사람들이 독일어를 다 안다는 전제하에 나오는 발상 아닌가. 누군가는 이렇게 그냥 먹고 장에 탈이 날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해 마케팅 또는 판매회의 때 어느 한명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제품화를 했다는 것이 아닌가. 고소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막걸리 한사발 들이킨 듯 꿀꺽 참았다.

이런 생지 모양이 아니고 바로 먹어도 되는 것처럼 멀쩡하게 생긴 “덜 된” 빵들도 독일슈퍼에는 많다. 프랑스 크로와상, 영국 베이글을 비롯해 이태리 치아바타 같은 이웃 나라의 빵들도 있다.

전통있는 “독일빵집” 에서 갓구워져 나온 따끈따끈한 빵이야 말로 베스트이겠지만, 그 시간대를 맞추지 못한다면, 내 오븐에서 직접 구워낼 수 있도록 기성품화 되어있는 이 “덜 된” 빵들이 독일은 아주 수준급이다. 또는 냉동코너에 있는 유명브랜드 냉동 호밀빵은 마치 이른 새벽에 유서깊은 수도원 앞에서 1시간 줄서서 받아먹는 빵맛까지도 구현해낸다.

이 모든 “반죽빵” 이나 “덜 된” 빵들의 봉지에는 “Zum Fertigbacken(오븐굽기용)” 이라는 문구 또는 오븐그림, 시계그림 등으로 표시되어있다. 주로 예열된 180-200도에 8-10분 정도 위아래 기능으로 구워내면 된다 (빵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름). 참, 예열하는 오븐 안에 물 한사발도 잊지 말자. 요즘 유행하는 사자성어, “겉바속촉(겉은 바삭, 속은 촉촉)”을 위해서다.

오늘은 독일에 와서 눈물 젖은 빵 안드시려면 꼭 알아두어야 하는 독일빵 정보에 대해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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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호 19면, 2021년 1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