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석훈 아동을 소개 합니다

나의 어머님은 스물한 살에 저의 아버님에게 시집을 오셨고, 어머니가 37세가 되던 해에 아버님이 돌아가시자 청상과부가 되셨습니다. 슬하에 4남매를 두셨는데, 제가 큰 아들이고, 제 밑으로 여동생 하나와 남동생 둘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다시 재혼하지 않고, 평생 4남매를 키우셨습니다. 그리고, 92세가 되던 해에,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아버님이 소천하신 후, 열여섯 살이었든 저는 온갖 굿은 일을 하면서 다섯 식구의 생계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고, 그 당시 두 살 된, 저하고는 13살이나 차이가 나는 막내 동생을 아들 같은 느낌으로 키웠습니다.
얼마 전, 저는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했다가,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4명의 자녀에게 남기신 편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이 지면을 통해서 어머님께서 저에게 손으로 쓰신 생애 마지막 편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맞춤법 관계로 제가 설명을 덧 붙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우리 큰 아들 원태야,(호적에는 박해철이지만, 집에서는 원태라고 불렀습니다)
정말 고마웠다. 17살에 아빠 도라가고(돌아가시고) 그 후로 지금까지 나를 위해, 동생들을 공부식히느라고(시키느라고)너무 수고가 많했다.(많았다) 이번 길에 내가 꼭 가야 했는대, 다시 일어난 건 무슨 뜻일까?
정말 여기(양로원을 말함) 오지 말고 실버타운에서 그냥 갔으면 서로가 고생안코(고생하지 않고)조을 것을(좋았을 것을)……… 이번이 마지막으로 알고, 네가 나보고 한 말 기억한다. 다정한 말, 평생 맘속에 하고 십지만,(싶지만), 못해본 <옴마(엄마) 사랑합니다> 라는 말 안 있고(잊지 않고) 하늘나라 가겠다. 정말 고맙다. 지금까지 나를 위해, 돈만 되면 (돈이 생기면) 너는 쓰지 않고, 내 앞으로 돌려주고 너는 고생을 계속 하는 우리 큰 아들, 하나님이 분명 남은 여생 큰 복을 주실 줄 믿는다. 마지막으로, 아무것도 못 해준 네게 정말 고맙고 미안하기 짝이 없구나! 정말, 내 생애의 삼분의 이(2/3), 인생을, 지금까지 책임 진 큰 아들 원태에게 하나님의 은해(은혜)가 폭포수 같이 내릴 것이다. 그럼 천국에서 만나자. 안녕.”

저의 생각으로는 평생 불효밖에 한 것이 없는데, 마지막 가시면서 이렇게 분에 넘치는 칭찬을 해 주셔서 그나마 크게 위로를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제가 교민여러분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어머니가 저를 좋게 생각하시고 떠나셨다니> 라고 생각하면, 그래도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좀 덜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꼭, 부모님들께 섭섭하게 해 드리지 말라고 부탁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있습니다. 어머님이 소천하시기 얼마 전, 저는, <엄마 사랑합니다>라는 고백을 생애 처음으로 해본 것 같습니다. 어쩐지 엄마에게 “사랑합니다” 라고 말 하는 것이 쑥 스러웠 던 것이겠지요. 그런데, 저의 어머님은 제가 평생 딱 한 번 해 드린 <엄마 사랑합니다>라는 그 말 한마디가 그렇게도 좋으셨는지, 하늘나라까지 가지고 가시겠다고 편지에 기록해 놓으셨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진심으로, 마음을 다 하여서,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고 사십시오.
오늘 따라 눈이 펑펑 내리는 정월 하순의 하늘을 바라보니, 문득, 눈송이 사이로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시며, <원태야, 옴마가 너를 많이 사랑 한단다>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엄~ 마 ~, 엄~ 마 ~, 울 엄마……

오늘 소개드리는 방석훈 아동은 충남 보령의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시설 보호아동입니다. 아동의 어머니는 미혼모로 아동을 출산하였습니다. 아동의 아버지는 이미 결혼한 상태라서 엄마 혼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아동을 양육하였습니다. 하지만, 식당운영이 잘 되지 않아서 부채가 늘어나고 채권자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자 아동을 시설에 맡기게 되었습니다.
석훈 아동은 2021년 현재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노래와 율동을 잘하며, 또래 아동들과는 달리, 정리 정돈을 잘하는 세심하고 꼼꼼한 아동입니다. 창의력이 풍부해서 질문이 많고, 그림도 잘 그리고 노래도 잘해서 미래가 무척 기대되는 아동입니다. 아동은 아직 어리지만, 부모님 곁을 일찍 떠나 철이 들어, 선생님 말씀도 잘 들으며, 공부도 열심히 하고 바르게 자라고 있습니다.
교민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은 석훈아동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서울시민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무엇일까요? 먼저 2위부터 말씀 드리면 <수고했어>입니다. 그런데 2위 수고했어, 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사람들이 1위로 뽑은 말이 있습니다. 제가 저희 어머님이 소천하시기 전 고백을 드렸었던 <사랑해>였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바로 지금 고백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냐고 묻자, 모두가 역시 <사랑해>라고 말했습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귀와 눈은 점점 기능이 쇠퇴하나, 말하는 입은 죽는 순간까지도 그 기능을 거의 잃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름짱 같은 우리 마음의 온도를 높이고, 녹아버릴 것 같은 분노의 마음을 식혀주는, 그리고 건조해서 곧 갈라질 것 같은, 메마른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그런 말들 중의 최고가 <사랑해>입니다.
아가페 쉬운 성경 요한일서 4장11절부터 17절 까지 말씀을 보면,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하나님이 이처럼 우리를 사랑해 주셨으니 우리 역시 서로를 사랑해야만 합니다. 어느 누구도 여태까지 하나님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서로 사랑하면,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거하십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 안에서 완전해질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나님 안에서 살고,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계신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그의 성령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버지께서 그의 아들(예수 그리스도)을 세상의 구주로 보내신 것을 보았고, 또 그것을 증언합니다. 만약 누구든지 (나는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믿어요)라고 얘기하면, 하나님께서는 그 사람 안에 거하시고, 그는 하나님 안에 살게 됩니다. 이로써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베푸신 그 사랑을 알 수 있고, 그 사랑을 굳게 믿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사는 사람은 하나님 안에 사는 사람이며, 하나님도 그 사람 안에 계십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 완전해질 때, 우리는 하나님께서 심판하시는 그날에 아무 두려움 없이 설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박 해 철 선교사 드림

1205호 34면, 2021년 2월 5일